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어사 지장시왕도
지장보살도의 기본 구도는 본존을 중심으로 하여 권속들이
둥글게 에워싸는 군도형식이 가장 기본을 이루게 됩니다.
오어사 대웅전 영단에 조성된 지장시왕도
현재 사찰에 봉안된 불화 중에는 조선후기인 1800년~1910년대,
이 기간 동안에 가장 많이 조성되었습니다.
오어사 대웅전 내 지장시왕도 또한 이 시기의 작품입니다.
그동안 19세기의 불화들은 소위 고불화의 양식이라든가 기법이
많아 뒤떨어진다 하여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그에 따라
이 시기의 불화에 대한 연구 또한 거의 전무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에 제작된 지장보살도와 시왕도는 상당한 숫자에 이르러
아직까지 조사가 안 된 불화도 많으리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대좌 아래 공간에 원권을 만들고 내부에 두 동자상을 넣었다.
오어사 지장시왕도는 지장보살의 대좌 아래에 원권圓圈을 만들고
그 안에 동자를 2명 배치하는 새로운 도상을 채택한 점입니다.
이러한 형태는 18세기 말의 보덕사 지장시왕도에도 보이고 있으나
19세기 이후에 크게 유행하여 통도사, 흥천사, 정수사 등 많은
작품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형태는 본존의 대좌 아래 부분에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 머리에는
쌍계雙髻를 하고 맨발에 청련靑蓮의 연밥 위에 서 있습니다.
향우측 동자는 등에 봇짐을 매고 있지만 향좌측의 동자는 지물이
없으나 하늘거리는 붉은 옷자락을 두광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통상 두 동자는 권선징악을 상징하는 선악으로 구별한다지만
여기서는 그 구별이 쉬이 되질 않습니다.
반가좌 모습의 지장보살
그런데 지장보살의 앉음새를 보면 용문사, 대흥사 지장시왕도처럼
왼다리를 내린 반가좌 자세인 것입니다.
왼손에 보주를 들고, 오른손은 장식매듭 붉은 영락을, 미타 수인인
하품중생 손가락 사이로 끼워 들고 있습니다.
상호는 인자한 여성화가 아니라 굳센 남성의 이미지가 확연하고
흡사 고리처럼 생긴 입술 아래 수염과 압정을 거꾸로 세운 듯
둥근 호를 그린 윗부분과 달리 뾰족하게 아래를 세운 턱수염도
이채롭지만 군청의 겉옷과 달리 슈퍼맨의 붉은 망토를 걸친 듯한
착의법도 일반 보살도와는 차이가 보입니다.
엄숙한 지장보살이 계신 자리에 이라모 되나...
그런데 이 불화에서 가장 파격적이고 발칙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으니
지장보살 옆에서 얼굴을 홱 돌린 판관이 옆 녹사에게 빈정대면서도
눈은 지장보살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아마 지장보살을 흘겨보는지도
모르지요. 손에 든 책은 경전이라기보다 명부일겝니다.
지장보살이 야는 극락에 보내라 했지만 명부에는 지옥이라고 나왔으니
명을 거역할 수는 없고 해서 지장보살을 원망의 눈초리로 흘겨보는지도.
우두나찰
마두나찰. 옆의 천녀 눈웃음이 귀여웁다.
그 위쪽에는 牛頭나찰이 지장보살의 팬 인양 사랑스런 눈으로,
그 반대편 馬頭나찰은 그런 牛頭나찰이 한심스러운 듯 손사래를 치고
있습니다.
도명존자
무독귀왕
아래쪽 하단에는 지장보살의 협시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이 청색 두광을
하고, 손은 경건하게 합장하고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머리에 책을 올린 염라대왕.
앞쪽의 천녀는 두 손으로 상스러운 지물을 들고 있다.
뒤쪽의 시왕중 한 명은 무언가 불만에 찬듯 눈을 다른데로 돌렸다.
향우측에는 제일진광, 제삼송제, 제오염라, 제칠태산, 제구도시 대왕이
시립하고 있는데 그 중 머리에 책을 올린 염라대왕이 눈에 들어옵니다.
향좌측에는 제이초강, 제사오관, 제육변성, 제팔평등 제열오도전륜 대왕이
그 안쪽으로는 두 천녀가 상스러운 물건을 조그마한 단지에 넣은 듯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쳐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흩어진 월직사자, 일직사자와 두 금강도 보이는 듯합니다.
오어사 수조 - 복 마이마이 채워주세요...
오어사 지장시왕도는 1900년에 조성되었으며, 화사 碧山瓚奎와 景秀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주에 걸쳐 오어사 유물전시관 청소를 하고 있는 김혜진선생님
증거를 남겨 놓아야 한다기에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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