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삼천원의 행복

참땅 2009. 9. 8. 09:55

토요일 저녁 모처럼만에 구룡포 집엘 들렀다.

태풍 갈매기호 전야의 구룡포 방파제에는 그 많던 낚시꾼들이 사라지고

바다에 조업 중이던 이까배(오징어잡이 어선), 통통구리 배(소형저인망 어선)들도

항구에 닻을 내린지라 주말이면 빈번하게 오가던 차량들도 거의 끊기고

대게집 호객행위도 뜸한 구룡포항은 불빛만 휘황한 채 조용하기 그지없다.

‘어장배가 나갔나...’

싶다던 어머님께서 새벽 6시경에 집을 나서시더니만 금방 되돌아오신다.


태풍이라 바람 불고 파도가 칠 줄 알았는데 파도가 잔다면서

고무옷, 두름박, 수경 등을 챙겨 나가신다.

그러길 한 30여분쯤 지났을까

‘물이 어두바가 물질 모한단다’

하시며 또 되돌아오시더니

‘햇깜이 있나 모리겠다’

하시며 또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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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이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어느 듯 아침잠은 저만치 달아나버리고...

나가신지 20여분 정도 지나서야 풀봉다리에 문가 잔뜩 담아 오시는데

이것저것 섞인 잡어 한봉지를 담아 들고 오셨다.

‘얼매 줬는데’

‘이거 삼천원어치다’

‘우와 머가 그리 많노’

다행히 태풍이라카이 횟집 같은데서 많이 사러 나오질 않아

쉽게 그리고 싸게 살 수 있었단다.


날치, 오징어, 호루래기, 아지, 청어 등 등

삼천원어치 횟감- 회로 포식할 생각을 하니 행복 그 자체다.

늦은 아침을 느긋한 포만감으로 배를 채운다.

태풍이야 오건말건 이 행복감을 오래도록 누리고 싶다.

이 행복감 이야말로 한적한 어촌에서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보일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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