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업을 깨우쳐라 - 김해 구산동마애불
설 명절을 앞두고 김해로 가볍게 떠난 한겨울 답사
김해시내에 위치한 연화사 불상 2기를 알현 후 구산동 가는 길에
수로왕릉을 지나칠 즈음 ‘여까지 온 거 수로왕릉 보고 가자’는 말에
릉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왕릉을 대강 훓고는 아예 점심도 해결하였다.
그러나 ‘김해공설운동장’을 네비로 검색하니 뜨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지나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니 ‘김해운동장’이란다.
한 끗 차이 - 공설을 떼느냐, 붙이느냐다.
햇볕 좋은 산길 오르막을 느긋한 걸음으로 20여분 정도,
햇살 등진 마애여래좌상 앞에는 두 女人네가 있었다.
직감으로 여느 아낙네와는 다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곳곳 석단 바위 틈새에 꽂혀진 향으로 진한 내음은
온 산 천지에 향 내음을 곳곳에 칠하는 중이었다.
마애여래좌상 앞에는 두 곳에
전서가 새겨진 석단에도 두 곳
그리고 거북 형상 같은 바위 앞에는 한 곳
세워진 태극을 중심으로 좌우에 전서체 만사지를 새겼다.
萬事 ‧ 萬事 知
만 가지 일을 알다 - 이것보담은 세상 모든 업을 깨우쳐라
부처님 앞에서 불도를 닦는 신도의 입장이 아니겠냐 싶다.
두 여인네가 떠난 자리에는 한동안 향내음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그 정성이 깊게 깊게 산천에 배이고
갸륵한 신심은 하얗게 산천을 물들이고 있었다.
신령스런 거북바위(구산동에 걸맞게)에도 향을 피웠다.
안중근의사 사형 선고일이냐, 초코릿 먹는 발렌타인데이냐로
오늘 우리의 기억 속을 지배하는 좋지 않은 아픔은 빨리 지우려는
편협 된 습관을 없애지 않는 한 초코릿은 오래도록 그 문화를 지속할 것이고
안중근의사는 그만큼 더 우리의 뇌리 속에서 시나브로 사라질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덕인샘이 가져온 초코릿을 입 안에 넣으니
여지없이 사악한 초코릿은 입 안을 잠깐의 행복에 도취하게 만든다.
- 이기 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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