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길 9기 현장 실습 - 보경사와 그 주변
이번 문길 9기생들은 좀 뭔가 남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그렇게 유별나지도, 그렇게 특별함도 아닌 뭔가가 있긴 한데
그게 드러나질 않으니, 애매하고 묘한 포스를
진즉 느낄 수 있었지만 설명하기는 그렇고,
하여 애초부터 10명도 채 안 되는 적은 인원으로 출발한
9기 교육이 이제 막바지를 접어들 무렵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뙤약볕을 무릅쓰고
송라 보경사 주변 유적답사를 강행하였다.
포항문화원에서 출발하여 보경사, 윤락묘, 중산리돼지석상
그리고 서정리불상과 윤락효자리비석까지 돌아보기로 하였다.
물론 보경사는 교육과정 중 강사선생님이 많은 시간을 들여
상세하고도 세세히 설명을 했겠지만 그래도 나마 시간 부족상
차마 하지 못했던 부분을 그리고 공양체험과 더불어
보경사의 특이한 구조인 수미단을 보기로 하였다.
백중기간이라 보경사는 각 전각마다 울려 퍼지는
스님들의 염불과 독경으로 길조차 점령한 등산객들로 붐비는 마당 앞길을,
허물어진 담장 비웃듯 빈틈없이 매워버려 언제 조용한
절집이었느냐는 듯 어수선하기 그지없다.
전각마다 자리를 잡고 계신 스님들에게 행여라도 누가 될까
발걸음을 줄이며 음성을 낮추어 조심조심 안내를 시작했지만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하고 어색해보여 보여 영 속내가 편치 않다.
어영부영 안내를 마치고 공양체험에 돌입하였다.
절집 보살님들의 대거 이동으로 그나마 알고 지내던 몇몇 보살님들은
그림자조차 눈에 띄질 않고 생면부지의 보살님들만 어색하다.
새로 신축한 공양간 건물로 들어서기가 두려웠지만 어쩌랴
반짝반짝 신입 9기생들은 공양체험의 기대를 결코 져버릴 기세가 아니었다.
이 작은 바램을 시원하게 내버려둘 심산이었다면 애초부터 보경사에
발을 들여 놓지 말아야 하겠거늘 이미 그 기회는 물 건너 간지 오래다.
돈 주고 사먹는 식당밥보다 훨 낫다는 9기생들의 찬탄조에 힘입어
다음 코스로 힘차게 출발할 수 있음에 나는 적광전 비로자나부처님께
또 한번 고개 숙여 감사함을 드리며 천왕문을 가볍게 나설 수 있었다.
뜬끔없이 도로가에 갑자기 나타나는 윤락선생 묘소를 찾는 이유는
선생께서 보경사 아랫마을 농수용지를 위해 중산보를 개척하셨고
태어나신 서정리를 윤락충효리라 명명하였을 만큼 효자였음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금까지도 선생묘소 앞에서 치성을 드리는 사례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으리만치 흥미롭다는 것이다.
윤락선생 묘소 상석 위에는 바위구멍이 여럿 보이는데
이러한 바위구멍은 치성을 올렸던 증거이기도 하거니와
상석 아래 보이는 초와 술잔은 지금도 그러한 치성 행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무더위 속에서 답사를 다니느라 갈증 난 몸을 식히기 위해 들린
9기 권선생님댁은 그야말로 전원주택의 한 모범을 보였는데
200평 대지위에 앉은 70여평의 벽돌집은 벽 두께가 자그만치
0.5m나 된다니, 벌어진 입을 쉽게 다물 수가 없었음은
또한 초대해준 9기 권선생님을 위한 작은 배려이리라.
집으로 들어서니 사모님께서 시원한 오미자 음료와 함께 수박을 내오셨다.
소경에 업힌 아이가 금 봐라 하여 금정리라 불리우다가
지금은 서정리로 변신한 마을 회관 앞에는 꽤 오랜 불상이 한 기 있다.
마을 이름을 따 서정리비로자나불이라 불리우는 이 불상은
인근 추정 아혜사터에서 옮겨온 것이라 한다.
사각형대좌에 앉아 있는 이 불상은 지권인을 한 비로자나불로서
대좌 중대 방형의 틀에다 안상을 새기고 특히 앞 두 면에만
앙증맞은 예쁜 사자 한 마리씩 두 마리를 집어넣었다.
금덩이를 발견한 전설속의 금정을 동네주민이 알려주어
볼 수 있었음도 이 날의 큰 쾌거이다.
개인주택에서 천연염색을 하시는 할미꽃님 댁을 방문하여
전에 봐 두었던 호박에 새겨진 바위구멍 사진도 찍고
70년대에 거금 500만원을 들여 올린 우리지역에서 좀체 보기 힘든
동기와 지붕도 구경하면서 서정리마을 속을 들여다보았다.
원래 서정리는 파평윤씨 집성촌이었으나 지금은 소수 성받이가
더 큰 세를 이루고 있는데, 이 마을에는 재미있는 비석 한 기가 있으니
윤락충효리 비석이다.
이 비석의 유래 이야기보다 더 흥미를 끄는 것은 비석 뒤에
새겨진 인물상에 관한 것이다.
이 인물상이 누구를 모델로 한 것이냐를 놓고 갑론을박 해보지만
짧은 우리네의 소견으로 어찌 추정할 수 있으리 만
비석의 주인공이거나 아니면 불상일 수 있지 않을까로 마무리를 지었다.
이제 9기생들이 왜 남다르냐에 대한 애기를 할 때이지 싶다.
9기 권선생님댁의 으리으리한 전원주택도 그렇거니와
9기 김선생님이 이 날의 하이라이트 - 계주라고나 할까
천북 뒷풀이 자리에 들고 온 매실와인과 에스프레소 커피와인,
매실와인은 그래도 많이 들어봤고 귀에 익지만
커피와인은 생전 듣도 보도 못하였는데, 이 날 체험을 시켜 주었다.
술 안 마신다던 박선생님, 맛있다고 홀짝홀짝 마시다 술기운에 누워버린
구룡포 김성생님들도 모두 첫 경험의 여파였다.
마지막 여운을 운곡서원에서 풀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몇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볼 수 없었던 운곡서원 내
석등재 2기를 접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 날 뙤약볕 아래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유적답사를
같이한 포항문길 9기 선생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양덕 박선생님, 청하 권선생님, 천북 김선생님, 구룡포 김선생님,
이동 장선생님과 아들, 문덕 김선생님 -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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