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 법성사 약사여래좌상
청하 황뱅이골 깊숙이 숨은 듯 앉아 있는 절집에 200여년 정도 된
고불이 있다기에 엄동설한 마다 않고 길을 나섰습니다.
스님 전용 임도를 찾지 못하여 차량이 갈 수 있는 곳까지 최대한 진입하다가
길 한 켠에 차량 주차 후 오롯이 등산 겸 산 오름길을 잡았습니다.
어지러이 널려 있는 바위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니 양쪽에 수문장처럼
우뚝허니 버티고 선 빌딩 같은 바위무리는 부처님 뵙기가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으며 더구나 신성한 절집을 그렇게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며
시위하는 것 같아 풀어진 긴장을 바싹 당겨 끈을 다잡아 봅니다.
훠이 훠이 얼마를 가다가다 보니 우편으로 석축이 있어 초기의 절집
흔적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이제 ‘너거 고생 더해라’라는 환청이 귓가를
때리는가 하여 고개 들어보니 하늘로 오르는 계단 같은 급한 경사길이
산꼭대기를 향하여 하염없이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그렇게 더딘 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려니 문득 우편 자드락길이 나타나며
저 아래로 조금전 지나왔던 석축이 한참이나 아래에 보입니다.
군데군데 거꾸로 매달린 고드름을 떼어 목을 축이며 어렵게 당도한 절집
그 절집은 그렇게 그곳에서 조용히 세월을 낚고 있었습니다.
대웅전의 약사여래를 배알하고 불상을 살펴봅니다.
높직한 수미단 위에 상체를 구부정하니 앞으로 숙이고 선정인 자세를 취한 불상의
두부에는 중간계주와 정상계주 두 개의 계주를 가졌으며
오돌돌 돌기처럼 솟은 나발, 각진 턱 선과 네모진 얼굴 표현, 얼굴에 비해 좁은 어깨
파란 수염, 빨간 입술, 도식적으로 처리한 옷 주름, 간략하게 표현한 의습
그렇게 크지 않은 몸체 등등은 조선후기 불상임을 추정하게 합니다.
자세히 보면 손바닥위에 놓인 반원형 구슬 같은게 보입니다.
그래서 이 불상은 약사여래이며 재료는 석재이며 개금을 한 상태입니다.
조선초기에는 고려의 전통을 이어받아 왕실차원의 귀족적 화려함과
아름다운 불상조각을 보여주는데 반해 조선후기로 들어서면서는 숭유억불로
인하여 불교에 대한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불교경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조성된 불상조각은 현실적인 인체의 비례와는 상관없이
관념적인 불상을 조성함으로 경전에서 설하고 있는 32길상 80종 호와 같은
불상의 외적인 형상보다는 그 당시 예배자들 개개인이 품고 있었던
불상에 대한 내적 이미지를 조각으로 나타낸 것 같습니다.
손바닥 위에 구슬이 보이나요...
종교적인 욕구에 의해 기능적인 차원으로 조성된 불상이기에 양감이 사라져
평판적인 상호는 불상 조성 능력의 미숙으로 보여 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기교를 부리지 않은 세부의 간결한 조각수법에서
순수함이 보이면서 소박한 토속적인 미감은 예배자의 마음을 편안케 해주기에
더 정감이 가는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상류층의 전유물로서 일반인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던 부처의 세계에
더욱 가까이 하려는 마음과 그래서 부처와 교감을 원하고 위로받고 싶었던
일반대중들의 소망이 종교적 욕구와 깨달음의 법열을 불상조각으로 승화시킨
조선후기 불상은 아름다운 모습보다 소박하지만 현실에서 고통 받는 마음을
위로해주는 따뜻함이 흠뻑 배인 그러한 부처를 원하며 필요로 했을 것입니다.
(논문: 조선시대불상조각의 조형성에 대한 연구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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