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승 기전의 관음보살도
자연을 배경으로 암좌에 앉아 온 세상 인간의 온갖 번뇌의 소리를 들어주는
자애로운 모습의 관음보살상은 옛부터 인기 있는 도상으로,
어느 시대 어느 지역 어느 사찰을 막론하고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관음보살상의 많은 유례가 그 사실을 증명 해주고 있다.
커다란 대원륜大圓輪 내에 관음보살이 정면을 향해 앉아 있고,
대원륜 바깥에는 靑 ‧ 紅 ‧ 綠 ‧ 黃 ‧ 白색 등의 채운彩雲이 에워싸고 있어
매우 화사하고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불화이다.
관음보살은 해수면 위로 우뚝 솟은 암좌에 앉아 오른손으로 바위면을 짚고,
왼손은 무릎 위에 걸친 윤왕좌의 모습이다.
머리에는 화려한 장식이 주렁주렁 달린 보관을 착용하였으며
얼굴은 약간 갸름하면서 둥근 편으로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온화한 이미지이다.
금색보관 중앙에 화불을 올렸다.
머리에는 화불이 배치된 삼릉형의 금색보관을 착용하였고,
양쪽 어깨로 흘러내린 보발(머리카락)은 세 가닥으로 나뉘어 구불구불 흘러내렸다.
착의는 청색 군의를 걸치고 가슴 부위에 승각기와 매듭이 보이며,
보관에서부터 걸친 백의는 양족 어깨를 감싸고 복부 앞에서 교차되어
발아래로 곡선을 이루며 암면 바닥에 굽이치며 흘러내렸다.
여기에 화려한 보관과 영락 장식, 복부에서 백의를 고정시킨 태극무늬의
금구 장식, 반시계방향으로 원을 그리듯 굽이치다 다시 시계방향 곡선으로
반전을 이루며 물결치듯 흘러내린 백의자락 등이 그 화려함을 더하고 있다.
특히 관음이 앉은 암좌는 금분 바탕에 녹청안료로 인화문을 묘사하여
화려함을 더하고 있고,
백색 바탕의 바위 면에도 역시 인화문을 흩뜨리고 있어 이색적이다.
속계에서 맨발로 합장하는 선재동자
관음보살의 왼쪽 발언저리 건너편의 나즈막한 바위에는 관음보살을 경배하는
합장형의 선재동자를 배치하고, 그 반대편 오른쪽에는 허리를 다소 구부리면서
관음보살을 경배하는 용왕과 용녀로 추정되는 인물상 2위를 배치하였다.
사갈라용왕과 용녀도 허리를 굽혀 관음보살에게 경배하고 있다.
관음의 오른쪽 뒤편에는 금색 정병과 세발향로가 놓여있고,
그 위쪽으로 길조의 상징인 靑鳥(파랑새) 한 마리가 막 날아들고 있다.
이 청조는 중국신화 서왕모와도 연관이 깊은 새이다.
깎아 지른 절벽단애와 출렁이는 해수면, 그리고 대나무와 수묵 ‧ 구름과
서기 등의 충만한 자연산세가 배경을 이루고 있다.
관음보살이 앉은 바위의 암면은 금니로 칠해진 반면 선재동자의 암면은
백색바탕이어서 聖界와 俗界를 구분 짓고 있다.
금색 정병과 세 발 향로 - 향로에는 喜 壽 글자가 쓰여져 있다
색 띠로 구성된 대원륜과 그 주변을 오색채운으로 에워싼 광경은
관음보살도의 장엄하고 화사한 광경일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녹색과 백색,
청색과 적색 외에 백색안료와 금분의 활용, 바위 상면에 소형 화문을 흩뜨린
장식적 요소 등이 필선의 섬세함을 돋보여 화려함을 더 해주고 있다.
이 같은 도상을 갖춘 관음상은 고려 14세기와 조선전기의 수월관음도 도상이
종합화된 것으로 조선후기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이 관음보살도는 20여점이 알려진 19세기 불화 중에서 수화승 기전의 개성이
한껏 드러난 사례라 할 수 있다.
길조의 상징이자 관음보살의 통신꾼인 파랑새 - 서왕모와도 관계가 있다.
화면 하단 좌우 양측에는 화기란을 두고 그 안에 묵서명이 있다고 한다.
근데 아무래도 원본이 아닌것 같아 영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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