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지역/경상도

부산박물관 - 목조옴마니반메홈소통

참땅 2015. 9. 14. 10:54

 

아쉬웠던 여름이 밀려오는 가을을 시샘이라도 하듯

하소연의 눈물바람은 치적치적

짧은 소매 얇은 옷자락은 안으로 파고드는 얕은 한기에

자꾸만 옷깃을 여미게 하는데

어이 올 가실은 유난히 빨리 온다고 투정 부릴까?

갈색가시 갈 햇밤은 어느 새 툭툭 떨어지고 있건만,

전혀 색깔을 달리 할 것 같지 않던 대추도 바알갛게 익어가고 있건만.

 

그냥 조용히 혼자 갔다 와야지 했던 부산 기장 답사도 자본주의 색채로 무장한

집사람 장정필로 인해 무너졌다기보다 어쩌면 내가 더 원했는지도 모른다.

주유, 통행료, 휴게소 간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값.

 

우에 이리 부산 가는 길이 이다지도 험하고 먼 지

1365일 내내 도로공사로 짜증나던 고속도로는

오늘 유난히 더 하다 싶었는데 결국 사고가 났나보다.

고스란히 1차선 도로를 경찰차량 2, 추돌 가해/피해 차량 각 1

그 차량들로 인해 거의 30여분을 거북걸음으로 엉금엉금 기다시피

정체지역을 빠져나오니 앞도로는 그냥 훤한 백주도로다.

 

차량 정체, 우중 운행들로 인해 예상시간보다 거의 1시간 이상을 소비했다.

점심시간을 넘겼지만 우선 부산박물관을 둘러보고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부산박물관은 한 번인가 두 번 정도 들른 적이 있지만 오늘 들른 것은

천년고찰 범어사특별전 때문이다.

 

 

목조옴마니반메홈소통

목조옴마니반메홈소통은 불교의식을 행할 때 발원문發願文이나

소문(疏文: 부처나 명부전 앞에 죽은 사람의 을 아뢰는 글)

넣어두기 위해 사용 된 것이라 한다.

난간형의 기단부에 네모난 기다란 장방형의 통형 몸체

그리고 보개형 덮개부로 구성되어 있다.

기단부 하단에 연꽃을 새기고 상단에는 10마리의 들이 난간 손잡이를

입으로 물고 물어 연결하고 있다.

 

()자와 정법계 진언 옴람

 

기단부 상단 난간을 룡들이 입으로 물어 연결하고 있다.

 

 

소통 몸체부는 투각기법의 정교하고 화려한 덩굴무늬(당초문)를 바탕무늬로 하여

모란꽃 연꽃 동백꽃 등의 만개된 화문 안에 [옴마니반메홈] 앞면과 뒷면에는

[()]자와 [옴람(정법계 진언: 나를 포함하여 일체 법계를 청정케 하는 진언)]

양각으로 새긴 후 황금색을 채색하였다.

 

보개형 덮개부의 네 모서리에는 각각 봉황을 조각하여 꽂아 두었으며

소통 내부 판목 손잡이에는 두 마리의 을 그리고 마치 쌍룡보검처럼 생긴

기다랗고 특이한 판목을 넣어 꽂아 두었다.

조성 시기는 조선후기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범어사 특별전 도록 참고)

 

()

 

 

람 - 위의 옴+람옴람(정법계 진언)

석남사 입구 루각 문에도 이 범자가 있다.

 

 

이 목조옴마니반메홈소통을 보고는 한참동안이나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토록 화려한 문양과 정교한 조각이 공개된 박물관에 자리하지 못하고

몇몇 사람들만의 유물로만 존재한다는 것에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도 하지만

어쩌랴...

사진을 엄청 찍어댔지만 실력 문제로 인하여 거의 실패하여

거금 삼만 원을 주고 도록을 사버렸다(사실은 집사람 장정필이가 사줌)

 

 

 

이외에도 목조팔각불감 내부 천정의 화려한 채색과 고개를 내민 운룡,

개금을 한 문짝 내부의 인왕상 조각이 기억에 남으나

그래도 이 목조소통의 화려함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