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내연산

늦겨울에 다녀온 보경사 내연계곡

참땅 2010. 2. 25. 10:52

02월 20일 내연계곡 안내

 

    내연계곡 첫달목에서 얖바우 가는 길에 누군가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설날 명절을 앞두고 추적추적 내리던 눈비가

설날 아침까지 줄기차게도 이어지더니만

이후로도 끈적하니 도무지 맑은 날씨를

보여줄 것 같지 않던 하늘이 간간이 풀리면서

급기야 쨍하고 해 뜬 날이 요 며칠

들판 곳곳, 낮은 산자락의 잔설이 거의 녹아내릴 무렵

 

        얖바우 지나 사자폭 가는 건널목에 이렇게 통나무 다리도 있고... 

 

청하 보경사 안내 자원봉사 하는 날 토요일

포스코 ‘쇠터얼’ 회장님(풍경)의 연락

“회원 14명이 내연계곡을 탐사하고 싶다” 는

안내 요청에 계곡 곳곳에 아직 채 녹지 않은

눈을 걱정하면서도 파란 하늘, 맑은 날씨를 의지 삼아

계곡탐사 강행을 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전부 성인남자들로 이루어진 팀이라

큰 무리가 없을 걸로 판단되어 조금은 안심이다.

 

 

    지난 갈수기를 무색하게 잔설이 녹아내린 물로 제법 폭포의 구색을 갖춘 사자폭

 

애초 비하대까지 오르려 하였으나

자트락 오르막 산길은 말 그대로 아직 빙판이고

연산폭도 구름다리를 건너자마자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아쉽지만 관음폭포 앞에서 발길을 되돌려야만 했다.

 

 

               아무도, 전혀 그 누구도 밟지 않은 눈 위 내발자욱을 남기며...   

 

                    주위가 꽁꽁 얼어붙은 잠룡폭포- 룡도 춥겠다.

 

눈이 내린 이후로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하얗게 쌓인 눈 위에 내 발자욱을 찍는 기분은

내 어릴 적 눈밭을 뛰놀던 그 감동으로 치닫는다.

어렵게, 어렵게 아무 사고 없이 답사를 마치고 나니

파란 하늘은 한결 더 새파랗고

바람조차 무디어 한결 더 따스함을 제공하고 있다.  

 

                한적하니 조용한 보경사 경내는 포근하게 다가온다.

 

점심 겸 뒷풀이 동해동동주는

철분 냄새, 땀 냄새로 뒤섞인 사나이들의 혼과 더불어

저 속 깊은 심연 속에서 꿈틀꿈틀

진하디 진한 우정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