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비지정문화재

구룡포읍 후동리를 찾아서

참땅 2015. 3. 31. 11:41

구룡포읍 후동리를 찾아서 

 

동해면과의 경계를 이루는 헛재에서 발원되는 물길을 따라 동쪽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계곡이 북쪽의 눌태리에서 흘러내리는 개울과 만나는 합수지점에 대밭들이

형성되어 있으며, 들 서북쪽 죽전산竹田山 아래의 개울을 사이에 두고 2개의

자연부락이 있으니 북쪽을 후동이라 하고, 남쪽을 음달마라고 한다.

 

옛날부터 이 마을은 다른 어촌에 비해 농토가 많은 편이라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넉넉하고 인심이 후한 곳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고 한다.

구룡포와 포항간의 신작로인 31번 국도가 뚫리기 전만 하여도 이 마을 서쪽의 재를

넘어서 동해면 상정리를 거쳐 포항으로 왕래하던 구룡포 사람들이 날이 저물거나

굶주리면 이 동네에서 자고 후한 대접을 받았다고 하여 후동이라 하였다 한다.

 

구룡포읍 내에서 후동리로 방향을 잡으면 좌측으로 대밭들이 나타난다. 

 

또한 일제시대 이 마을 앞길로 포항행 신작로를 개설하려고 하였으나 마을 앞으로

도로가 생기면 마을에 우환이 생길 것을 우려한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거두어 고디굴을 위시한 신작로 개설에 적극 지지를 하고 말았던 것이었단다.

즉 마을 앞길로 신작로 생기는 것을 반대하려니 다른 곳으로 도로가 나도록 지지를

보낸 것이 되려 마을의 발전을 저해한 셈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논과 밭 그리고 산소를 쓰기위해 대밭들을 점령한 듯 하다.

 

후동 마을 뒤 죽전산 일대에는 수시쑤 또는 후동수라 하는 넓은 대나무 숲이 있다.

흔히 대밭들이라 부르는 대숲은 넓이 5정보(15,0000) 정도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품질이 좋다는 시누대가 자라고 있다.

옛날부터 질 좋은 신이대가 많이 났으므로 조선시대에는 울산 좌병영 병사가 관리

하며, 해마다 베어다가 활을 만들었다는 그 시누대를 허락 없이 한 가지라도 꺾었

다가는 누구라도 볼기짝을 열 대나 맞았다고 한다.

 

자유를 찾아 심하게 가출을 택한 염소 배설물 - 진정 자유여라...

 

선유석으로 추정되는 바위

 

한글체 - '날' 인지 '빨' 인지

 

도형과 글자체가 섞인 것 같기도 하고...

 

양달마 동쪽으로 광정산이 있는데, 그 정상에 선유석仙遊石이라는 두어 평 너비의

평평한 바위가 있어 옛날 신선이 놀았다는 바위 한 복판에 쇠담뱃대 조각과 같은

것들이 남아 있다고 하였지만 글자 몇몇 개, 이상한 도형 무늬 밖에 보이지 않았다.

광장산 정상은 바위 암반지대로서 험하지만, 양달져 후미진 곳곳에는 염소 배설물

이 온통 너부러져 있어 어머나! 산양, 아니 염소란다.

설혹 산양일까 의심했지만 인근 목장에서 가출(?)한 틀림없는 염소란다.

 

일렁이는 파도처럼 춤추는 산은 나를 설레이게 한다. - 그 무엇으로 부터.

 

이 마을 서쪽에는 1943년에 건설된 후동저수지가 있고, 서북쪽 골짜기에는 옛날

이 곳에서 병기를 만들었다는 곳으로 전해지는 주철장터가 있다고 하였지만

오늘은 후동약수 까지만 찾아보기로 하였다.

둘레가 6,000평에 이르는 숲에는 후동약수가 유명하다지만 인공조림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고 그리 오래된 나무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조선시대에 장기현감이 나라에 상납하기 위하여 약재를 심고 그 둘레에 숲을 조성

하여 울타리를 삼았다고 하며 그 둘레가 10리나 되었다고 한다.

띄엄띄엄이라도 오랜 나무의 흔적이 보이련만 전혀 감을 잡지 못하겠다.

 

후동약수

 

청정일급수에만 서식한다는 도룡뇽알이 가득하다.

 

후동약수는 가뭄이나 장마 때나 그 량이 같았으며 인근 문둥이들이 이 약수를 먹고

완치 되었다 하여 오래 전부터 약수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약수터 앞집 귀농인은 선대 묘소를 지키며 홀로 생활하고 있는데 밖에서 보는

모습이랑 내부는 완전히 달랐다. 황토찜질방, 붙박이옷장이랑, 응접실, 안방 등 3채의

집을 내부에서 통하게끔 시설을 해놓아 생활의 편리함을 극대화로 추구해 놓았다.

그런데 이러한 건축을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직접 시공하였다니 그저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하기사 이런 거 아무나 하면 니나 내나 다 귀농 귀농 할끼다.

 

 

바싹마른 참나무는 게으름인가, 참맛을 찾기 위함인가. 

 

바싹 마른 통나무 둥치에 표고버섯이 올망졸망 달려 있었다. 먹어보라며 한 개 따

주는데 그 맛이 일품이라. 쫀득쫀득 씹는 맛에 특유의 향이 첨가되니 이래서 표고

표고 하는 구나 싶기도 하였다.

따로 좋은 약 사 먹지 말고 제철음식 먹는 것만으로도 보약이라더니.

며칠 전 회원 김선생님이 머위랑 참나물(?), 쑥을 한 봉지 갖다 주길래 머위랑

참나물은 데쳐 초고추장에, 쑥은 된장쑥국을 하여 정말 맛있게 먹었었다

 

장승 지나 귀농인의 집이 보인다. - 장승의 머리는 영락없는 귀두형이다.

 

아마츄어 건축가임을 여지없이 드러내 보이지만 집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강OO선생님, 김OO선생님, 서OO선생님 - 온 집안을 뒤지다시피...

런닝구 입은 사람이 귀농인.  

 

옷걸이를 지탱하기 위한 철파이프 고정대의 기막힌 아이디어 장치.

 

[니 머덜라꼬 사냐?

지요, 지는 묵을라꼬 산다 아입니꺼.]

그렇다. 지는 먹는 거 엄청 좋아하고 아무거나 잘 먹고 먹거리에 신경도 많이 쓴다.

후동약수 앞집 귀농인이 부러운 건 내 맘대로 살고 제철음식 풍요롭게 먹고

맑은 공기 실컷 마시고 이러 거 저런 거 신경 안 쓰고 홀로 사는 거다.

그런데 밥하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는 건 누가 쫌 해줬으면 좋겠다.

 

참고: 포항시사, 동해 바닷가 길을 걷다(신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