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황사 부도밭 - '게'들의 전쟁?
미황사 부도전은 그야말로 동물원입니다.
미황사 부도에는 왜 이리 재미있는 동물문양이 많이 있을까요.
미황사 창건설화에서 나타나듯 바다를 통해 인도 불교가
전래되었기 때문이라는 설에서부터 미황사가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 등이 있습니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조선 초기 부도는 엄격한 틀을 유지했고
장식도 장엄미가 넘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조선후기에 들어서면 장엄미보다는 부도 제작의 기본 틀이 깨지고
장식도 해학적인 동물문양 등이 많이 등장합니다.
미황사 부도는 조선후기에 제작된 작품들입니다.
미황사 부도에 새겨진 다양한 문양들은 수 백 년 동안
사라지지 않는 생명체로 살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이후에도
이 문양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보일 듯 말듯 한 곳에,
꼭 숨바꼭질하듯 찾아야하는 곳에 새겨져 있는 문양들,
모양은 못생겼고 웃겨도 또한 하찮은 것이라고 해도 돋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너무 평범한 우리 중생을,
나의 모습을 본 듯한 데서 오는 긴밀한 유대감은 아닐까요.
금빛 게의 전생이야기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죽림정사에 계실 때, 장로 아딘다가
부처님을 위해 그 몸을 버린 일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왕사성 동쪽에 사린디야라는 바라문이 있었다.
그 때 보살은 그 마을 어떤 농부 바라문 집에 태어났다.
그는 성장하자 그 재산을 물려받아 경작하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그 머슴과 함께 논에 나가 그들에게 일을 시키고
자기는 세수하러 그 논 끝에 있는 큰 못으로 갔다.
그 때 그 못에는 금빛 게 한 마리가 있었다.
참으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게였다.
보살은 칫솔을 물고 그 못으로 내려갔다.
그가 세수 하려할 때, 그 게가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그것을 잡아 겉옷 속에 싸 가지고 논으로 돌아와 일을 마치고,
항상 그것을 못에 돌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그는 논에 나가서는 무엇보다 먼저 그 못에 가서
그 게를 겉옷에 싸 가지고 돌아와 그 다음에 일을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그들 사이에는 우정이 두터워졌다.
보살은 언제나 그 논에 갔다.
그런데 그 바라문(보살)의 눈에는 다섯 가지 우아한 아름다움과
세 가지 아름다운 광채가 있었다.
그것은 아주 묘하고 깨끗하기 때문에 그 평탄이 대단하였다.
그런데 그 논 한 모퉁이에 다라나무 하나가 있었다.
그 나무 위에는 까마귀가 집을 짓고 살았다.
그 암까마귀가 바라문의 눈을 보고 그것을 먹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숫까마귀에게
「여보시오, 당신은 내 소원을 이루어 주시겠습니까.」
고 물었다.
「대체 무슨 소원이냐.」
「다른 것이 아닙니다. 저 바라문의 눈이 먹고 싶습니다.」
「너는 대단한 소원을 가지고 있구나. 어떻게 그것을 먹을 수 있겠는가.」
하고 그녀를 달래었다. 그녀는
「당신은 그것이 될 수 없다지만 내게는 벌써 생각이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이 다라나무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개미들이 있고
거기 검은 뱀 한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그것을 길들이십시오. 그러면 그것은 바라문을 물어죽일 것입니다.
그 때 당신은 그 눈을 도려내어 내게 먹여 주십시오.」
하고 가르쳐 주었다.
그는 승낙하고 그 뒤에 곧 그것을 길들였다.
보살이 뿌린 곡물이 싹 틀 때쯤 그 게는 아주 커졌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뱀은 까마귀에게
「여보게, 자네는 항상 나를 잘 돌보아 준다. 나는 자네를 위해 무언가
해 주지 않으면 안 되겠는데.」하고 말하였다. 까마귀는
「그러면 여보게, 내 아내가 저 지주(地主)의 눈동자를 먹고 싶어 하는데
자네는 자네 힘으로 그것을 가져다 줄 수 없겠는가?
실은 그 때문에 이렇게 갖가지로 돌 봐 주는 것 일세.」
하였다. 뱀은
「좋지, 그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가져다주지.」
하고 그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 이튿날 뱀은 바라문이 다니는 논길 곁에 있는 덤불 속에 숨어
그가 오기를 엿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보살은 오자 먼저 못에 내려가 세수하고 진실한 애정을 보이면서
그 금빛 게를 잡아 겉옷에 싸 가지고 논으로 돌아왔다.
뱀은 잽싸게 뛰어나가 그 다리를 물어 그를 거기 쓰러뜨렸다.
그리고는 곧 개미 둑으로 도망쳐 달아났다.
보살이 쓰러지자 그 금빛 게는 옷 속에서 기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까마귀들은 날아와 보살의 가슴 위에 앉아
보살의 눈에 그 부리를 꽂으려 하였다.
그 순간 그 게는
「이 까마귀 때문에 내 친구는 매우 위험하게 되었다.
만일 내가 저를 붙잡으면 뱀이 나올 것이다.」
고 갑자기 생각하고, 대장장이가 부젓갈로 쇠를 집는 것처럼
그 엄지발로 까마귀 목을 꽉 집었다.
그리하여 잠깐 동안 까마귀를 괴롭혀 지치게 한 뒤에 조금 늦추어 주었다.
까마귀는 뱀에게
「벗이여, 너는 왜 나를 버리고 달아났느냐. 이 게는 나를 몹시 괴롭힌다.
내가 죽기 전에 빨리 와서 도와다오.」
뱀은 이 말을 듣고 그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까마귀를 구원하기 위해 나왔다.
부처님은 이 뜻을 부연하기 위해 부처로서 다음 게송을 읊었다.
「머리를 치켜들고 독기 뿜으며
벗이므로 그 벗을 구원하려 왔나니
그 검은 뱀은 그 게를 덮치었다
그러나 그 게는 뱀마저 붙잡았다.」
그리하여 그 뱀을 지치게 한 뒤에 조금 놓아 주었다.
「이 게는 까마귀 고기도 뱀 고기도 먹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 왜 우리를 붙잡았을까.」
고 생각하고 다음 게송으로 그 게에게 물었다.
「까마귀도 또 뱀의 왕도
너는 잡았으면서 먹지 않는구나
튀어난 눈 가진 이께 나는 묻노니
왜 너는 우리들을 붙잡았던가.」
「그이야말로 내 친한 친구로
연못에서 나를 잡아 데리고 다닌 사람이네
만일 그가 죽으면 그 고뇌는 내게도 생기리
그와 나는 하나요, 둘이 아니네.
잘 자란 나를 누구나 보면
그 사람들 모두 나를 해치리
살찌고 향기롭고 미묘하기에
까마귀도 나를 보고 죽이려 했네.」
이 게송을 듣고 뱀은 가만히
「무슨 수단으로도 저를 속여 까마귀도 나도 여기서 벗어나자.」
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다음 게송으로 그를 속이려 했다.
「만일 그런 이유로 우리를 잡았다면
일으키라 저 사람을, 나는 그 독 없애 주리
그리하여 까마귀도 나도 빨리 놓아주려무나.
독이 깊이 들어가면 그는 죽으리.」
게는 이 말을 듣고
「저는 어떤 책략으로 나를 속여 모두 달아나려 한다.
그러나 저는 아직 내 교묘한 책략을 모르고 있다.
나는 지금 뱀만은 조금 움직이도록 가위 발을 조금 늦추어 주자.
그러나 까마귀는 그대로 두자.」
하고 다음 게송을 외웠다.
「뱀은 용서해도 까마귀는 용서하지 않으리
그는 때가 올 때까지 포로로 잡으리라.
이 사람이 아름답고 건강하게 될 때는
뱀 너와 같이 까마귀도 용서하리.」
게는 이렇게 말하고 적당히 활동할 만큼 그 가위 발을 늦추어 주었다.
뱀이 그 독을 다 제거하였으므로 보살은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그는 조그만 고통도 없이 일어나 평상시와 같이 서 있었다.
게는 생각하였다.
「만일 이들을 다 놓아 주면 내 벗은 언제나 위험할 것이니 그만 죽여 버리자.」
그리하여 포개어 있는 마른 연꽃 받침처럼 가위 발로
그들의 목을 물어 끊어 죽여 버렸다.
그것을 본 암까마귀는 거기서 어디로 날아가 버렸다.
보살은 막대기로 뱀 시체를 한 번 때리고는 덤불 속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그 금빛 게는 못에 놓아주고 목욕한 뒤 사린디야 마을로 돌아갔다.
그 뒤로 그는 그 게와 더욱 친하게 지냈다.』
부처님은 이야기를 마치고
『그 까마귀는 저 제바달다요, 또 검은 뱀은 저 악마며 현명한 그 게는 아난다요,
그때에 나는 그 바라문이었다』하였다. (불교전래설화 중에서)
'그외지역 > 전라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주 무등산의 마애불상군 중 관음삼존상 (0) | 2016.11.22 |
---|---|
암각화 추계학술회의 참석 그리고 두승산 답사 (0) | 2014.10.28 |
전북 임실군 신평면 가덕리 윷판형암각화 발굴 조사 개토제 (0) | 2014.04.14 |
광주 목포에서 노닐다- 청매님, 도두님 고맙심미다. (0) | 2013.10.14 |
송광사 청파각과 능허교의 용두- 공하 (0) | 2013.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