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장기 두원리 소나무 당목
두원마을을 진입하면 소나무가 곧바로 나타나지만 주차할 공간이 없어
마을로 더 들어가 골목 어귀에 주차를 하면 된다.
가끔 불어 닥치는 매서운 바람이 겨울의 끝자락을 힘겹게 붙들고 있지만 손끝을
시리게 하는 바람에도 벌써 봄의 기운은 묻어 있다.
겨울에 푸르름이 더욱 돋보이는 소나무를 만나러 갔다.
포항시 남구 장기면 두원리 두내마을이 목적지다.
멀리서 보기에도 신기한데 가까이서 보니 더 신기할 따름이다.
두내(斗內)는 두 개의 내가 만나는 곳에 마을이 형성되었다 하여 또는
지형이 둥글고 오목하여 마치 말(斗)모양 같다고 하여 부른다고 한다.
이번 노거수이야기의 주인공인 소나무는 마을 입구 작은 개울 옆에 있다.
논 가운데 터를 잡은 이 나무는 일반적인 소나무와는 사뭇 다른 'ㄴ'자형을 하고
있다. 첫눈에도 기이했다. 소나무는 밑동에서 둘로 갈라지는데, 하나는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어 있고, 다른 줄기는 땅과 거의 수평을 이루며 뻗어 있다.
소나무의 모습이 처음부터 이랬는지 아니면 외적인 요인 탓인지 궁금했다.
두내마을이 고향인 김용식씨(74)는 "사라호 태풍때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태풍으로 인해 넘어지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됐다"며 소나무가 현재의
모습을 하게 된 연유를 설명했다.
포항시 자료에 따르면 소나무의 높이는 15m, 수령은 320여년이다.
수간 폭은 17m이며 곧게 서 있는 줄기의 가슴높이 둘레는 300㎝, 누운 줄기의
둘레는 169㎝다. 소나무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봤다.
땅을 단단하게 디디고 하늘로 뻗은 줄기는 어떤 시련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의지를 지키려는 장수의 강인함이 느껴졌으며 사방으로 뻗은 붉은 빛의 가지로
인해 우산을 펼친 듯한 수형을 하고 있다.
땅과 나란하게 뻗은 줄기는 다시 두 개의 가지로 나눠지는데 한 가지는 땅에
닿았다가 하늘로 올라가고, 다른 가지는 받침대에 걸쳤다가 하늘로 뻗어 있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눈앞에 증거가 있으니 의심을
품을 수가 없다. 힘겨운 삶이다.
줄기 곳곳에는 긴 세월 온갖 풍상을 이겨낸 자랑스러운 훈장(외과수술 자국)이
남아 있지만 거북등처럼 갈라지면서 검붉은 빛을 띠고 있는 껍질은 소나무의
건강미와 위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두내마을의 동제는 특이하다.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정월대보름에 동제를 지내지만 두내마을에서는
음력 6월3일에 동제를 한다. 추운 겨울이 아니라 한여름에 지낸다.
주민 김용식씨는 "예부터 그렇게 지내왔기 때문에 이유는 모른다"고 했다.
두내마을 동제에는 모내기 등 바쁜 농사일을 끝낸 주민들이 동제라는 마을 공동의
행사를 통해 주민간의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려는 선조들의 뜻이 담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흡사 여인네의 속살을 오롯이 드러낸 섹시하고 야릇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동제를 지낸 후 주민들은 소나무 아래에 모여 음식을 나눠먹으며 하루를 즐겁게
보낸다. 현재 1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두내마을에는 남자가 두 명밖에 없다.
김용식씨는 "아직은 내 몸이 건강해 동제를 지내고 있지만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마을이 있는 한 동제가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나무는 두내마을 최고 어른으로 존경받고 있는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목이다.
세월이 흘러도 주민들과 함께, 그리고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길 기대한다.
- 이지용의 노거수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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