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봉
신라시대 왕자의 태반을 묻었다는 '태봉산'의 유적이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태실에 비해 신라시대 것은 흔치 않은데도, 보존은 커녕 도굴의 표적이
되어 지금은 거의 도굴을 당하여 원형이 상실하여 심하게 훼손되어 있습니다.
경북 포항시 장기면 죽정리에 있는 '태봉산'은 안태봉과 바깥태봉으로 나뉘는데,
산 정상 두 군데에는 왕자의 태를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태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영일읍지와 조선환여승람 영일군편 등에는 이곳에 신라 왕자의 태를 봉했고
따라서 산 이름도 '태봉(胎封)'이라 칭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포항의 최초 향토지 ‘일월향지‘에는 신라시대 왕자의 태를 안치했다해서
당시에는 잡인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했다는 기록도 찾을 수 있습니다.
과거 왕실에서는 왕자가 태어나면 태반을 깨끗이 씻은 뒤 전국의 명당을 골라
묻을 만큼 왕자의 출생 의례를 신성하게 여겼답니다.
전국에 산재한 태실은 조선시대의 것이 대부분이지만 신라 왕실의 것은
흔치 않아 우리가 소중히 아끼고 보존해야할 문화재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지금은 마구 파헤쳐진 채 원형을 알 수 없는 상태이며 석실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장대석 등은 주변에 무분별하게 마구 흩어져 있습니다.
최소한의 문화재 조사 발굴은 커녕 무관심 속에 도굴의 표적이 돼 온 것입니다.
태실 규모나 석실 구조 등으로 볼 때 발굴 내용에 따라 귀중한 역사 유산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태봉가는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쉽게 가는 길은 동해면 금광리 입구에서
석곡 이규준선생님의 묘소 가는 길을 참고 하면 됩니다.
거의 조항산 정상 바로 못미쳐 중계소 입구에 주차를 하고
장기방향 이정표를 따라 잘 닦여진 길을 잡습니다.
한 보름전에 먼저 다녀간 문화역사길라잡이 서선생님이 매달아 놓은 리본이 보이고
조항산지킴이 리본도 보입니다- 서명호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리막이 다 할 무렵에 제법 위세를 갖춘 민묘가 나오는데 아주 재미있습니다.
묘 주인은 달성 서씨 이며 관직을 가진 사람으로 추정됩니다.
묘지의 기가 빠져 나가는 것을 막기위해 세운 수구막이용 망주석에
도마뱀 같은 세호를 조각하였는데 두마리나 있네요.
한 망주석에 세호 조각이 두마리- 흔히 볼 수 없는 세호입니다.
근데 또 재미있는 현상
한 망주석에 도마뱀 두 마리, 거기다 두 마리 다 꼭대기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풍수지기를 북돋아 준다는 수구막이 풍수용도인 망주석의 세호는 좌상우상
즉, 도마뱀이 되었든 다람쥐가 되었든 좌우 망주석 모두 올라가고 있어야만
바로 세운 것이랍니다.
이때껏 지가 알기론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쪽은 내려가는 걸 조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엇는데, 그건 정답이 아니라는군요.
부사과달성서공지묘- 관직을 했던 달성 서씨의 묘...
제법 큰 체구의 도마뱀 같은 세호 조각이 무척이나 역동적으로 보입니다.
지극한 정성과 거금까지 들여서 세워놓은 무덤 앞 망주석의 세호가
무덤을 정면에서 바라보아 우상좌하일 때는 시쳇말로
'우리 집은 포악한 여자 등살에 시끄러운 집안이요' 가 될 것이며,
좌상우하 일 때는
'우리 집안의 내력은 첩의 자식에서 시작 되었소' 라는 욕이 된다는 것이라네요.
- 왕릉풍수와 조선의 역사 참고
근데 자세히보니 아~하 이런
동그란 눈도 있고 콧구멍도 보이고 거기다 옆으로 길게 입도 새겼습니다.
오늘 정말 지가 횡재한 기분입니다.
이런 멋진 세호조각을 만나다니...
민묘 앞 사거리에서 우도 아닌, 좌도 아닌 직진입니다.
오르막 길 내리막 길도 별반 없는 산 능선을 따라 그렇게 가니
대규모 신씨 무덤이 나오는데 전부 현대식이라 별반찬 없구나 했는데
묘지 뒤편, 길 바짝 붙어 산신단이 보입니다.
요새도 산신단을 한다는 것에 흥미롭습니다.
다시 길을 재촉하다 이번에는 좋은 길을 두고 풀섶 오솔길을 택합니다.
오솔길을 조금 들어가니 이제 본격적인 오르막 비탈이 앞을 가로 막습니다.
헉헉대며 가쁜 숨을 몇 참이나 뿜어대며 힘겹게 오르막을 오르자 앞 등성이가
환해지며 태실이 나타납니다.
생각보다 규모도 작고 초라해보이지만 주변에 흩어져 있는 돌로 보아 많이 훼손되어
그렇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돌을 모아 봉분 비슷하게 단을 만들어 놓았네요.
같이 동행한 문길 6기 최명수선생님(남산사랑)이 현수막을 걸고 있습니다.
봉분 앞 상석 비슷한 돌이 보이는데 방향은 남서 방향입니다.
장마가 올라오네, 태풍이 올라오네 해싸도 우중답사를 강행했건만 막상 길을 나서니
우려반 기대반의 심정을 알기라도 하듯 더는 비가 내리질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이 모두가 하늘을 대변한 조상님의 은덕인가 합니다- 좀 심했나...
암튼 비가 내리던 6월 24일 토요일 오후에 시작한 답사의 한 페이지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숙제의 완성이었고 재미난 묘미를 맛보게 한 하루엿습니다.
* 주) 장기면 죽정리의 태봉은 신라 왕자 태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직 발굴조사가 이뤄진 것도 아니고 기록에 나타난 영일읍지 등 외에
드러난 정확한 기록이 없어 신빙성이 떨어지는 형편입니다.
봉수대로 추정하는 사람도 있어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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