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지역/경상도

[스크랩] 풍기에는 영전사도 있다.

참땅 2009. 9. 7. 13:08

풍기역을 등지고 앞쪽 우측에는 풍기 인삼시장이 있고

풍기 인삼시장 맞은편 골목으로 약1km 정도의 거리에 영전사가 있다.

영전사는 의상대사가 3천명의 문도를 거느리고

석 달 동안 '화엄대전'을 강의 했다는 소백산 추동(송곳 골)으로

추정되고 있어 역사적 의미가 큰 것으로 여겨지는 사찰이기도 하다.


영전사 위치를 잘 몰라 사찰을 찾으려고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매이다

우연히 한 집에서 영전사 위치를 물었더니

‘내가 영전사 신도인데 어디서 왔어요?’ 하고 되묻는다.

‘포항에서 왔습니다’

‘포항에서 영전사를 어떻게 알고 이 먼데까지...’

‘영전사에 석불상이 계신다기에 뵈러 왔습니다’

‘그래요. 그라모 함 보자... 잠깐 있어 보이소’

무말랭이를 말리고 계시다가 대충 정리를 하고 일어서신다.

그러더니 대문 앞에 주차해둔 기아차 카렌스에 오르시며 타라 한다.

‘이거 제가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이, 길을 갈차 줄라캐도 이짝저짝으로 찾아 댕기야 하이...

 그카고 갈차조도 잘 찾기도 애럽고 해가...‘

‘어이구 이거 너무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 합니다’

‘가도 주지스님이 안 계실 텐데... 먼데서 와가 못 보모 우야노...’

‘어디 멀리 가셨어요?’

‘저~ 영주에 오늘 먼 세미난가, 회읜가 먼가 하라 가셨는데, 느까 온다던데...’

‘아, 그러시구나. 오늘 길 알아났다가 함 더 들르지요 머’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어이구 아저씨 지는요 안 계시는게 더 좋니더)

사실 영전사를 찾는다 해도 스님이 계시면 불상 사진촬영은 못하겠지 싶었는데,

다행히 스님이 출타 중이라니 이 아니 좋은 기회인가.

 

 

골목 입구 가까이까지 태워주신 아저씨는 자기도 같이 갔으면 좋겠는데 

집에 하던 일이 좀 있어서 그냥 간다며 되레 미안해하신다.

- 오히려 지가 죄송스럽고 송구스럽습니다.

고마우신 아저씨에게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한 연후에 영전사를 찾았다.

작년에 불사를 하여 규모가 커지면서 대웅전은 2층인데 1층은 유치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주택가 밀집 지역의 소규모 절집이 다 그렇듯이 일주문, 머 천왕문 같은건 애초에도 없다.

단지 ‘서행 어린이보호구역’ 이라는 차량통제 팻말만 커다랗다.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개 짖는 소리가 하도 요란하여 깜짝 놀랐다.

자그마한 개집에 두 마리가 각각 집을 등진채로 죄 많은 낯선 이방인을 내쫓으려고

악다구니 지르듯 어구야꼬 짖어댄다.


무시하고 우편에 여러 석부재로 혼재 되어있는 석탑 앞에서 숨을 고른다.

팔각대좌 지대석에 탑 몸돌, 탑 지붕돌 3개, 부도 상륜부

대충보아도 4~6기의 석조물이 혼용되어 있는 듯하다.

탑신과 옥개석도 각각의 부재인 듯한 데다 옥개석도 1층과 2층은 비슷한 비율이나

3층은 두께의 비율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어차피 꼭대기에 얹혀진 상륜부는 부도의 지붕돌로 보이고.    

그래도 나마 이렇게 관리를 하고 있어 다행이지 싶다. 

 

 

우측으로 난 계단을 따라 조심스레 올라 대웅전의 옆문을 열어보니

석조여래입상이 중앙에 서 계신다.

퍼뜩 삼배를 하고 카메라부터 손에 들고 불상을 살핀다.

오른손에 꽃을 들었나 했는데 나중에 보니 승기지 매듭 모양이다.

흡사 꽃을 새기듯 아로 새겼는데 길게 늘어진 옷자락과 그리도 잘 어울린다.

 

 

이 석조여래입상은 1924년 3월 욱금리 영전마을의 한 주민의 현몽으로

땅속에서 발견되어 영전사에 봉안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불상, 광배, 대좌가 모두 한 돌에 조성되어 있었으나,

6·25동란을 전후하여 이곳 영전사로 옮겨 모시면서 광배는 모두 유실 되었단다.

불상의 양 목덜미 뒤로 광배의 흔적 부위가 조금씩 남아 있어

광배가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데 광배가 온전했더라면 더 멋있는 불상이었을 텐데 아쉽다.

 

 

 

발아래 원형의 대좌 역시 뒤편 후반부가 떨어져 나갔고,

상호의 코와 이마, 발등 등에도 조금씩 손상을 입어 보수한 흔적이 보인다.

손가락도 보수를 하였는데 흡사 메니큐어를 칠한 듯하여 흥미롭다. 

감은 듯한 눈, 다문 입, 이중으로 솟은 육계 등 원만한 얼굴과 당당한 어깨

전체적인 조형미와 세부 조각수법은 우수한 편이다.

유려한 의문과 옷자락의 원호문, 대좌의 앙련 등

각부의 양식이 통일신라시대 전성기의 장인 솜씨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고 간신히 촬영에 성공.

그러나 깨끗하게 잘 나오지 않아 아직은 사진공부를 더 해야겠다.

계단을 내려오니 화단 경계에 오래되어 묵은 석재가 더러 보인다.

팔각대좌 중대석, 주춧돌, 안상이 새겨진 석재 등등

재미있는 것은 깨어져 떨어져 나온 부처님의 손도 있다.

 

 

햇볕을 한 아름이나 안고 서있는 영전사 대웅전 앞마당에 서서

높고 깊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니 불현듯 또 개 짖는 소리

짜식이 간만에 폼 좀 잡을라 카이 디게 안 도와주네.

아나 그래 간다 가, 고마 가꾸마

 

풍기 영전사에는 석조여래입상도 있고 석탑도 있고

쬐끄만 개집 두 개에 개** 두 마리도 있는데

야들은 아무나보모 악다구니로 짖어댄다.

 

 

나무아미타불!!!

 

아이고 부처님요, 우에던동 돈 마이마이 벌게 해주사이다.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보일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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