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비지정문화재

[스크랩] 다 같이 돌자 우리 동네 한바쿠- 포항 남구지역 외곽지

참땅 2009. 10. 6. 10:57

번잡한 포항 시내를 벗어나 구룡포로 향하는 31번 국도변에는 볼거리, 먹을거리

무엇보다도 얘기꺼리가 많아 충분히 무료함을 달래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해국’이라는 다소 생소한 바다국화가

이맘때쯤 그 연한 보라색으로 우리의 시선을 잡아두고 있으며

크고 거창한 유적유물이 아니더라도

고만고만한 재미로 다가오는 이 길에 얽힌 얘기와 사연을 소개합니다.


포항에서 구룡포로 가다가 포항공항 가는 길 삼거리에

최근에 조성된 흉물스런 조각상이 하나 보입니다.

일명 꽁치꼬리라 하는데 무심코 보면 흡사 고래꼬리로 보입니다.

한때 ‘왜 남의 집 마당에 꽁치꼬리를...’ 해가

철거하라니, 이전하라느니 해쌓다가 요지음은 조용합니다.


포항 구룡포의 명물인 과메기 특구 홍보용 전시물 조각인데

그 디자인을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 따 왔다나요.

문제는 꽁치하고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동해면 도구의 길목에 조성되었다는 겁니다.

도구 사람들이 열 받을만 하지요.

근데 그 조각상이 그대로 있는데도 요즘 도구 사람들- 조용합니다.

동해면 임곡리에 연오랑, 세오녀 기념관 사업을 세워준다는 그 달콤한 유혹에

도구사람들 마 조용해졌다나요- 믿거나 말거나... 

 

                           고래꼬리가 아이고 꽁치꼬리입니데이

 

다시 구국도를 따라 도구리에 있는 동해면사무소 뒤편으로 가면 일월사당이 있습니다.

연오랑, 세오녀를 모시는 일월사당은 잘 아실겝니다.

지금도 매년 제사를 지내고 있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옛적에는 사당 뒤에 교회가 있었으나 지금은 사당 우편에 나즈막한 교회가 있습니다.

사당 아래로는 도구 5일 장터가, 평소에는 한적하게 앉아 있습니다.

 

                                        연오랑, 세오녀를 모시는 일월사당

 

포항에서 꽤 유명한 동해막걸리, 근데 요즘 동해동동주가 엄청 인기입니다.

지도 맻통 사묵아 밨는데 제법 괜찮더라구요.

허기사 구룡포 용주리 우리 어무이 얘기로는 밥대신 이거 묵는답니다.

우리 어무이가 그런기 아이고 동네 사람들이... 

동해동동주를 사다가 사이다 태아 묵으모 그래 맛있다나요.

그냥 마셔도 좋은걸 와 사이다를 태우는지는 모르지만.

한 되짜리 큰병 하나에 2,500원, 추석 전에는 이천원 카디만

추석 쇠고 포항 오면서 사러가이 그당새 5백원 올라 뿌데요.  

 

 

                       한 되짜리 한병에 이천오백냥

 

사당 앞 아래로는 동해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는데 그 역사가 꽤나 깊습니다.

지가 국민학교 시절 5년 동안 다녔던 곳이기도 하구요.

학교 내의 유적으로 선돌이 있고, 기념비가 2개 있습니다.

하나는 박우석 선생님의 추모비, 또 다른 하나는 이상득하사 공적비입니다.

박우석선생님은 도구해수욕장에서 학생들 데리고 해양훈련 하다가

갑작스레 물아 닥친 큰 파도에 휩쓸린 학생들을 구하고 자신은 숨진

그 살신성인의 실례를 길이 기리고자 세운 비석입니다.

그리고 이상득하사는 월남전에서 수류탄에 자기 몸을 던져

주위 동료들을 구한 공적으로 2006년 호국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많이도 변한 동해초등학교를 나와 다시 구국도를 타고 석동으로 향합니다.

 

                                      동해초등학교 내의 선돌(입석)

 

구. 석동 석리라고 새겨진 돌이 대리석위에 얹혀있는 동네표석이 나타납니다.

기막힌 사연 또 하나- 경북매일신문 기사입니다.

“이번에 도난당한 포항시 남구 동해면 석리 암각화는 지난 2000년 초

석리암각화를 발견한 암각화 학자 이하우씨가 포항시에 보존조치가 시급하다고

건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바위가 산 중턱에 있고 발견 후 8년여 동안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누가 가져갈지 몰랐다‘고 말하고 있어 한심하기 그지없다.

비지정문화재인 석리 암각화는 원삼국시대 것으로 추정되며

지금까지 조사된 적이 없어 한국 암각화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우리나라 암각화는 울산의 반구대와 천전리 암각화가 있지만

대부분 칠포리 암각화와 같은 구조를 지닌 검파형이지만

석리암각화는 인면 형태의 암각화로 동북아시아에서 일반적으로 조사되고 있는

유형과 같으므로 좋은 비교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인면암각화가 새겨진 바위를 2008년 초에 도난당하여 신문과 방송에 나간 이후

어느 날 갑자기 석리 동네 표석으로 변하여 떡하니 나타났습니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죠.

석자 밑으로 리에 걸쳐진 계란모양 타원형의 선각이

사람 얼굴처럼 생겼기에 인면암각화라고 합니다.

 

                인면암각화가 새겨진 바위- 석리 동네 표석으로 변신해버렸다.

 

여기서 다시 구룡포 방면으로 향하다가 상정 갈림길에서 공당 쪽으로

역 500m 정도 가면 우측으로 나직히 엎드린 민묘가 나타나고

바로 거기에 바위구멍이 가득 새겨진 알바우가 있습니다.

제법 깊게 새겨진 큰 바위구멍을 중심으로 나선형 바위구멍 등

약 150여개의 바위구멍을 품은 바위가 앉아 있죠.

 

 

 

다시 가던 길로 공당1리로 들어서서 첫 번째 다리를 지나치고

두 번째 다리를 건너 200m 정도의 거리에 바위와 나무가

더부살이하는 큰 고인돌이 나타납니다.

기괴할 정도로 음습한 기운을 가득 품은 고인돌을 뒤로 하고

오던 길로 되쳐 다시 구룡포로 향합니다.

 

                                       다리 위에 오붓한 깨 말리기

 

물론 구룡포에도 아기자기하게 볼거리가 많지만 지나쳐서

계속 대보 쪽으로 가다보면 포은 정몽주가 말(斗)같이 생겼다 해서

두일포라 불렀던 들포가 나오는데 동네 입구 얕은 동산에

‘전국최우수예비군소대기념비’ 라는 요상한 비석이 서 있습니다.

당시 소위 ‘전국예비군대회’ 라는걸 구룡포 석병리에서 했답니다.

그래서 아마 주최 측 배려로 이 동네를 선정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가던 길로 계속하여 오르막 지나 평지 좌우 논배미 사이 섶으로

좁은 길이 우편으로 길게 바다 쪽으로 누워있는 시멘트 길로 잡으면

한반도 동쪽 땅끝 마을이 나옵니다.

지는 암만 생각해도 정동에 정동진, 대보의 호미곶 보다

이곳이 동쪽 땅끝 마을이라는데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마는

우엤던 여기가 동쪽 땅끝 마을이라 캐가 지구모양의 비도 세워져 있습니다.

 

                                                      동쪽 땅끝 마을 비

 

다시 대보 방면으로 석병리를 지나 강사리 다무포에 차를 세웁니다.

다무포 고래해안 생태마을

표식만 덩그러니 주차장만 있고 암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길목 맞은편 두어채 집이 있는 쪽으로 가면

엄청 큰 고인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집 옆 담벼락에 바짝 기대어 그 큰 덩치를 어떻게 숨길지 몰라

대충 낮은 대나무와 함께 숨어 있는 고인돌은 밸로 정이 안갑니다.

이유는 내도 모립니다.


한 호흡에 쪼매 여유를 부리며 다시 대보로 향합니다.

송림모텔 옆길 내리막 해안길로 접어들자마자 차를 세웁니다.

호미곶 해국 자생단지 공원.

호미곶을 끼는 해안가에는 요즘 옅은 보라색의 꽃들이 만발합니다.

이 꽃은 국화과의 식물로 일명 바다국화로 불리우는 해국입니다.

이 지역 일대는 해국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습니다.


해국은 일반국화와 달리 꽃대가 매우 낮습니다.

모진 동해바다 바닷바람에 시달려서인지 작은 체구를 갖고 있습니다.

혼자서 떳떳한 장미보다 화려하지 않고, 백합만큼 짙은 향기를 뿌려주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화려하지도 않고, 짙은 향기도 없는 꽃이 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줍은 듯 소박한 모습이지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다정한 모습들이

흡사 우리네 모습들과 닮아서 일까요?

 

 

 

가을 날, 햇볕 좋은 가을 날

이곳 해국공원에는 옅은 보라색 해국도 좋지만 퓨전 화장실이 있어

우리네를 더욱 즐겁게 합니다.

물론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올망 조망한 비석들도 주변에 흩어져 있어

이들 비석의 가지가지 사연을 가슴으로 느껴보는 소중한 시간도 함께라면

여행의 참맛은 더욱 좋을 겝니다.

짜한 기분을 퓨전 화장실에서 다 내려놓고 다시 갑니다- 호미곶으로.

 

                         문도 없고, 벽체도 잘리었지만 지붕은 있습니다.

            퓨전화장실 내부- 여기서 볼일 볼 사람은 필히 문지기를 대동해야 한다.

 

최근 신축한 등대박물관, 구등대박물관을 다 둘러봤다면

미니어쳐 등대가 있는 바위쉼터에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 바위를 훑어볼까요.

초대 등대장이었던 일본인의 비석 기단으로 추정되는 비 받침대가 있고

바로 그 앞에 바위구멍이 새겨진 바위가 묻혀 있습니다.

등대가 들어서기 훨씬 이전부터 여기는 우리네 할머니들이

내 새끼 잘되게 해달라고 빌던 신앙터였습니다.

어쩌면 초대 등대장이었던 일본인이 급살을 당한게 당연한건지도... 

 

                                       초대 등대장 비석 기단부

 

                      우리네 할매들이 비는 바위 앞에도 바위구멍이 있다.


무작시럽도록 변해가는 해맞이공원에서 대동배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구만리 까꾸리계, 쾌응환호 조난비, 독수리바위를 만날 수 있고

대동배를 거쳐 흥환리에 장기목장성 비석, 풍형동굴, 신선대 등등은

소개 해드린 것 같아 여기서 이만 접습니다.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보일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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