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사터 삼층석탑과 도의선사 승탑
아들내미가 데리러 와 달라고 한 것 보다는 저거 엄마가 먼저
델러 가까 한 게 발단이긴 한데 그 애살시러움은 굳이 머라카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글치 강원도 양구 하고도 팔랑리까지 더구나 강원도라는 곳이
5월 달까지 눈이 안 녹는다는 동토의 땅인지라 출발 전부터 우짜꼬
내심 잔걱정이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헤집어 놓고 있다.
포항 땅이야 원캉 눈 구경하기 힘든 곳이라 눈길 운전이 익숙치 않음이다.
그 멀디 먼 강원도 까지 가는데 싱숭맹숭 아들내미만 달랑 델고 온다는 거이
여~엉 마음 한 구석이 캥기지 않은 터.
그래서 네다섯 군데 답사지를 찍아 놓고 출발 전까지 모르쇠하였다.
타이어체인까지는 뭣하더라도 체인스프레이 두 개를 미리 준비하고서는
새벽 2시에 일어나 씻고 간단하게 요기를 마친 후 출발시간을 보니 이른 새벽 3시.
아들내미 근무하는 부대 앞까지 네비로 찍으니 거의 400km, 5시간이 넘는
거리인지라 아득하기만 하다.
그래도 이른 새벽 시간대라 나댕기는 차량이 없어 길 막히는 짜증스러움은
훨 덜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중간중간 신호등 장애로 홀로 횡단보도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가마이 앉아 있던 집사람이 ‘씰데 없이...’ 한마디 한다.
그냥 그렇게 잘 가는 중 이었다. 삼척까지는 말이다.
어느 불 꺼진 휴게소에서 졸음을 쫓느라 잠시 쉬면서 커피 한잔, 담배 한 대
까지는 아무 불편함 없이 무사 진행 중 이었다는 얘기이다.
출발하면서 네비를 켜니, 이런...
허~ㄹ, 네비가 깜깜이다. 아이고 야야 여서 이라모 우야노!!!
몇 번을 리셋 해봐도 감감 무소식이다. 아, 이런 ☓팔...
그 때 생각하모 자꾸 욕 밖에 안 나오는지라 요서 고만.
우에우에 양양을 거쳐 한계령 입구 쯔음 오니 새벽 어스름이 밀려오는데
주위 산들을 보니 온통 하얀색으로 뒤 덮여 있었다.
그 하이얀 눈 산을 보고 있자니 걱정스런 맴이 조금은 덜어진 듯 하다.
길가로 채 녹지 않은 눈덩이를 경고 삼아 조심조심 한계령 만디를 넘어 가는데,
자는 줄 알았던 집사람이 언제 깼는지 우와~ 우와~ 탄성만 내밷는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만디까지 조심조심 운전하느라 긴장된 맴을 추스르는데,
저 짝에서 올라오는 차량들이 거의 느릿느릿 거북이걸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강원도 눈 길 운전도 밸꺼 아이네...
그캤는데, 그 차들이 와 그랬는지 알아바야 캤는데...
한계령 희뿌연 내리막길을 관성으로 기분 좋게 내려가고 있었는데,
거의 평지인 듯한 곳에서 브레이크에 살짜기, 진짜 살짜기 였는데,
옴마야~차가 빙글빙글, 정신은 아드~윽
핸들을 잡은 손은 힘만 잔뜩, 반대로 꺾어보지만 막무가내로 빙글빙글
옴마야~ 비명만 질러쌓는 집사람
아~ 이기 아인데... 이기 아인데...
한 두어 바퀴 돌던 차가 겨우 멈춰 서는데 인도 블럭 경계석 바로 앞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잠시 한숨 돌리고 차에서 내려 아스팔트를 내딛는데
아, 이래 났디, 차가 저 캤구나. 바닥에 제대로 설 수 없을 정도로 미끄러웠다.
그래도 사고 안 난기 천만다행이지 싶다.
차량을 대강 둘러보니 다행히 부딪친 곳 없이 멀쩡하였다.
준비한 체인스프레이를 앞뒤 네 바퀴에 뿌리고 출발하는데,
집사람은 계속 호들갑이다. 옴마야 진짜 죽다 살아났네... 하이고...
좀 조심해가 천처이 가자 그만큼 캐도... 흐미 어구야꼬 잔소릴 퍼붓는다.
우에우에 양구에 도착하여 아들내미 태아가 다시 양양으로 나오는데
네비가 없으니 도로 이정표 밖에 의지 할데가 없으이 답답~하다.
집사람과 아들내미는 계속 차에서 잠만 퍼질러 자고 혼자 진전사터 석탑과
부도를 둘러보기로 했다.
아직 채 녹지 않은 잔설 너른 마당에 우뚝허니 버티고 선 석탑은
1층 기단부에는 천의를 휘날리며 연화좌 위에 앉아 있는 비천상 8구,
2층 기단부에는 무기를 들고 구름 위에 앉아 수미산을 지키고 있는 팔부신중,
그 위 탑신 면석에는 약사여래, 아미타불을 위시한 각 면에 여래좌상을 조성하였다.
자못 화려하기 이를데 없는 이 석탑은 통일신라기의 작품이란다.
10여 년 전과는 길목 동네도 많이 변했지만 부도 가는 길도 엄청 달라졌다.
부도 옆에 진전사라는 사찰도 생겼으니 말이다.
전에는 산 오르막 오솔길을 잠깐 숨을 몰아시도록 올랐었는데, 지금은 사찰
들어가는 길로 차량으로 진입 할 수 있어 그저 묵기다.
도의선사 승탑으로 불리는 이 부도는 최초의 승탑이기에 흡사 석탑 양식처럼
보이는데, 석탑의 기단부를 받침대로 사용하고 있어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기단부 위에 팔각 몸돌을 올리기 전 연꽃을 조각한 팔각 연화 괴임석,
팔각 몸돌 한 면에 이중으로 깊이를 달리 음각한 액자틀 같은 문비,
역시 팔각지붕 추녀에는 널찍하니 파인 절수홈과 깊숙이 지붕돌 괴임석,
지붕돌 윗면에는 낮게 팔각의 단이 있고, 단 아래로 복련이 장식 되어 있고,
정상부에는 원형의 보주가 아래 부분에 앙련을 장식하여
지붕돌 윗면의 복련과 서로 대조를 이루며 어울리게 장식하여 놓았다.
눈이 부시도록 햇볕 좋은 이곳에서 한참이나 부도를 둘러보며 시간을 때우는데
차에 자고 있던 집사람은 언제 일어났는지 빨리 가자며 난리다.
대구 칠곡 경대병원에 문상가야 한단다.
암만 그래도 강릉의 보현사에는 꼭 들러바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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