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에 들어 매주 토요일마다 경주신라사람과 함께 경주 골목길을 헤매이었다.
구석구석 숨어있다시피한 작은 석재 하나에 모든 의미를 부여하면서 말이다.
지난 토요일에는 와룡사 경내에 미처 못본 석종형 부도를 한기 더 친견하고
전은적암터의 석탑재가 있는 관음사, 은적골의 전은적암터를 가보기로 하였다.
와룡동천 와룡사 경내 부도
분홍 고운 진달래와 샛노랑 산수유는
촉촉한 봄비에 더욱 화사하다.
언제적 와룡동천이런가...
도력 깊은 어느 스님네는 봄꽃 공양에
그 향기 취하여 시나브로 목탁을 떨구시네...
관음사 곰바위
신라 때 어느 처녀가 분에 넘치는 사랑으로
속세를 여의고저 열반곡 접어듦에
나는 짐승, 기는 짐승, 웬갖 짐승이 고운 살냄새에 취하여
갖은 시련 훼방을 놓는구나.
그 후 그리고도 머~언 훗날
머리 깎은 조선 선비 매월당은 행여 뉘 찾을세라
경주 남산에 이름도 은적골 은적암인 깊은 산중에서
시방세계를 잊고 살려는도다.
전은적암터의 층급받침이 3,3,4단인 옥개석(2기의 다른 탑부재)
신라 처녀는 열반곡을 넘고, 넘어
하늘 전당 천룡사에서 번뇌를 벗은 보살이 되었건만
은적암에 벗어버린 육신은 숨길조차 여력 없어
지옥 같은 현생에 아겁이 되었누나.
산신각 앞에서 바라본 관음사 입구 쪽 석탑재
남산 깊고 높은 관음사 절집 가는 길은 씨멘트길
가파르고 험한 등산길에 어인 콘크리트길
먼 옛날 신라 처녀 험한 산길 더듬어 몇 날 며칠을 걸었건만
이 등성이 넘으면 막걸리에 놀이판 신나고
나지막한 남산을 등산 했답시고 남아도는 힘을 뺄 길 없어
한바탕 족구도 잊지 않을 새
그 옛날 신라 처녀는 하늘 전당 천룡사에서 부처님께 귀의 하였건만
우리네 시방세계 열반은 족구에 막걸리로 취하니 그 아니 좋을손가...
‘신을 믿습니까?’
‘나는 신자가 아닙니다. 무신론자도 아닙니다.
그냥 어딘가에 앉아서 기도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 뿐입니다.‘
나이 탓인가...
불과 3~4년 전에 가본 남산 길도 종종 잊어 먹는다.
잃어버린 기억을 잊어 먹는다니...
왜 먹는 걸로 표현을 했을까?
얼마 전엔 절골(음지마을) 근처까지 갔다가
결국은 석탑재 찾지도 못하고 되돌아섰다.
용장계 절골도 마찬가지다.
옆길로 빠지는 샛길을 찾지 못해 한참을 지나서야
아차 했지만 거의 동네 어귀라 되돌아서기도 귀찮았다.
다행히 이번에는 지인과 동행이라 쉽게 찾았지만...
식혜곡 유래비- 마을회관 앞에 세워져있다.
김원룡 가옥 마당 한켠에 있으며 지금도 이 우물물을 사용하고 있다.
우물 옆에 있는 석재
전은적암터를 찾기란 여간 쉽지가 않을 것 같다.
계곡 입구에서 약 300m 정도 들어가니 절터가
나오긴 했지만 은적암터는 아니란다,
한참을 더 가야한단다.
이쪽 저쪽 근처를 헤매다 결국 돌아섰다.
지도에 표기되어있는데 것도 찾지를 못하니.
돌아오며 아쉬운 마음에 위안을 받고자 김원룡 고가옥을 찾았다.
이 동네를 식혜곡이라 한다.
신라시대 우물에서 지금도 물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후손이 살지 않고 다른 사람이 인수하여
한식당 영업을 하고 있단다.
제법 차림이 좋아 순전한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하나
오늘은 손님이 한사람도 없으니 어이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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