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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대웅전 수미단

참땅 2014. 7. 15. 10:58

수덕사 대웅전 수미단

 

기억 속에서나마 희미했던 예산 수덕사를 다시 찾은 건 순전히

팔공산 환성사의 힘이 컸다. 물론 주위 분들의 협조동행독려도 있었지만

환성사 수미단에 대해 공부하던 중 수덕사 대웅전 수미단이 고식형이란

걸 알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대웅전 건축물이 고려시대 수법이라 건축사적으로 귀중한 유물임에

틀림이 없으며 또한 모두들 그렇게 알고 있고, 그래서 찾아든 것이리라.

허지만 그래서 수덕사 대웅전 수미단은 관심 밖의 일로 치부해버려

자의반 타의반 우리는 귀중한 유물을 스스로 푸대접하는 결과를 초래하고야

말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고 우리와 아주

가까이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료를 뒤적이고

돋보기를 사용해야만 볼 수 있는 책을 수도 없이 읽어야만 한다.

 

이번 예산 답사에는 목표를 두 가지만 세웠다.

그 첫 번째가 수덕사 대웅전 수미단을 내 두 눈으로 꼭 확인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해미읍성 석축에 새겨진 청주, 공주 등의 각자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물론 추사 고택 유적지의 백송을 볼 수 있다면 덤일 것이고.

 

문화재청 사진

 

먼저 수덕사 대웅전을 찾았다.

수덕사 대웅전 삼세불좌상은 수덕사의 중흥조인 만공선사가 전북 남원에

있는 만행산 귀정사(歸淨寺)’에서 이운해 온 것이라고 한다.

중앙의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향 오른쪽에는 동방만월교주 약사여래불,

향 왼쪽에는 서방극락교주 아미타여래를 모셨다.

그리고 양 가장자리로 후대에 보살형 협시불을 함께 모시고 있다.

 

도촬의 결과- 1

 

수미단

지난 75일에는 경산 경흥사 수미단을, 12일에는 포항문길회원들과

팔공산 환성사 수미단을 그리고 이제 예산 수덕사 대웅전 수미단을 찾았다.

수덕사 대웅전 내부의 수미단은 이때껏 보아 온 수미단과는 전혀 딴판 이다.

좌우 장방형의 수미단이 각각 따로 떨어져 있고, 중앙에는 육각대좌를 별도

조성하였다는 것이다. 익히 보아 온 조선시대 일체형 수미단과는 전혀

양식을 달리 한다는 것에 묘한 매력을 보였다.

수미좌와 공양대가 일체형인 구조와 달리 불상봉안을 위한 대좌와 공양대가

분리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중앙 석가모니여래가 앉아 있는 육각대좌형 수미단에는 금강저삽화병목단

운파 등 고려시대 불탁의 특징인 안상 조각을 조성하였다.

 

불교미술에 등장하는 문양으로 팔부중, 십이지 같은 서수문을 넣었는데,

이들은 고려시대 수미단에서는 금강저와 귀면(?) 또는 용문으로 바뀌어

계승하게 되었다. 스님들이 불도를 닦을 때 쓰는 방망이를 의미하는

금강저는 대표적인 벽사기능을 하는 것인데, 수덕사 대웅전 수미단에

금강저를 표현하여 대웅전이 신성한 장소임을 강조하고 있다.

 

도촬의 결과- 2

 

이 수미단의 기초는 좌우 일반형 탁자와 달리 대웅전 마루 저면 약 30

지점의 초기 평면과 동일하며, 그곳에서부터 육각의 저대석이 탁자를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성 시기는 대웅전 건립연대(1308)와 같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부 족대는 조선초기 수미단에 표현된 운각의 외곽선이 이중으로 나타나고

족대 내부에는 구름문을 조각하고 채색을 하였으며 중첩된 운각 위쪽으로는

게눈문도 보인다.

이와 함께 수덕사 대웅전 수미단은 유일하게 대좌형 수미단을 육각과

장방형으로 각기 구성하고 있어 공예사적으로 귀중한 존재이다.

그리고 수미단 앞에 폭이 짧은 길쭉한 흑색 보탁이 놓여 있다.

 

문화재청 사진

 

수미단의 특징

수덕사 수미단은 구조상 불상봉안을 위한 대좌와 공양대가 분리된 모습으로

17세기 이전의 불전으로 고식형 수미단이라고 한다.

예불과 공양을 위해 수미단 앞에는 큰 다리를 가진 예불, 공양용 탁자가

배치되어 있으며, 특히 수덕사 수미단은 1308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고려불화에 등장하는 육각 수미좌의 모습으로

상하단 2단 구조에 보란과 삼엽화형 홍살을 장엄하였으며 천판이 없다.

 

보란(寶欄)이란?

불상이 봉안된 상대부를 보호, 장엄하기 위하여 천판을 중심으로

보란홍살 등을 설치하여 부처님의 세계를 보호하듯이 병풍역할을 하는

장식이 있는데 수덕사 수미단의 경우 ()반에서 그릇이 바깥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두른 변죽()처럼 수미단의 가장자리를 둘러서

호화롭게 꾸민 목조난간이다.

대좌의 경우엔 사면으로 난간이 설치되지만 수미단에는 좌우에만 설치된다.

   

홍살(紅箭)이란?

수미단 옆면이나 뒷면에 삼엽형의 창살모양으로 공간을 막아 세워댄

일종의 살책으로 보란처럼 불상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수미단과 한 몸인 일체형과 분리형이 있으며, 조선시대 중기 이전의

수미단에서는 천판 받침 하부에 휘장을 내린 듯한 깃발 형태의

번이나 술 모양의 유소의 모습으로 표현한 경우도 있다

 

이제 특징적인 수미단을 두 곳 본 셈이다.

고려시대 수미단과 불탁이 분리된 고식형 수덕사 대웅전 수미단,

상중하대 없이 중대만 있는 환성사 대웅전 수미단.

다음 차례는 보경사 수미단이다.

보경사 적광전 수미단은 향좌측 옆편 중대 안상 내부에 명문으로

연대와 발원자를 적어 놓아 시기에 따라 명문 기입 방법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화재청과 수미단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