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비지정문화재를 찾아- 대송면 홍계리
1. 홍계리 서어나무
찜통더위가 따로 없다. 한낮에 30℃ 넘는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밤에는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날이 잦다.
더울수록 그늘이 더 드리워지는 나무를 찾아 포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북도내에서 보호수로 지정된 유일한 서나무(서어나무)를 보기 위해서다.
이 나무는 포항시 남구 대송면 홍계리에 있다.
서나무는 마을을 지나는 자그마한 개울 옆 대나무숲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마치 파수꾼처럼 높은 키로 마을을 지켜보는 듯 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서나무의 수령은 300여년.
높이는 20m, 직접 재어본 가지가 갈라지기 전 1m 높이에서의
나무둘레는 2.63m 이다.
서나무는 주변의 대나무로 인해 더욱 커다랗게 보였다.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가족을 지켜주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처럼 안정감과 듬직함이 묻어나왔다.
여기에 회색을 띤 나무껍질에 짙은 초록색 이끼로 뒤덮인 줄기는
마치 원시를 옮겨놓은 듯 신비스러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서나무는 1.2m 정도의 높이에서 한 가지가 동쪽 방향으로 뻗었고,
원줄기는 2m 정도에서 다섯 가지로 나눠져 다시 사방으로 갈라졌다.
나무 주변에는 돌로 축대를 쌓았다.
사람의 손길이 답답했던지 서나무의 뿌리가 축대를 뚫고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 있다.
밑동 주변에도 밖으로 드러난 뿌리가 있어 생명의 끈질김을 어김없이 보여준다.
나무 옆에는 자그마한 집이 한채 있다.
평소에는 제기를 보관하며, 동제 때는 제를 지내는 곳이다.
옛날에는 나무로 만든 집이 있었다고 한다.
동제는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며 2년에 한 번, 정월대보름 전후로 지낸다.
2년마다 지내는 이유를 주민들은 모른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는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 서나무에 올라가 놀기도 했다는 윤주식 할아버지(70).
"선풍기, 에어컨이 없던 시절 서나무 그늘에서 마을 주민들이 더위를 식혔지.
요즘으로 치면 우리마을 에어컨인 셈이야."
윤 할아버지의 말마따나 서나무 아래에 앉으니 사방으로 넓게 퍼져 있는
가지와 주변에 빼곡하게 자리잡은 대나무가 만들어낸 넓은 그늘이 천혜의 쉼터다.
그늘 바깥의 숨막히는 열기는 단 두걸음 차이인데도 느낄 수 없었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댓잎이 서로 비비며 내는 소리가 청량감을 더해주며,
길손의 발을 붙잡았다.
윤 할아버지는 서나무 아래에 걸터앉은 채 자신이 지은
'서나무에 대한 시'를 읊조렸다.
어릴 적 내가 살던 내 고향 고목나무 봄이 오면
변함없이 꽃이 피고 잎이 나는데
옛날 이 자리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놀던
그 사람은 어데로 가고 한 사람도 보이지 않고
고목나무만 서 있구나
고목나무 볼 때 마다 옛날이 그리워져요
춘풍이 불때마다 붉은 단풍이 지고져도 백발 가슴은 슬픕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는다.
서나무 아래에서 오순도순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촌로의 안타까운 마음이 묻어나는 듯해 가슴 한 곳이 아려왔다.
고개를 드니 흰 뭉게구름 너머로 파란하늘이 환하게 웃는다.
그만 여기 눌러앉아 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지용의 노거수 이야기 중에서)
* 영남일보의 이지용기자는 한여름에 여기를 다녀갔지만
이 글은 한겨울 막바지 즈음에 다녀와서 올린 글입니다.
홍계리 당: 포항시 남구 대송면 홍계리
홍계리는 창오봉과 매봉재를 남북으로 한 가운데에 위치한다.
홍계마을 앞으로 큰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는데 그 크기가 배를 댈 정도로
넓었다고 하여 넓은 계곡이란 뜻으로 홍계가 되었다.
2년에 한번 씩 정월 중 날을 받아서 동제를 지낸다.
당나무 뒤에 당집이 있는데 예전 당집은 없어졌고,
5년 전에 지은 당집만이 남아 있다.
2. 홍계리 용암사
용암사는 1987년경에 지어진 현대 사찰로
절 서편에는 용암이라 불리는 큰 암석이 있다.
엉덩이 부분을 쳐들고 기어 내려가는 룡의 모습이 확연하다.
물에 있는 여의주를 찾으러...
아가리를 쫙 벌리고서...
여의주가 있어야 할 곳에...
이 절집에서 올리는 기도터.
암석 표면에는 작은 구멍들이 많이 형성되어 있는데,
신라시대 때부터 이 굴속에 작은 불상을 모시고 예불을 드렸다.
이 굴속에 봉안되었던 불상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강탈해 갔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유물은 확인되지 않는다.
"오늘도 죄많은 중생의 풍경만이
바람에 스치운다"
... 나무아미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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