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견된 청양의 선각암각화
충남 청양 정혜산 정혜사의 한 암자에서 삼국시대나 통일신라시대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선각암각화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선사미술연구소 소장님이신
이하우박사님께서 같이 가보자 하셔서 기꺼이 동행하였습니다.
내심 그 이야기를 안 하면 어쩌나 하고 속으로 애만 태우고 있었는데...
신문지상에 이미 보도한대로 고상 가옥과 물 위에 뜬 배 등 실경을 그려 넣은 암각화가
발견된 것은 드문 일로서, 특히 역사시대의 암각화로서는 다섯 손가락 내에 드는 귀중
한 유물일 수 있다는 것에 무게를 두는 것 같았습니다.
07월 12일 까지만 하더라도 4명이 출발 예정이었는데, 너무 멀다는 핑계와 약속이
겹친다는 변명으로 2명은 포기를 하고 이하우박사님과 저 둘이서만 출발을 하였습니
다. 북부지방의 폭우 예상과 남부지방의 폭염 예상이 겹치는 날씨 뉴스에 걱정과 우려
를 품은 채 충남 공주방면으로 07/13일 오전 7시경에 길을 나섰습니다.
포항의 맑은 날씨가 영천, 대구를 거치면서 쟂빛 하늘을 연출하더니 어느 새 비가 떨어
지는가 싶었는데 맑아지더니, 공주를 들어서서는 금방 비를 뿌리는가 싶어 걱정이었으
나 청양 정혜산 입구쯤에서는 따가운 햇살을 뿌리고 있었습니다.
사찰측에서 ‘며칠 전 방문한 신문기자와 교수님들’의 너무 황당하고 무례한 행동에
더 이상 관람 또는 조사를 허하지 않는다는 스님의 확고한 의지에 이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에 큰 실망을 하려는 순간 멀리 포항에서 왔고 지난번 다녀가셨던 사람들을
대신해 사과드린다는 진심이 통하였는지 냉커피를 내오시면서 이렇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조사를 목적으로 사찰에 사전 통보라도 해주면 우리가 왜 도와주지 않겠냐며
암자에 전화를 넣어주겠다며 잠시 기다리시란다.
본사 정혜사에서 30여 분 간의 대화를 끝내고 가파른 오르막길 암자를 올라가다
중간쯤에 가니 ‘차량통제’ 팻말이 있어 차량을 주차시키고 10분 정도 올라가니 암자가
보였다, 마지막 오르막 커브길을 힘겹게 오르는데 우려했던 소낙비가 드디어 후두둑하
며 떨어진다. 급한 마음으로 오르다 마지막 피치라 정말 온 힘을 짜내고 있는데 소낙비
라니, 걸음도 겨우 한발 한발 떼고 있는데 소낙비라니, 한편으로는 땀에 젖은 몸뚱아리
를 씻어주는 비라서 시원하기도 하였지만 카메라와 도면 작업용 도구가 있어 비에
젖지 않기로 마지막 한 점의 힘을 짜내어 암자로 뛰었다.
불사가 한창 진행 중인 암자 앞에서 우산을 받쳐 들고 두 분 스님 서 계셨다.
인사를 하고 법당에 들러 부처님 알현하고 마루로 내려서려는데, 지금 암자가 정전이
되었다며 도와줄 수 있겠느냐 하신다.
어지러이 늘어진 전선을 살펴보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아 우선 차단기부터 살펴보았다.
메인/보조 차단기는 정상이나 배선브레이커 중 한 개에서 문제가 생겼다.
하필 그 브레이카에서 법당과 옆에 따린 곁방 요사로 냉장고와 밥솥, 보일러 등 스님들
의 주거처였다. 일단 원인을 알려주고 다른 곳의 전원을 해결해주고 나니 그나마 다행
이었다.
비가 그치고 나자 하늘은 쟂빛 구름으로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주니 숲속의 시원함을, 게다가 암자 앞으로 탁 트인 공간과 멀리서는 산들이 마치
파도처럼 마구 내달리고 있는 풍광은 부석사 안양루가 부럽지 않았다. 아찔한 풍광을
보는 맛도 잠시 언제 비가 올지도 모르는 일 빨리 도면 작업 마치고 부지런히 포항까지
내려가야 하기에 서둘러야 했다.
다행히 내리 쏟아지는 한여름 따가운 햇살이 없어 작업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굵은 선각, 가는 선각, 자연 선각 등을 일일이 구별하여 비닐에 그리고 맞추어 보고
무려 2시간 가까이 작업을 마치고 암자를 나서려는데 스님께서 점심공양하고 가라시
며 우리를 붙든다. 하마나 작업 끝나려나 된장을 4번이나 끓이셨다는 스님의 말씀에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오이, 매실 ‧ 깻닢 ‧ 무 장아찌, 김치, 물김치 그리고 된장 등을
다솜하게 내어 오신 소반은 그야말로 산사의 진수상찬이었습니다.
말끔하게 상을 비우고 나니 차를 우려 주십니다
두 분 거사님의 진솔한 모습에 진정성이 보였다며 부디 조사를 잘하여 좋은 성과있기
를 바란다며 아낌없는 칭찬을 쏟아주신다. 나중에 결과물을 한 부 보내주면 좋겠다하
여 기꺼이 응하고 스님의 융숭한 대접에 감사함을 표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도면 작업 시 나타난 연꽃모양과 글자 ‘大’ ‘天’, 배 모양의 선각과 선 굵기를 달리해
원근감을 준 흔적 등은 암각화에 잘 나타나지 않는 풍경의 묘사로 꽤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암각화였습니다.
포항에 도착하여 선생님과 저녁 겸 쇠주로 피로를 풀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던 조그만 암자의 스님께서 보여주신 성의 있는 점심공양과 차 대접
은 우리를 충분히 감동케 하였음에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며 스스로 자축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으며 상큼한 추억거리가 생긴 것 같습니다.
본사와 암자의 두 분 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2013년 07월 15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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