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는 머꼬?
.....
요거는 꽤내기. 그라모 요거는?
.....
요거는 다배.
아이고 됐데이. 어무이 고마 해라
위 대화 내용은 어머님께서 우리집 애들이 네댓살 때
애들 앉혀 놓고 그림책 보며 공부 갈치는 중입니다.
꽤내기는 고양이, 다배(일본식)는 양말.
- - - - - - - - -
바위덩이 속에서 연꽃을 헤집고 피어 오른
봉정암 사리탑은 쏟아지는 햇살 무리에도 아랑곳없이
그렇게도 꼿꼿하다.
가누느라 삼킨 침은 목젖을 타고 흘러내리고
짜한 기운에 알싸한 쇠주를 마신 듯
손끝은 미세한 떨림으로 눈조차 촉촉하다.
청명한 가을 하늘은
맑디 맑은 가을 하늘은
넓디 넓은 하이얀 도화지 위에
선명하게 새파란 물감을 뿌려 놓은 듯
눈이 부시도록 파랗게 빛나고 있었고
그 아래 세월의 무게를 잔뜩 걸머진
연봉 장식 불뇌사리탑은 그렇게도 당당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등산화 들메끈을 풀고는 삼배를 한다.
일배는 처음 뵈옵는 봉정암 석가세존께 문안드리옵고
이배는 우리 가족 안녕 무사함을 비옵고
삼배는, 삼배는 우에던지 내 돈 마이 벌게 해주사이다.
사리탑이 자리한 둘레 암반 위에는 여기저기 인명 각자도 보인다.
바위 높낮이를 타고 길게 새긴 선각도 보이는데
흡사 연잎을 새긴 듯도 하고,
탑이 자리한 경계구역을 표한 듯도 하다.
설악산을 아우르는 암반을 기단으로 삼고
기단 상면에는 큼직큼직한 연꽃을 아로 새기고
암반을 깎아 만든 받침돌은 하나는 얇고 낮게
하나는 두꺼운 살을 보태 높게 새겼다.
통돌로 이루어진 탑신과 옥개석은
위로 올라갈수록 알맞은 비율로 체감을 달리하고
삼층 탑신까지 뚜렷하던 우주가 사오층에서는 없어져 버리고
꼭대기 상륜부는 노반을 앉히고 원추형 연봉오리를
알맞은 맞춤으로 다소곳이 올려놓았다.
바위 연꽃을 뚫고 솟아 오른
불뇌사리탑은 연봉우리 조차 아담하니 예쁘기 그지없다.
탑 앞으로 너른 마당에는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참배객들은 수시로 사리탑 앞에 무릎 꿇고 경배를 올린다.
마침 비구니스님 두 분도 공양미를 올리고 기도를 드린다.
단위에 올려진 공양미를 스님이 절하는 사이 다람쥐가
잽싸게 머리를 디밀고 먹고 있다.
요망한 다람쥐, 버릇없는 다람쥐
감히 부처님께 올린 공양을 한갓 미물 니가 먼저 시식하다니...
아니 어쩌면 제대로인 공양일지도.
부처님은 여기에도 저기에도
그리고 왼갖 짐승, 왼갖 나무에도 온 산천이 부처님인지도 모를 일
그러나 비구니 스님은 자꾸만 다람쥐를 내쫒고 계신다.
다람쥐와 씨름하는 스님을 뒤로 하고
절집 마당에 내려서니 아까참 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들메끈을 단단히 조여매고는 또 출발이다.
내려온 길을 되쳐 오르자니 대청봉 길이 까마득하다.
저리로 또 오르자니 갑자기 허영허영하니 어리친다.
몬 간데이 내는 몬 간데이... 아예 죽이삐라
의기투합 우리 일행이 한가지 제안을 한다.
여기서 깔딱재로 내려가 백담사로 방향을 잡으면
힘은 덜 드는데 교통편이 애매하지만 우에 되지 싶단다.
의기투합 우리는 우리끼리 아이가
해서 무작스런 배짱으로 목곧게 반대편 백담사로 내려오는 길을 잡았다.
남들이 보면 몰강스런 짓이다.
곳곳에 가을임을 알리는 단풍이 바알갛게 피어있고
기암절벽 산세는 조각을 새긴 듯 웅장한데
계곡 칸칸이 폭포가 보이는가 싶더니만
그 아래 둥그스럼한 소는 바닥까지 속살을 보이고
그 속살빛은 어김없이 옥빛이다.
이편을 보면 절벽 아래 폭포가 내리치고
저편을 보면 절벽 높이 조각조각 살아 움직이는 기암은
때로는 짐승으로 때로는 괴수로 흡사 짓누를 듯하다.
저어한 교통편을 애써 잊으며
설악 선경에 도취되어 내려오는 길은 멀고도 험한 길이지만
수시로 드러나는 그 도타운 풍경을 안으로 안으로 보담으며
걸음 걸음 내려오자니 불현듯 언제 또 와보나 싶다.
설악 자드락길은 오가는 사람들로 터질듯 넘쳐난다.
이제사 올라가는 사람들은 언제 내려오나 싶다.
허나 자세히 보니 가슴 가슴마다 명찰을 달았는데
불심 보광사, 죽림사 청년신도회 등 등
아마도 연휴를 맞아 봉정암이나 오세암으로
기도하러 가는 참배객인가 싶다.
등짐을 멘 꼬부랑 할머니도
제법 등산화까지 갖춘 나이어린 꼬맹이도 보인다.
지팡이를 짚고 올라가는 꼬맹이의 볼은 바알가니 익어가고
이마에 송송이 맺힌 땀방울은 나를 주눅 들게 만든다.
내려오는 깔딱재도 험한데 올라가는 깔딱재는 어떡할꼬
오죽하면 깔딱재려니 이름을 붙였을까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도
암팡지게 지팡이를 짚고 올라서는 저 꼬맹이도 오늘은 존경하고 접다.
10km, 7.5km, 4km 하던 팻말도 서서히 그 숫자가
줄어드는가 싶더니만 하얀 돌들로 꽉 찬 강바닥에
무수히 많은 키 작은 돌탑들이 나타나며 그랑 건너 백담사가 보인다.
저게가 백담산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백담사.
어쩌다 만해 한용운 선생님보다 전두환으로 각인되는 백담사
허나 어찌어찌 자춤발이로 허위넘듯 내려오느라
온 삭신이 노곤한데 백담사가 무엔...
풀 바닥에 누워 잠시 하늘 보며 피곤함을 달래 본다.
마을까지 7km 걸어서 2시간, 버스로 17분
1인 1,800원하는 버스를 타고 막상 마을까지 내려왔으나
별 뾰족한 수가 없어 일단 국수집엘 들렀다.
두어 젓가락이면 없어지는 한 그릇에 4,000원짜리 국수
시어빠진 김치 나부랭이 한 종지
그것도 꿀맛처럼 맛있게 후다닥 해치우고 오색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니 원통- 양양- 오색으로 가야 한단다.
허벌떡! 어느 세월에...
개인택시 5만원 카는거 사만원에 겨우겨우
오색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오후 5시
부랴부랴 잰걸음 아니 열불나게 달려 11시 경에 포항 도착
가심에 한바가지 들어있는 이 감동을 다 보여주지 몬해 미안합니다.
그리고 이제껏 어정잡이로 휘뚜루마뚜루 써 재낀
설악산 봉정암 탐승기를 고마 마칩니다.
고맙십니데이~
'그외지역 > 강원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릉 보현사의 승탑과 탑비 그 외 (0) | 2013.02.12 |
---|---|
강원도 진전사터 석탑과 승탑 (0) | 2013.02.07 |
강원도 양구의 아들내미와 심곡사 (0) | 2012.02.23 |
[스크랩] 설악 봉정암2- 감동 후유증, 체력 후유증이 심하니더 (0) | 2009.09.07 |
[스크랩] 설악 봉정암- 반 죽다 살아 왔니더 (0) | 2009.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