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배 이야기
장자는 강에서 홀로 나룻배를 타고 명상에 잠기곤 했다.
그 날도 장자는 어느 때처럼 눈을 감고 배 위에 앉아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때 갑자기 어떤 배가 그의 배에 부딪혀 왔다.
화가 치민 장자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무례한 사람이군. 내가 눈을 감고 명상중인데 어찌 내 배에 일부러
부딪힌단 말인가?‘
장자는 화난 표정으로 눈을 뜨며 부딪쳐 온 배를 향해 소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배는 비어 있었다. 아무도 타지 않은 배였던 것이다.
순간 장자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후에 장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虛舟 허주’
方舟而濟於河(방주이제어하) 배로 강을 건널 제
有虛船來觸舟(유허선래촉주) 빈 배가 떠내려 와서 자기 배에 부딪치면
雖有惼心之人不怒(수유편심지인불노)
비록 속 좁은 사람이라도 화 내지 않겠지만
有一人在其上(유일인재기상) 그러나 그 배에 사람이 타고 있었다면
則呼張歙之(즉호장흡지) 즉시 배를 저어 떨어지라고 소리칩니다.
一呼而不聞(일호이불문) 한 번 소리쳐 말을 듣지 않으면
再呼而不聞(재호이불문) 다시 소리치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於是三呼邪(어시삼호사) 세 번째 소리치며
則必以惡聲隨之(즉필이악성수지) 반드시 나쁜 소리가 뒤따르게 마련입니다.
向也不怒而今也怒(향야불노이금야노)
처음에는 화를 내지 않다가 지금 화를 내는 것은
向也虛而今也實(향야허이금야실)
처음에는 빈 배였고 지금은 누군가가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人能虛己以遊世(인능허기이유세) 이처럼 사람들이 자기를 비우고 세상을 산다면
其孰能害之(기숙능해지) 그 누가 그를 해 하겠습니까?
중국의 송나라 장자의 외편 산목편 中 ‘虛舟’ 이야기입니다.
이어서...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만일 그 배가 비어 있다면 누구도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세상의 강을 건너는 내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나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내게 상처 입히려 들지 않을 것이다.
내 배가 비어 있는데도 사람들이 화를 낸다면, 그들이 어리석은 것이다.
내 배가 비어 있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화내는 것을 즐길 수 있다.
텅 빈 공간이 되라. 사람들이 지나가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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