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박물관 답사 시 접했던 즐거움
김정희, <단연죽로시옥>, 종이에 먹, 81×180cm, 영남대박물관
추사체 조형미의 진면목과 함께 조촐한 선비의 마음을 전하고 있는
강상시절에 완성한 단연죽로시옥(端硏竹爐詩屋) 삼묘노회
11월 07일 우중에도 불구하고 떠난 영남대박물관 답사 중
뜻하지 않게 만난 추사 김정희 글씨는 큰 감명으로 닿았는데
지난 달 충청도 홍성 답사 때 사운고택의 부엌입구에 걸린 주련이
머릿속을 헤매고 다녀 영 찜찜했었는데, (단연죽로시옥) 자료를 찾다
(대팽두부과강채, 고회부처아녀손)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정희는 특히 예서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는 『완당전집』 권 「우아에거 써서 보이다」에서
“예서는 서도의 조가이다. 만약 서도에 마음을 두고자 한다면
예서를 몰라서는 안 된다.” 라고 밝히고 있듯이
예서를 서도의 으뜸으로 삼았다.
이 예서는 김정희가 제주도 귀양살이에서 풀려난 뒤
강상(서울 용산부근)에 머물던 시절에 쓴 명작으로
글자 획의 운용에서 전서기운이 느껴진다.
글자의 구성미가 멋스럽고 획의 흐름에서 율동감이 전해진다.
단연죽로시옥端硯竹爐詩屋이란 유명한 단계벼루,
차 끓이는 대나무숯 화로竹爐,
시를 지을 수 있는 작은 집詩屋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것만으로도 욕심을 버리고 자족하면서 살 수 있는 김정희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다음에서 참고)
김정희,<대팽두부과강채, 고회부처아녀손>, 간송미술관
대팽두부과강채(大烹豆腐瓜薑菜): 좋은 반찬은 두부‧오이‧생강‧나물
고회부처아녀손(高會夫妻兒女孫):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손자
대련 옆에는 작은 글씨로 부연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이것은 촌늙은이의 제일가는 즐거움이다. 비록 허리춤에 말만큼 큰
황금도장을 차고, 먹는 것이 사방 한 길이나 차려지고 시중드는 사람이
수백 명 있다 해도 능히 이런 맛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충남 홍성의 사운고택 안채 부엌 입구 기둥에 걸린 주련
요즘 잘 기지도 모하는기 날라 댕길라꼬 아둥바둥이다.
그러나 어쩌라고...
나는 날고 접다니까...
뜻 있는 한문, 한자도 잘 모리면서 이런거 보모 와 이리 좋은지...
괜히 어깨죽지에 폼이 들어가 가 아파하면서 말이다.
한자 공부도 올케 모하면서 아는 척은 심하다.
이래사모 안 되는데,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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