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지역/강원도

[스크랩] 설악 봉정암2- 감동 후유증, 체력 후유증이 심하니더

참땅 2009. 9. 7. 12:58

人 人 人 人 人

사람이모 다 사람이가 사람이 사람 같애야 사람이지

뜬끔없이 웬 사람 타령?

새기 듣지 말고 기냥 들어 노모 되니더.

이거 들었다가 어디 써 묵는다꼬 밥이 나오고 쌀이 나오는기 아이까네.


미련스럽구로 물 한 병도 없이 덥석 설악으로 덤벼든

내 꼬라지가 밉상시럽다.

우리 의기투합 일행이 그나마 두 병씩이나

챙겨 왔기에 다행이지 우엘뿐 했노 싶다.

해가 바로 내리쬐는 산꼭대기 대청봉은

아리도록 찬바람을 멈추지 않고

대청 대피소에는 쉬어가는 산꾼들로 넘쳐

허기진 육신 하나 제대로 숨고를 자리조차 허락치 않는다.

후들후들 거리는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

한걸음 한걸음 내딛어 보지만 설악은 그리 쉽게

속을 열어 보여 주지 않으려는 듯하다.

저 멀리 우편으로 화채봉, 칠성봉, 권금성 그리고 천불동 계곡

앞으로는 신선대, 울산바위, 별봉이 굽이치고

봉정암 가는 길로 접어들어 나란히 1275봉, 마등령, 황설봉이    

우뚝우뚝 큰 걸음으로 내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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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청을 지날 무렵 깎아지를 듯 한 내리막길이

가뜩이나 뼈마디마다 울려오는 고통에

부가세에다 할증요금으로 시련의 연속이다.

철제계단 난간을 부여잡고 잠시 숨을 고른다.

잠시나마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나 볼려고

알록달록 색색이 찍힌 단풍에도 취해본다.

머리 이마로 맺힌 땀방울은 주책시럽도록

염치없게 줄줄 흘러내리고

가랑가랑 목구멍에서는 단내가 폴폴

아까참에 얻어 놓은 물병의 물은 채 한 두 모금이다.

아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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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덜미 목에 걸린 빠알간 수건은 땀에 절어 그 조차도 버거운데

온통 엄버지기로 이어지는 돌에 돌로 만든

돌길, 돌계단에 발바닥은 흡사 불에 데인 듯하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볕은 가을 해답지 않게

뜨겁기 조차한데 등짝에 매달린 배낭은 축축하다.

역겨운 축축함으로 배낭을 벗고 조끼도 벗는다.

등산화도 벗어 찬 공기에 숨통을 트여주고 싶은데

귀찮다, 벌렁 드러누워 착한 하늘 아래 자고 접다.

구름조차 뵈지 않는 이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한 숨 자고 접다.


아이다.

아득아득 새가 빠지도록 가야 할 판에

무신 팔자 늘어지는 소리

그래도나마 좀 쉬고 나니 한결 몸은 가벼워진 것 같다.

그제사 팻말이 눈에 들어 온다.

‘소청대피소 0.4km’

와, 기냥 400m 그라모 안되나.

똑같은 의미인데 왜 km를 사용하는지

요런거 생각하는거 보이 아직 덜 죽았네...

길섶으로 뻗친 나뭇가지에 매달리다시피

그저 굴러가듯 가다보이 소청대피소란다.

여거도 사람들로 한가득이다.

우에우에 빈틈을 비집고 평상에 몸을 얹고는

한 홉쯤 되는 작은 쇠주를 꺼내 놓았다.

삐적삐적 땀이 나 죽을 판국에 쇠주는 무신...

의기투합 우리 일행은 투덜거리며 안주를 찾고

옆 자리를 보니 라면을 먹고 있다.

대피소 매점에서 라면을 팔고 있는데

한 그릇에 4,500원.

쇠주 한 모금에 라면 한 젓가락은 꿀맛이다.

소청 대피소에서 먹는 라면 그것도 4,500원 짜리 라면은

나무젓가락도 한 개 밖에 안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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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기계소리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머리 위로

헬리곱터가 낮게 날고 있다.

각 대피소마다 물자를 나르고

공원 내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헬리곱터란다.

과연 라면 한 그릇에 4,500원 하는 이유가 있었구만.

근데 장사가 엄청 잘 된다.

저 장사도 아무나 몬 하겠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 한 홉 쇠주도 남기고

돈 안 되는 허투른 소리만 흘려 놓은 채 대피소를 나선다.

내리지르는 급경사는 눈물겹도록 아득하다.

만~데 이 짓을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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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한발 조심스럽도록 어구야꼬 내려오이

우편 바위 봉우리가 엄청시럽게 큰 바우산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울뚝불뚝 하늘에서 내리박힌 바위 산 봉우리 아래가 봉정암 이란다.

아~ 봉정암!!!

아립도록 그리웠던 봉정암

이제사 봉정암을 찾은 것은 내 오늘을 기약함이었을까

빈대 낯짝만큼 눈물 찔끔, 합장하는 손끝이 희미하다.

한 모금 물로 몸도 마음도 갈증에 애닳은 내 그리움조차도

속으로 속으로 녹여 삼킨다.

퍼뜩 사리탑으로 올라가고픈 마음을 괜히 짓누르며

경내를 둘레둘레 훑어본다.

엄청시런 바위 산 하나가 온통 봉정암을 에두르고 있고

그 안에 살포시 내려앉은 절집은 마냥 소담하다.

허나 여기서도 산꾼은 예외 없이 넘쳐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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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보궁, 종각을 둘러보니 특별한게 별반 없어 보이는데

신도들 숙소로 쓰이는 마루 아래 기둥 초석이 예스러워 보인다.

마치 요강 같은 공굴림으로 예쁜 주춧돌과

마루 안쪽 기단 면석에 새겨진 꽃, 줄기의 새김은

오랜 세월을 담지 않았다하더라도 봉정암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눈요깃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리탑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새로 만든 윤장대도 보인다.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며 괜히 윤장대도 한번 돌려보고

먼데 하늘 밑에는 산들로 꽉 차 있는데,

사이사이 알록달록 고운 단풍도 익어가고 있는데,

흐느적흐느적 내 몸뚱아리는 존귀하신 사리탑을 뵐 면목이 없어

주저주저 비적 걸음으로 비웃하니 비켜 선

오르막 오솔길 옆 암반에 뚜렷한 ‘釋迦舍利塔’ 각석

하얗게 부서지는 햇빛은 온통 바위를 짓누르고

그 사이 바위덩이 속에서 연꽃을 헤집고 피어 오른

봉정암 사리탑은 그렇게 거기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이전에도 그러했듯 언제까지나 그렇게 그 자리에서 솟아나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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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요까이- 흥분을 조금씩 오래 간직하고 싶으서리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보일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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