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름 땡볕살은 온천지 만물을 익혀 버릴 것만 같은데
무엔 허깨비가 뒤집어 씌었는지 뜬끔 없이 연꽃 보러 가자는
집사람이 한여름 더위를 단단히 먹었나 싶다.
가마이 들 앉아 있어도 땀이 삐질삐질 나는 판국에
먼 일 났다고 쳐돌아 댕길라 카는지...
쪼매 정신이 헷가닥 하는 사람은 우리뿐만 아닌 갑다.
온 구직구직이 사람들로 넘쳐나가 오히려 연꽃보다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에~휴, 이 더바 빠진 날 무신 일이고...
한쪽 도랑에는 오리 식구가 나들이를 나셨다.
사람 인기척에 지풀에 놀래가 풀숲에 숨기를 여러번 하던 새끼 오리들은
암 말 안하고 가마이 지켜보이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지
제 어미를 따라 물 흐르듯 헤엄치며 노는 장면이 마냥 이채롭다.
마냥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주체 못해 반 짜증으로 삼불사로 향했다.
‘기름 넣어 줄테이까네 에어콘 쫌 팍팍 틀어라’
하는 집사람 협박에 우야노, 에어콘 틀어 줘야지...
그러나 삼불사에는 에어콘 바람보다 더 시원한 장면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으니.
둘레의 담장으로 구속 아닌 구속으로 갇혀 있던 세분의 불상은
뜨거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온 몸으로 허허로이 자유를 느끼고 계셨다.
담장뿐만이 아니고 근방을 휘돌아 자질구레한 나무, 풀들을 깨끗이 정리 해버렸다.
먼 불사를 크게 하는가 여기며 파헤쳐진 흙더미 위를 이리저리
댕기며 여유를 부려보려 하지만 이놈의 날씨는 그것조차 허락 않는다.
전각 뒤편에 모아 놓은 석재를 대강 훓어 보다가 서둘러 내려온다.
더바도 너무 덥다.
대체 우얄라꼬 이카노...
아매 날씨도 미쳤는가 싶다.
보살님께 드리는 연꽃 공양입니다.
...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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