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 일주문 소맷돌과 척주당, 세월각
일주문에는 문짝이 없습니다.
절집에 오는 사람 막지 않고, 절집에서 가는 사람 막지 않으니까요.
생각하는 사자
송광사 일주문은 한 단 높은 터에 있어 층계를 올라서야 통과 할 수 있습니다.
층계 좌우로 소맷돌이 있는데 이는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위태로움을 느낄까 봐
세운 것입니다. 통상 둥그스름하게 곡선으로 소맷돌의 윤곽을 설정하는데 여기서도
그런 소맷돌을 설치하였으며 다른 점이 있다면 끝에 사자가 앉아 있다는 것입니다
편안히 앉은 사자는 한쪽 다리는 내리고 한쪽 다리는 세웠는데 세운 다리 위에
팔꿈치를 괴고 앉아 손가락으로 턱을 고이고 깊이 사유하는 반가사유상 같은
탯거리로 감히 사자인 주제에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고향수(枯香樹)
일주문을 들어서면 껍질이 벗겨져 다 죽은 나무 하나가 돌무지 중앙에 서 있는데
이는 보조국사의 설화가 얽힌 고향수(枯香樹)라고 합니다.
‘너는 나와 함께 살자꾸나
내가 죽으면 또한 네가 숨죽였다가
내가 다시 이 도량에 오면
너는 다시 잎을 피어
나와 더불어 살자꾸나‘
보조국사가 입적하자 나무는 점점 시들었고, 그 후 800년 가까이
고향수는 그대로 죽은 듯이 서 있습니다.
죽었으면 썩어 문드러져야 하건만
아직도 성성한 채로 그 자리에 꼿꼿하게 서 있는가
아직 보조국사가 이 땅에 나투시지 않으셨음을 아는가
언제쯤에나 잎이 돋고 무성해지려는가
흰 구름 한 가닥이 나무 위를 헤엄쳐 간다
척주당(滌珠堂)은 남자 영가의 혼백을 모시는 곳으로 ‘구슬을 씻는다’는 곳으로
동향을 하고 있으며 대웅보전을 바라보고 있다.
세월각(洗月閣)은 여자 영가의 혼백을 모시는 곳으로 ‘세월을 씻는다’는 곳으로
북향을 하고 있으며 일주문을 바라보고 있다.
절에서도 내외 하나요?
그렇게, 그렇게 절에 가자고 가자고 졸랐는데 이 핑계 저 핑계 다 대더니
결국 갑자기 저승길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사십구재라도 해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애타는 하소연이다.
영가천도를 바라는 지극한 마음과 정성이다.
모셔오도록 하시구랴
그러나 그런 영가는 절의 습속을 알 리 없다.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천도를
해 봐야 어리둥절할 지경이다.
낭패다.
영가의 혼백을 모셔다 여기에 안치하고 수련시킨다. 수련이 끝날 무렵
비로소 영가천도 의식에 참여하는데 남녀가 내외하던 시절이라
남자 따로, 여자 따로 전용 건물을 만들어 혼백을 안치하려는 배려였다.
이는 재 지내려 온 혼백에게 까지도 깊은 배려를 하는 절집의 정성이리라
문명은 우리 생애의 한 도구에 불과한 것인데도 오히려 문명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되면서 인간은 자연과 함께 자기 자신을 잊고 살도록 현혹되고 말았다.
그 미망을 이 척주당과 세월각 속에서 깨닫게 되면 잊었던 자아를 되찾게 되고
즐거운 해탈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선인들의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신영훈의 역사기행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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