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흥해민속박물관 야외전시장의
재미있는 비석 이수가 있어 소개합니다.
향좌측이 아무래도 숫룡 같습니다.
삐죽 아래로 뻗친 어금니 두 개, 힘차게 휘날리는 갈기 등
그 생긴 모습이나 우측 룡에 비해 역동적인 용틀임,
특히 몸신이 우측 몸신 위에 위치하고 있어 지 눈에는
틀림없이 숫룡이라는 걸 확신하게 합니다.
서로 다투고 있는 여의주는 알력싸움으로 인해 납작하게 변했고
서로 지지 않으려는 듯 얽키고 섥킨 몸체에 바짝 돋아난 비늘이
손을 대면 베어버릴 듯 날카롭기 그지없습니다.
보면 볼수록 조각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기가 있고 활달하여
금방이라도 박차고 하늘을 오를듯한 모습에 반하여 소개합니다.
비석과 한 몸체를 이룬 이 이수는 야담으로 시작합니다.
불경스럽게도 사또가 관장하는 동헌 앞마당에서 연애를...
‘ㅎㅎㅎ 너, 일루 와봐’
‘어머머 왜 이러세요?’
‘다 알면서 뭘 그래’
‘알긴 뭘 안다고 그래요’
ㅇ~ㅇ 쪼~옥
‘어매어매 사람 아니 룡 살려’
‘좋지좋지, 좋아 죽지’
‘어~매!!!’
‘흐ㅎㅎㅎㅎ'
음탕한 모습으로 히쭉 쪼개며 이빨을 드러내 놓고 실실 웃는 모습의 숫룡과
졸지에 키스를 당한 암룡은 기가 죽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으매, 으매 이 일을 우야노...
이수에 새겨진 연대와 연꽃은 알겠는데 연꽃 위에
흡사 나비처럼 날고 있는 이 그림은 도무지 무슨 그림인지...
나비처럼 보이긴 하는데, 나비를 이수에 새긴 걸 아직 보지를 못했는지라,
우에 보면 나비 같고, 잠자리 같기도 하고
충비갑련지비(忠婢甲連之碑)
매끄러운 비신에 큼직하게 새긴 이 글씨체가 참 좋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거의 전체 면을 아우르듯 새겨진 ‘충비갑련지비’
무신무신 관직에다 영세불망이니 공덕이니 하는 말이 없으니
보기에도 시원하고 글씨체도 깔끔하고...
흥해민속박물관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흔히 보는 비석이라도
이렇게 찬찬이 뜯어보면 재미있는 소재가 참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우연히 들렀다가 우연히 쳐다 본,
그래서 그 우연이 가져다 준 작은 행복을 나누어 가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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