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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환성사의 하동과 자연바위 석조

참땅 2014. 7. 15. 08:46

팔공산 환성사의 하동과 자연바위 석조

 

 

대웅전에서 바라본 수월관

 

다시 찾은 환성사

처음 환성사를 대한지가 벌써 약 20년 전쯤 한여름 뙤약볕에서다.

세월은 훌쩍 지나 불혹의 나이를 넘어선 지금 그때처럼 가족들과의 동행은

아니지만 포항문길 회원들과 함께 또 다시 한여름이 절정인 무렵

여기 환성사를 다시 찾았다. 물론 그 중간에도 몇몇번 들른 적이 있어

낮설다고 여겨본 적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오늘 들리게 된 이유는 분명하다.

환성사 수미단이 공예사적으로나 불교미술사적으로도 대단한 작품임에

누구나가 한번쯤은 보고 싶음에 안달이 날 지경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까다롭기까지 하다.

우선은 대웅전 내부 사진촬영을 허락하지 않아 지레 겁을 먹고 가까이 다가갈

용기를 내지 않고 포기해버려 꼼꼼하게 훑어 볼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세세히 살펴 볼 여유를 가졌다 손 치더라도 그 도상 내용이 난해하여

당췌 무슨 이야기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순전히 지 경험.

그러다보니 세세히 살펴 볼 일을 다음으로 미루고 또 미루고...

그래서 그동안 자료를 살펴보고 책을 읽고 한 나름의 지식을 토대로

나름 나만의 공부를 겸한 답사를 위해 환성사를 다시 찾게 되었다.

 

하동

환성사 수미단에 등장하는 하동은 중국 산해경에 그 시원을 보이는데, 내용인즉

물속에 산다는 상상의 동물로, 10세정도의 어린이 몸집에 황록색을 띠며,

원숭이를 닮았지만 피부는 물고기 비늘, 등은 털 대신에 딱딱한 거북의 껍질로

덮여 있고, 물갈퀴가 있는 개구리의 다리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초자연적인 힘으로 사람을 물속에 집어넣어 익사시키면서 소름끼치게도 재미삼아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 흡혈동물이다.

머리 꼭대기에는 움푹 파인 구멍이 있어 뇌에 해당하는 이 부분에 물을 담고

다니는데, 흥미롭게도 만약 이 물이 없어지면 신통력을 잃고 힘을 쓰지 못한다.

하동은 일본에서 갓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갓파를 만났다는 전설들을 보면

갓파의 머리를 강제로 또는 속임수를 써서 머리를 숙이게 하여 머리의 물이

쏟아지게 하였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또 갓파는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사람에게는 깍듯이 답례하는 습성이 있다        

      

환성사에는 이런 하동의 모습이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는 형상에 보주를 머리에

이고 구도하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기괴한 상상력의 산물로 탄생한 하동이지만

부처님 앞에서는 예의 바른 습성을 보여줌으로써 부처님께 외경심을 느낀 모습으로

표현했다. 또한 하동에게 보주나 공양물을 짊어지게 하는 모습에서 내세의 공덕

쌓기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수미단 참고)

 

 

자연바위 석조

그런데 환성사 수미단 자료를 찾던 중 우연히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던 석조가,

그것도 자연바위에 조성한 석조가 두 개나 있다는 사실에 무척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답사 다닌답시고 네 댓 번을 들락거렸으나 이 석조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우연히 알게 된 석조를 두 눈으로 꼭 보고 싶음에 굳이 환성사를 또 다시

그것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뙤약볕 아래 길 나들이를 하게 된 연유다.

다행히 날씨는 생각보다 무덥지도 않았고 금새 비가 쏟아질 것 같던 쟂빛 하늘도

잘 참아주어 그동안 질 보다는 량을외쳤던 폭식(?)위주에서 벗어난 질 위주의

답사를 할 수 있었음은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환성사 대웅전 향우측 낮은 담장너머에 지면과 높이를 같이한 자연바위에

방형으로 속을 파낸 석조가 한 기 있다. 그 아래쪽 경사진 말단부에도 자연바위

상면에 맷돌형의 조각이 있고 바로 옆에는 둥그스름한 방형의 석조가 깨진 채로,

그리고 방형의 틀 위에 원주형을 새긴 초석이 어우러져있다.

 

 

 

자연바위 윗면을 다듬고 속으로 파내어 수조를 만들다보니 지면 보다 아래로

깊숙한 곳에 저장시설을 갖춘 셈이다.

그런데 앞쪽으로 상부에는 물 넘침 홈을 새겼고, 그 아래에는 배수구를 갖추었는데

배수구를 가졌다는 것은 지면위에 존재했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그렇지 않다면 배수구에 맞추어 땅속으로 배수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굳이 그렇게 어렵게 만들리는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특이한 구조의 석조

이 의문은 조금 후에 풀렸다.

대웅전 향좌측으로 가건물 공양간 앞으로 가면 여기에 또 석조가 있는데,

이 석조는 우리나라에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구조의 석조일 같다는 생각이다.

자연바위에 석조를 조성한 것도 특이한데다 수조 아래 면에 3개의 물길홈을

새겼다는 것이다.

 

 

이 물길홈의 용도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물이 잘빠지라고 새긴 것 같다.

자연바위 상부를 길숙하니 둥그스름한 방형의 틀을 잡고 윗면은 넓게, 아래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속파임을 하고 다시 양 가장자리로 깊게 두 줄을,

그리고 가운데에 한 줄의 물길홈을 덧 보태어 만들었다.

추측컨대 조선시대 관아에 공납을 위한 한지 제지용 수조로 짐작이 간다.

 

전에 보지 못했던 석탑의 부재- 특이하게 층급받침 대신 연화양련을 새겨 넣었다. 

 

네모반듯한 대웅전 우측에 있던 수조가 지면 아래로 저장시설을 갖춘 의문이

여기 이 수조에서 그 의문이 풀렸다.

원래는 지상 위에 있었는데, 언젠가 지면 아래로 파묻힌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특이하고 재미있는 자연바위 수조 앞에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와 더불어

환성사의 수미단 조각의 설화를 논하며 환성사의 아쉬움을 달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