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의 보살- 팔공산 북지장사
북지장사의 천왕문 역할을 하고 있는 솟을삼문
어느 날 대구의 팔공산에 있는 북지장사를 갔다.
멀리서 일주문 지붕 위를 바라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지붕 위에 웬 짐승 한 마리가 하늘을 우러러 울부짖고 서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토속신이 된 보살이었다.
삼독에 빠져 삼악도를 기웃거리는 인간을 불쌍히 여겨 구원의 원력을 세우고
지킴이가 된 보살이었다. 그리고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지붕 위에 서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빌고 있었다.
나는 나의 잠자는 의식을 일깨우는, 그 짐승의 울부짖음을 가슴 아프게 들었다.
사람들은, 좀 더 구체적으로 나는, 오늘도 죄 없이 잘 살고 있노라고 희희덕거리며,
그 밑으로 떳떳이 그리고 겁 없이 대웅전을 향해 몰려가고 있었다.
(전생의 ‘감성으로 보는 절’ 中에서)
삼문 지붕 용마루 양끝에서 왕방울 눈으로 혀를 쑥 내밀고 있는 우리네 보살(?)
정말 보면 볼수록 재미있고 흥미로운 장식물이다.
여기에도 그럴싸한 얘깃거리 하나쯤은 있을 법한데...
가령 북지장사의 늙은 총각스님이 이 절집에 기도하러 온 날라리 양반댁 규수에게
홀려 지장전에 올릴 공양 재물을 홀라당 앗겨 버려 절집에서 쫓겨 날 처지에
놓이게 되는데, 알~고보니 그 양반댁 날라리 처녀도 자기가 짝사랑하는 난봉꾼에게
속고, 협박 당하여 어쩔 수 없는 신세였다나.
그러다가 자기의 죄를 늬우친 양반댁 규수가 죽음을 택하게 되고
이 사실을 알리없는 늙은 총각스님은 이제나저제나 목을 빼고 기다리는데,
멀리서 잘 보이는 지붕 위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려니 갈증도 밀려오고
눈은 더욱 커지고 결국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려 지붕 위에 있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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