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비지정문화재

포항 내연산 백계당 금줄

참땅 2010. 4. 28. 09:28

2010년 4월 28일 포항 내연산 산신제에 앞서 지난 4월 25일

내연산 할매신을 모신 백계당 청소 및 금줄을 치고 왔습니다.

 

                      마을 유사가 왼새끼를 꼬는 모습입니다.

 

금줄은 부정한 것이 들어오는 것을 엄금하는 줄 다시 말하면 내부 공간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와 내부를 차단하는 줄이다. 그래서 금줄은 신성공간과 세속공간을 구별 짓는 줄이기도 하고, 세속공간을 깨끗한 신성공간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작년에 사용하였던 왼새끼입니다.

 

그래서 금줄은 질병과 고통과 재난으로부터 인간의 삶과 생활공간인 마을과 집과 개인을 지켜 내려는 안간힘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마을이나 집안으로 사악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왼새끼로 꼰 금줄의 주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래야 풍요로운 공동체가 실현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금줄을 치고 있습니다.

 

선조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악한 귀신이라는 이름의 부정함을 막기 위해 땅으로 기어서 들어오는 나쁜 기운은 황토가 막아주도록 하였고, 위로 날아 들어오는 귀신은 금줄로 하여금 막도록 했다. 공간을 보호하기 위해 이중의 보호 안전장치를 고안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붉은 색은 예로부터 귀신이 두려워 한 색이었다. 여기에다 귀신이 두려워 한다는 왼새끼까지 완벽한 보호막을 만들어낸 것 이다.

 

                  이 금줄을 치는 순간 속세의 범접을 금하고 있습니다.

 

이 왼새끼의 금줄은 단지 아이가 태어났을 때만 사용되지 않았다. 인간 생활 중에서 신성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행위에는 왼새끼가 뒤따랐다. 예컨대 가축이 새끼를 낳았을 때에도 바닥에 새 짚을 깔고, 불을 밝히고 왼새끼를 마굿간에 둘렀다. 소중한 가축이 탈 없이 새끼를 낳고, 잘 자라기를 염원한 것이다.

 

                                      솔가지를 달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물에 대한 관심도 대단했다. 축적된 경험적 지식으로 물이 좋지 않으면 이로 인해 병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마을 공동우물을 일 년에 한번은 청소를 했다. 고여 있는 물은 퍼내고 바닥에 입자 굵은 모래와 숯을 깔고는 우물 주위에 금줄을 쳐서 며칠 동안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솔가지 개수도 홀수로 달고 잇습니다.

 

마을입구 당산나무나 돌무더기에도 금줄을 둘렀다. 정월 초 온 부락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지신밟기 후에 긴 행렬을 지어 마을을 수호해 주는 중심이라고 여긴 당산나무로 가서 풍물을 치고 금줄을 둘러 비손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당산나무나 돌무더기에 친 금줄은 재앙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려는 의도였다. 1년간 집안사람들의 입맛을 좌우하는 된장이나 간장을 담글 때도 금줄은 사용되었다. 장독에 금줄을 두르고 마지막으로 한지로 버선본을 만들어 붙였다. 장맛을 해치는 주범은 버러지들이기 때문에 이것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주술행위였다. 벌레들이 장독에 접근하면 발로 밟아 죽이겠다는 위협이었던 것이다.

 

                              검정 봉다리의 황토를 뿌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만 그친 것은 아니다. 매년 풍농을 기원한 의식의 하나인 줄다리기에도 왼새끼는 등장한다. 지금은 의례의 신성함은 사라지고 민속놀이로 전락했지만 그래도 줄다리기의 왼새끼 줄에서 왼새끼의 신성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줄다리기는 대개 마을 내부에서 행할 경우 윗담과 아랫담으로 편을 가르기도 하고, 때로는 남녀간 편을 나누기도 한다. 물론 성끼리의 승부일 때는 반드시 여성편이 승리해야 한다. 여성이 생산성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 측이 이겨야 그 해 풍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줄다리기 후에 사용된 새끼는 반드시 불에 태웠다. 제사 후 소지하는 것처럼 신성시한 것이다.

                         이 황토 뿌리는 수량도 물론 홀수로 합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이 새끼줄을 가져와 불에 태워 잿물을 마시기도 하고, 새끼줄을 집안에 매달아 두기도 하고 베개 속에 넣기도 했다. 그러면 새끼줄의 신성한 힘이 자신 몸속으로 들어온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영산 지역에서는 줄다리기 줄을 아이를 잉태하지 못한 아녀자가 줄을 넘으면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풍속이 전해져 줄을 넘으려는 아녀자들과 이를 제지하려는 사람들 간의 시시비비가 자주 일어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모두 줄을 신성한 생생력을 지닌 성스러운 물건으로 받아들인 주술행위들의 증거 들이다.

 

    이제 금줄, 솔가지, 황토가 다 뿌려졌고 제사 때까지는 일체 속인의 범접은 물론

                     속세의 온갖 미물들까지도 출입을 금하게 됩니다. 

 

또 왼새끼는 여러 전염병과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사용되었다. 천연두나 홍역이 창궐할 때는 마을 입구에 튼튼하게 왼새끼를 여러 겹 매달고, 집집마다 대문에도 금줄을 쳤다. 이중삼중의 저지선을 뚫고 들어온 질병이라는 나쁜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마지막으로 동원된 것이 부적이다. 호랑이나 닭 등 신성한 영물의 그림과 상징화된 부호가 유행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굿을 할 때도, 집을 새로 지을 때도 환자가 있는 집에서도 왼새끼로 꼰 금줄은 자리하고 있었다. 이 줄은 인간의 힘만으로 해결 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을 때 초자연적 힘에 의지해 해결하려는 생명의 줄이었다.

이와 같이 우리의 금줄은 자연과 우주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대처한 우리 민족의 영원한 문화상징코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