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의 牧象圖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사찰벽화의 尋牛圖는 중국 임제종 임제선사의 12세 손
廓庵禪師가 보명화상의 牧牛圖 등 10여 종에 이르는 牛圖들을 정리,
재편집하고 새로운 사상을 첨가시켜 목우도를 완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목우도와 내용적으로는 유사하지만 그림의 형식으로는
전혀 다른 티벳 목상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매우 흥미롭게 접하게 되었다.
즉 티벳 목상도는 코끼리를 우리 마음으로 비유하여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인도인의 소에 대한 신앙에 있어서 소는 聖牛로 표현될 만큼 신성한 동물이므로
세속적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소로써 표현하기에는 부담감이 있었으리라
생각이 되며, 그래서 소보다는 코끼리를 택했으리라 추정을 해본다.
반면 중국에서는 소가 가장 친근한 동물로 여겨져 도상으로 합당하였으리라
볼 수 있겠다.
목상도의 교리적 배경은 유가사지론의 九種心柱라 불리는 사마타수행의 단계가
된다고 한다. 중국의 목우도는 4/10/12 가지 등 시리즈로 구성된 반면 목상도는
하나의 그림 안에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는 점이다.
구종심주를 설명하고 있는 牧象圖는 오른쪽 하단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언덕이 있는 오른쪽 하단에는 사원이 보이고 사원 옆에는 스님 한 분이 서 있으며,
이 스님은 구종심주를 수행하는 수행자를 의미한다.
제1심주 - 內柱心
수행자인 스님은 자기마음을 상징하는 코끼리를 로프와 갈고리로 묶으려고
하고 있다. 수행자의 왼손에는 갈고리가 있는 로프를 들고,
오른손에는 쇠갈고리가 들려져있다.
왼손의 갈고리가 달려있는 로프는 달아나는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한 것으로
念을 상징하고, 오른손의 쇠갈고리는 코끼리를 제어 조종하기 위한 것으로
正知를 상징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 수행자는 그의 앞에 구부러진 길 위에 있는 코끼리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수행자 앞에 나 있는 구부러진 길은 5개의 곡선 길과 6개의 길로 되어있는데
이는 六種力을 의미한다고 한다.
구종심주의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육종력 가운데 첫 번째인 聽聞力이 필요한
단계이므로 첫 번째 길에 있는 것이다.
검은 코끼리는 단련되지 않은 우리의 마음을 나타내며 코끼리 앞의 원숭이는
잡념을 상징하고 검은색은 들뜬 마음인 도거를 나타낸다고 한다.
원숭이 옆에는 불꽃이 그려져 있는데 이 불꽃은 사마타수행의 과정 중 념과
정지에서 나온 힘이 확장됨에 따라 점점 줄어들다가 일곱 번째 단계에서
완전히 소멸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불꽃은 수행에서 정진의 힘을 말하며, 초기에는 정진의 힘이 많이 필요하고
점점 줄어들면서 힘이 적게 들어감을 의미한다.
즉 1~6 단계 까지는 강한 念과 正知의 노력으로 실현되어 가지만
7~9 단계 까지는 강한 念과 正知 없이도 수행이 자연스럽게 가능하게 됨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제2심주 - 續柱心
지속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묶어두기 위해 더욱 마음에 집중하는 두 번째 단계는
思惟力에 의해 성취된다. 수행이 더욱 깊어지는 것을 그림에서는 코끼리의
머리가 검은색에서 2/3 쯤 흰색으로 변한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머리 위에 있는 5가지 형상은 5가지 감각대상을 나타내는데,
과일은 未境, 리본은 觸境, 향은 鼻境, 차임벨은 聲境, 거울은 眼境을
상징하고 있다. 5가지 감각대상은 우리의 마음을 도거에 빠지게 한다.
수행의 장애물인 혼침과 도거를 제거하는 과정을 코끼리와 원숭이의 머리가
점차적으로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제3심주 - 安柱心
마음을 다시 묶기 위해 더욱 집중하는 세 번째 단계는 염력에 의해 성취된다.
수행자는 로프를 가지고 코끼리를 묶는 것으로 묘사된다.
수행자가 염과 정지로써 명상의 대상에 집중하는 이 단계는 그림에서 갑자기
토끼가 나타난다. 이것은 번뇌를 상징하는데 전 단계에서는 오직 추번뇌 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면 여기서부터는 미세한 번뇌가 인식되기 시작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제4심주 - 近柱心
이 단계는 아주 세밀하게 마음에 집중하는 단계이다. 몸의 절반이 흰색으로
변한 코끼리와 원숭이, 토끼가 고개를 돌려서 수행자를 보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 단계 또한 念力에 의해 성취된다. 전 단계에서 미세한 번뇌를 발견하고 대상에
대해 다시한번 세밀하게 집중해서 살펴보는 것이다.
제5심주 - 調伏心
우리마음을 삼매 안에서 길들이는 이 단계는 정지력에 의해 성취된다.
세 번째 커브를 돌아 네 번째 길로 상징되는 그림에는 코끼리를 앞서가던
원숭이는 상황이 바뀌어 코끼리를 따라 가게 된다.
아울러 수행자는 코끼리와 토끼, 원숭이 앞에서 몸을 돌려 코끼리를 바라보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이전에 일어났던 도거의 힘이 줄어들어 미약하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세 번째 커브와 코끼리를 따르는 원숭이 사이에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나무 가지 위에는 오른손에 과일을 든 흰원숭이가 묘사되어 있다.
이는 수행자가 사마타 수행을 하는 동안 비록 긍정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산만한 생각은 멈추어야 함을 말 하고 있는 것이다.
수행에 장애가 되는 이러한 마음을 멈추었을 때 비로소 긍정적인 마음은
自利와 利他라는 두 가지 공덕을 끄집어 낼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에서 코끼리 앞의 수행자는 오른손에 있는 쇠갈고리를 뻗어
코끼리를 걸려고 하고 있다.
쇠갈고리는 正知를 나타내는데 이것은 정지에 의해 마음의 번뇌가 더 이상
확장되지 못하게 하여 삼매에 이끌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제6심주 - 寂靜心
모든 번뇌가 극복되어져 평정심을 얻게 되는 이 단계에서 토끼는 사라지게 된다,
토끼가 사라지는 것은 미세한 번뇌가 극복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정지력에
의해 성취되는 것이다.
제7심주 - 最極寂靜心
완전한 평정심이 유지되는 단계 또한 정진력에 의해서 성취된다.
미세한 혼침과 도거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비록 조금이라도 일어날 때면
별다른 노력 없이 제거될 수 있게 된다.
원숭이의 색깔이 완전히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바뀌고 코끼리의 색깔은
아주 조금 검은색이 남은 것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코끼리는 수행자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것은 아주 적은 염과 정지로서도 지속적으로 삼매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음을 뜻 한다.
제8심주 - 전주일경심
아무런 장애 없이 하나의 대상에 마음을 한 곳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되는 단계
또한 정진력에 의해서 성취된다.
제9심주 - 平等柱心
수행이 완전하게 익숙 되어진 단계로 관습력에 의해 성취되는데, 다섯 번째 커브를
지나 마지막에 있는 여섯 번째 길로 상징되며 이 지점에서 수행자는 마음의 평형을
유지하면서 가부좌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수행자의 옆에는 이미 길들여
져서 모든 번뇌를 완전히 극복한 마음으로 상징되는 코끼리가 편안한 모습으로
조용히 앉아 있다.
제10
수행자가 큰 천의를 두 손으로 붙잡고 하늘세계로 날아가는 모습으로 표현되며
이것은 육체의 유연함을 나타낸다. 바로 아래에는 코끼리 등 위에서 연화좌대에
앉아있는 수행자의 모습도 그려지는 이 단계는 완전히 정신적, 영적으로 유연성을
확보했음을 나타낸다. 이는 곧 적정 열반의 상태에 들었음을 의미하며 수행자는
완전한 사마타수행의 완성을 보게 된다.
그림의 마지막은 길 위에 포크형상이 그려져 있고, 반대 방향에서 내려오는
코끼리의 등위에 타고 있는 수행자가 오른손에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칼은 모든 존재의 근원을 야기 시키는 無明을 끊어버릴 수 있는 지혜 즉 空을
여실히 관찰할 수 있는 통찰과 적정의 융합을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 다시 마지막 불꽃이 일어나고 있음이 표현되는데, 제7심주에서
사라졌던 불꽃을 이 지점에서 염과 정지의 힘으로 정견을 얻기 위해 다시금
정진의 불꽃을 태우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마타수행의 마지막 단계에서 필요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 염과 정지의
힘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참고
① 九種心柱: 내주, 등주, 안주, 근주, 조순, 적정, 최극적정, 전주일취, 등지.
② 念(사띠sati): 지금 현재에 집중해 알아차리는 마음과 거기에 집중하는 것
③ 正知: 바른 알아차림- 마음이 제대로 삼매대상에 집중하고 있는가, 딴 생각
하고 있는가 살피는 것
④ 六種力: 부처와 사람이 이용하는 6가지 능력. 어린아이는 울음, 여자는 성냄,
국왕은 교만, 나한은 정진, 비구는 인욕, 부처는 자비로 힘을 삼는다.
⑤ 도거: 마음이 들뜨고 소란스러워 흥분되어 있는 마음상태.
⑥ 혼침: 마음이 가라앉고 혼미하여, 축 쳐져 의욕이 사라진 마음상태.
⑦ 5가지 감각대상: 안(눈:眼), 이(귀:聲), 비(코:鼻), 설(혀:未), 신(몸:觸)
⑧ 麤煩惱: 우리가 일반적으로 감지할 수 있을 만한 번뇌(↔細煩惱)
⑨ 自利: 정진수도의 공덕을 자기 자신만이 향수하는 것.
⑩ 利他: 자신 뿐 아니라 모든 중생의 구제를 위해 닦는 공덕.
♣ 오늘날 전하는 심우도 표본은 廓庵의 원전보다 일본인 周文의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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