오늘 새벽 문득 잠이 깨버려 시계를 보니 04:20
억울한 마음에 억지로 잠을 청해보지만 한번 가신 잠은 도무지
돌아 올 생각이 없고...
‘산방 이야기’라는 차(茶)에 관한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조금 보다보면 잠들겠지... 하는 심정으로.
이리 뒤적 저리 뒤적이다 이 글을 읽고는 그만 잠이 확 깨면서 눈물이 핑 돌더군요.
오늘 새벽잠에 취해 눈물이 핑 돌게 한 아름다운 이 글을 혼자 읽기 아까워
옛님들에게 소개합니다.
오늘 저녁은 혼자 드세요
겨우내 얼었던 추위가 풀리면서 움츠렸던 가슴을 녹여주는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셔주던 어느 봄날이었다.
저녁 메뉴로 부침개를 부쳐 먹으려다가 문득 시집간 딸이 생각났다.
비만 오면 딸아이는 부침개를 부쳐 달라고 졸라대곤 했다.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딸아이에게 부침개나 부쳐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딸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전화를 걸자마자 딸아이의 목소리는 눈물로 범벅이 되어 알아듣기 힘들었다.
엄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이는 어딘가 아픈지 분유도 안 먹고, 화장실 변기는 고장이 났는지 물이
내려가지 않아요. 더구나 남편은 저녁에 친구를 데리고 온대요. 비 오는데
시장도 하나도 안 봤는데...
그 말을 마친 딸아이는 다시 울어대기 시작했다.
걱정마, 엄마가 가면서 화장실 고치는 사람 부를게. 그리고 장도 대충 봐 가지고 가마.
아이는 기저귀 한 번 봐주고, 가면서 네가 좋아하는 부침개 부쳐 가지고 갈테니
맘 편하게 기다려. 김 서방은 언제쯤 들어온다니?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딸아이는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기... 제 남편은 김 서방이 아니라... 박 서방인데요...
그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 박 서방이라고? 김 서방이 아니고?
거기 5321번 아닌가요?
여기는 5322번 인데요...
미안해요. 나는 내 딸인 줄 알고...
내가 사과하며 끊으려는 순간 전화기 건너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 저기 그럼 안 오실건가요?
순간 나는 뭐라고 이야기 할까? 고민이 되었다. 잘못 걸린 전화가 아닌가?
죄송해요. 저는 친정엄마가 없어요. 잘못 걸린 전화인줄 알면서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이 나서 차마 말씀 드릴 수가 없었어요. 우리 엄마가 살아 계시면 이런 날 전화해서
도와 달라고 할 수 있었을 텐데. 얼마나 생각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전화가 걸려왔어요.
엄마 같아서... 우리 친정 엄마 같아서...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전화기 저쪽에서는 또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기다려요. 내가 금방 전화하리다.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 오늘 딸네 집에 다녀와야 하니까 식사하고 들어오세요.
복자네 가려고?
아뇨.
그럼 복자 말고 우리 집에 딸이 또 있나?
있어요. 오늘 생긴 딸요. 그 딸한테는 내가 너무 필요 하거든요. 부침개 싸들고
가 봐야 하니까 오늘 저녁은 혼자 드세요.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심심타이~ 웃자고... (0) | 2009.09.08 |
---|---|
[스크랩] 이 한몸 불살라... (0) | 2009.09.08 |
[스크랩] 쌤요~ 국수는 머고 국시는 먼교? (0) | 2009.09.08 |
[스크랩] 고청 윤경열 선생님비 제막식 외 (0) | 2009.09.08 |
[스크랩] 웃자는 얘기 - 김옥균 괴담 (0) | 2009.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