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지역/경상도

통도사 자장암 관음전

참땅 2013. 1. 17. 17:09

통도사 자장암 관음전

 

 

통도사 자장암 관음전 전각은 참으로 특이합니다.

왼쪽 지붕은 팔작지붕, 오른쪽은 맞배지붕 형식으로 우측에 있는 커다란 바위,

즉 마애불에 맞추어 전각을 짓다보니 양단의 건축방식을 달리 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러나 그보다 정말 독특한 건 관음전 어칸 중간 쯤, 법당 내외에 걸쳐있는

칼바위랍니다. 웬만하면 터 다듬으며 깨버렸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고 바닥 돌을

그대로 살려 법당을 지었습니다. 법당 밖에 있는 바위가 문지방을 지나 법당 바닥

에도 예리하도록 길쑴하게 솟아있습니다. 그에 맞도록 나무판자를 잇대어 바닥을

만들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법당 바닥은 짚과 돗자리로 만든, 일명 다다미 바닥이었는데 새로이 목재바닥으로 보수를 하였습니다.

바위를 왜 그대로 놓고 법당을 지었을까? 우선은 있는 그대로에 필요한 부분만을

덧댄 조화를 추구한 듯합니다. 마애불 바위를 손상시키지 않으며 어색하지 않는

전각을 구상하다 보니 지붕도 조금은 생뚱한 두 가지 양식을 혼용하였듯,

있는 그대로를 살리며 전각을 세우느라 이렇게 바위를 남긴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

. 있는 그대로에 조화를 맞추려는 마음, 순리에 순응하려는 그런 마음이 이런

독특함을 남긴 듯합니다. 이러한 조화는 단순히 주변경관이나 건물양식에 그치지

않고 부처님의 세계라 할 법당 안과 밖을 이렇듯 단절하지 않아, 밖이 곳 법계이며

속세가 곳 법계임을 나타내고자 했는지도 모릅니다. 경계를 나타내는 문지방을

그대로 관통해 있으니 법당 안과 밖을 일치시키는, 불이(不二)의 의미일수도 있겠다

는 생각입니다.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건 날카로운 돌을 보며 수행정진의 채찍쯤으로 삼았을지도

모른단 생각입니다. 자칫 무뎌지거나 담담해 질 수 있는 구도자의 마음을 이 칼바

위처럼 갈고 닦으라는 표상으로 남긴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참선이나 기도를 하다

졸리기라도 하면 잠시 이 바위에 걸터앉는 것만으로도 모든 잡념쯤은 사라질 듯 합

니다. 바위의 차가움이 정신을 맑게 하고 그 날카로움이 자세를 가다듬게 할 테니

말입니다.

 

 

 

관음전이 들어선 자리는 전체적으로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거북의 머리는 관음전 뒤쪽 바위에 있으며, 그 거북의 몸통에 해당하는 자리에

관음전이 세워 졌답니다. 등자리에 관음전이 들어서니 그 꼬리가 출입문에 걸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치켜 올라간 꼬리가 다 묻히도록 땅을 돋고 전각을 지으면

그 높이가 너무 높아지고, 파괴하거나 자를 수도 없으니 이렇듯 꼬리를 살려 전각

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 바위가 분명 거북의 꼬리이기에 지금도 불단에 올렸던 다기의 청수는 반드시

그 꼬리바위에 부어준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칼바위처럼 보였던 바위 형상이

거북이 꼬리형상으로 보입니다. 생물뿐 아니라 자연의 산세에서도 그 존귀성을

부여하는 불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자장암에는 이렇듯 거북바위만 있는 게 아니고 마애불 뒤쪽으로 호랑이 형상을 한

바위, 코끼리 형상을 한 바위, 쥐 형상을 하고 있는 바위도 있다고 합니다.

어떤 바위는 법당을 신장하고 어떤 바위는 염불소리 들으며 업보를 참회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다음에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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