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지역/경상도

영덕 마애불과 덕흥사

참땅 2014. 3. 4. 11:20

 

1. 영덕 마애불과 석상

 

 

지난 일주일 내내 감기로 소롯이 회사, 집으로 쳇바퀴 돌 듯 단조로운 일상의

연속이었다. 감기로 인하여 무기력해진 몸 상태는 정신마저 해이하게 만들더니,

언제 감기가 떨어지려나 우려했던 것이 금요일 저녁부터 서서히 그 강도가

약해지더니 토요일이 되면서 그나마 한결 뜸해진 기침으로 조금은 살 것

같았습니다.

 

 

집사람과 간만에 영덕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찌푸린 잿빛 하늘사이로 간간이 햇살이 비치긴 하지만 그닥 좋은 날씨는 아닙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찌뿌둥한 몸을 기지개라도 펴듯 7번 국도는 차량들로 넘쳐넘쳐

하늘만큼이나 짜증에 짜증을 더 보태고 있다. 집사람은 지금 한 밤중(?)입니다.

나 오늘 한가하게 푹 자려니 건들지 말라는 듯 휴게소에서 조차 일어날 기미가

없어 보인다. 화장실엔 아예 안 가려나...

 

 

옛 기억을 더듬어 마애불과 석상이 있는 쟁암리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포항-삼척 간 철로를 개설 중인 공사현장은 덤프트럭들로 비좁은 도로가

위험천만이나 잠깐 만에 공사현장을 벗어나니 농촌 특유의 마을이 나타나고 금새

도로는 여유가 넘치는 한적한, 중앙 분리선조차 없는 아스팔트 도로가 나타났습니다.

쟁암리 들목 팔각정에서 다시한번 확인하고 그랑 둑길로 길을 잡았습니다.

집사람은 언제 깼는지 생전 처음 가보는 길을 웃기게도 지가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수지 물넘이 너머로 쏟아지는 물이 하얀 포말로 부서지며 흐르고 있는

저수지 둑 인근 산에 위치한 석상과 마애불은 조선시대 작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석상은 한번 도난 되었다가 되찾아 온 것이라 한다. 불상이라기보다는 무덤 앞에

조성하는 무인석 같기도 한 석상은 치켜 올라간 눈이 매섭기도 합니다.

 

 

오른 손은 아미타수인을 하고, 왼손에 꽃을 든 마애불 새김은 신체 상체는 비교적

정성을 한 흔적이 역력하나 하부로 내려갈수록 간략하게 갈무리한 흔적이 보이며

아마 조선 후기 또는 근대작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나오는 길에 건너편으로 보이는 석축의 흔적은 절터로 보입니다.

농로 길로 들어오다 차량을 주차시킬 만한 들목에 컨테이너 한 동은 전에 보이지 않던 것이었는데 인기척 없이 조용한걸 보니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농사용 창고인지 새로 절집을 짓기 위해 만든 임시숙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2. 영덕 덕흥사

다음은 덕흥사입니다.

204141월 문화재자료 제617호로 지정된 제석탱을 보유하고 있는 절집입니다.

마당 한 켠에 매인 삽살개는 전혀 앞을 볼 수 없을 것처럼 온통 털로 덮인 채

우릴 쳐다보고 있습니다. 앞이 보이긴 하는가 봅니다.

 

대웅전 하단에 위치한 제석탱은 유리액자에 갇힌 채로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제석탱은 비단바탕에 채색한 불화로 제석천과 위태천이 나란히 중앙 좌우로 자리를

잡았고 그 주위를 천중과 선중이 그리고 신중, 동자동녀 등 9위의 권속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단부 주색 화기에는 1828(道光 8)에 수화사 금겸(錦謙)을 비롯해

5명의 보조화사가 제작했다고 기술돼 있다 합니다.

 

 

불화는 후대에 채색이 덧칠되어 있어 작품상태가 비교적 양호하지는 않지만 화기에

의해 원 소장처와 제작자를 알 수 있는 작품이라는 의의와 더불어 조선후기 불화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는 점에서 문화재자료로 지정됐다고 합니다.

 

 

삼성각은 정면 2, 측면 1칸 구조로 특이하였습니다. 현판도 한 쪽으로 치우쳐

걸려있습니다. 내부에는 보살 좌상 1, 칠성여래도가 중앙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칠성여래는 좌우로 일광월광보살을 협시로 최상부에는 우측에 5여래,

좌측에 2여래를 그리고 상단 좌측에 머리가 길쑴한 수성노인을 배치시켰습니다.

근데 앞쪽에 좌불상은 상호를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관을 썼으니 보살이고,

화불과 정병도 없으니 관음세지보살도 아닌 것 같고...

 

 

그닥 좋지 않은 날씨에 떠난 영덕 나들이였습니다.

'그외지역 > 경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천 극락산 마애불  (0) 2014.03.10
영덕 유금사부도와 글자바위  (0) 2014.03.06
석남사에서 놓치기 쉬운 것들  (0) 2013.04.22
울주 반구대 석재  (0) 2013.04.05
통도사 자장암 관음전  (0) 2013.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