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지역/경상도

[스크랩] 운문사의 숨겨진 보물

참땅 2009. 9. 7. 13:11

지난 일요일에 다녀온 운문사

들머리 입구부터 밀리기 시작한 차량 행렬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지쳐 지쳐 지겨워질 무렵에야 겨우 주차장에 닿았다.

선원 너른 마당에 노오란 물감이 차오른 은행나무 관람을 위해

통제 지역이던 선원구역을 개방해 놓아 금당 앞 석등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내 관심은 비로전(대웅보전) 내의 비로자나불과

삼장단 쪽의 들보에 매달려 있는 악착보살이다.

 

경남 양산 통도사의 극락보전에 측벽에 그려진 ‘반야용선접인도(般若龍船接引圖)’는

서방극락세계로의 왕생을 회구하는 중생들에 있어

그 첫 번째 단계인 극락으로 인도하는 매개체인 용선과 중생만을 주제로 한 그림이다.


반야용선의 뱃머리에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극락세계로 안내하는 인로왕보살이 합장을 하고 있고,

선미에는 육도육회의 현실세계에 몸을 나투어 중생들을 구제하도록 석가모니부처님으로부터

수기 받아 중생을 지옥의 고통에서 구해주는 지장보살이 고리가 여섯 개 달린 지팡이인 육환장을

들고 서 있는데 지장보살은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맹세가 누구보다도 크고 위대한 분으로,

그 원력의 힘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안락은 뒷전으로 돌리고 지옥이든 천상이든

고통 받는 중생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서 구원하는 분이시다.

반야용선에는 비구와 아낙, 선비, 노인 등 신분이 다른 사람들이

한결같은 표정으로 서방정토로 극락왕생한다는 기대에 젖어 있다.

 

 

 

악착보살'은 경전에 나오는 보살의 명호가 아니라

이야기 속의 어떤 악착스런 보살에게 붙여진 별명인데

이 보살의 이야기는 설화와 관련한 문헌 기록에는 보이지 않고

다만 구전을 통해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어느 옛날, 청정하고 신심 깊은 이들을 서방의 극락정토로 인도해가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이 도착했을 때, 이 땅에서 보시 선행하여

이 용선에 타야할 어떤 보살이 그만 극락에 갈 시간을 놓쳐 버렸다.

자식들과의 마지막 작별인사로 그만 너무 늦게 도착하고 만 것이다.

그래도 반야용선을 타려고 젖 먹던 힘까지 내어 달려갔지만

이미 강가의 배는 떠난 뒤였다.

보살은 강가에서 부처님! 부처님! 애타게 불렀다.

딱해 보였던지, 선행을 많이 해서 그랬던지 부처님이 던져준 밧줄을 

단 번에 잡은 보살은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그란디 그 보살 알궁딩이 좀 보이소.

바지는 어디다 벗어놓고 신발은 또 어디다 던져뒀는지

얼마나 급했으면 바지도 신발도 벗겨진 줄도 모르고 달려 왔을꼬

서방극락이 좋기는 참 좋은가 보다.

게다가 윗저고리는 반쯤 올라가 있어 조금만 더 올라갔더라면...

그라고 그 손잡은 것 좀 보이소

악착같이 잡고 있는 그 보살 거미손 좀 보이소

얼마나 보시를 했길래 저리도 손이 거칠거칠해졌을까

거칠거칠했기 망정이지 매끈매끈 했더라면 우얄뿐 했겠능교

쭈루루 지긋지긋한 이승으로 미끄러져 다시 돌아와 허사될 뿐 했겠니더.


보살은 용선의 밧줄에 악착같이 매달려서 서방극락정토로 갔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악착보살'이 되었다고 한다.

평소 선행을 쌓았고 그 공덕으로 서방정토에 가게 되었는데

작별 인사 때문에 하마터면 왕생극락의 기회를 잃을 뻔 했으나

악착 같이 매달려 기어코 왕생극락에 성공한 악착보살님의 이야기는

곧 부처님을 향한 마음과 지극한 수행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싶다.

 

그라고 또 하나

비로전의 비로자나불

결가부좌한 다리가 결리셔서 슬그머니 한 쪽 다리를 내려놓았다.

편안하게 한 쪽 다리를 내려놓으신 비로자나불은

들보에 매달려 악착같이 외줄을 붙잡고 있는 악착보살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참 재미있는 장면이다. 

 

너무아미타불!!!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보일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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