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과 오붓한 무드를 조성 할려고 그런건 아니지만 서도 참으로 오랜만에 둘이서 울진으로 향했다.
며칠 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길이다.
울진 구산리 당간지주, 삼층석탑 그리고 불영사엘 들르기로 마음먹고 곁가지로 가는 길에
몇 개 더 볼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울진군청 홈페이지를 뒤적이다 행곡리 처진 소나무,
행곡교회를 끼워 넣었다.
포항에서 출발 시 흐릿흐릿하던 잿빛 하늘은 금시라도 비를 쏟아낼 것 같더니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비가 오면 어쩌나 하는 염려는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아 그나마 다행스럽다.
송림에 쌓여 숨겨져 있는 월송정, 도로 옆 휘돌아 재끼는 커브 길에 불현듯 나타난 평해 북천교비,
구산리 배잠사터 당간지주, 구비구비 산길을 한참이나 내달려 만난 구산리 삼층석탑, 단청이 화려한
대웅전을 간직한 불영사를 거쳐 울진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행곡리에 닿았다.
처진 소나무와 행곡교회를 만나기 위해서다.
김형욱 목사님이 신축교회 앞에서 포즈를 취해주신다.
2006년 12월 4일에 등록문화재 제286호로 지정된 행곡교회는 1917년경 건축된 합각지붕의 한옥으로
울진에서 최초로 건립된 침례교회이다.
조선시대 울진읍성 병영 숙소를 이건하여 교회를 세웠으며 내부는 당시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1908년 11월 15일 행곡리 남규백씨의 초당채에서는 기독교 창립예배가 열렸는데, 이것이 울진지역에서
기독교가 뿌리를 내리는 첫 계기가 되는 날이었다.
그로부터 100년간 오늘의 의연한 모습이 있기까지는 온갖 고통과 시련의 역사도 함께 하였으니
일제에 항거하다 1944년 2월 함흥형무소에서 고문으로 옥사한 전치규 목사님,
1949년 10월 조선인민해방군의 총살로 순교한 전병무 목사님, 신도 남석천님 등
지금은 침례교회의 성지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나무 마루바닥으로 이루어진 예배석 한 공간에 이렇게 숨어서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지하공간도
만들어져 있고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챌 수 없도록 교묘한 구조로 되어있으며 못을 박아야 하는 곳에
흡사 못 구멍처럼 얕은 구멍을 뚫어 언뜻 보면 정말 못이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땅의 침례교회 역사는 1889년 말 캐나다 독립선교사의 자격으로 서울에 온 Malcolm C.Fenwick에
기원하고 있지만 울진지역에서는 유독 침례교와 감리교의 득세가 강하다.
경북교회사에도 울진장로교의 역사는 찾아보기 힘들며 1945년 영남지역 교회사에도 기록은 남이 있질 않단다.
울진에 장로교회가 생긴 것은 전쟁이후 피난 온 사람들 가운데 장로교인들이 있었으며 이러한 장로교인들이 울진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교회가 성립돼 장로교의 역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단다.
한지로 만든 복음성가 궤(한 40여년 됐다는데...)
무엇보다 목사님이 상세하게 설명해주시니 몸돌 바를 몰랐었는데
한옥교회도 교회지만 목사님이 이때껏 수집해 놓으신 엄청난 갖가지 수집품이 더 눈길을 끌었습니다.
처음 화장실 문을 열고 보여주시는데 조그만 화장실 공간 빽빽이 들어찬 왼갖 수집품들은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고도 아직 잊혀지질 않습니다.
특히 이미자 음반, 패티김 음반 등 그리고 일반 휴대용 녹음기 하부에서 LP 레코더 음반을 청취할 수
있게 만든 장치는 처음 보는 것들이었습니다.
신축한 교회 안에서 목사님 부부가 다정한 모습으로 계십니다.
올해 11월 교회설립과 울진선교 100주년을 맞아 울진지역 기독교 연합측에서 뜻깊은 행사를 준비 중 이랍니다.
울진 불영사에서 그닥 멀지 않은 곳에 천연기념물 409호 행곡리 처진 소나무가 있는 동네에는
울진지역 최초이자 한옥교회인 행곡교회도 있습니다.
거기에 가면 남,여 화장실 안에 목사님이 직접 수집해 놓으신 갖가지 수집품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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