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 외

설상가상의 다른 의미

참땅 2016. 3. 31. 08:46

설상가상

 

雪上加霜이라는 성어는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이나 碧岩錄(벽암록) 같은

불서(佛書)에 빈번하게 쓰였는데, 몇 가지 일화를 알아보자.

 

 

1. 마조(馬祖) 도일선사(道一禪師)의 법사 중에 대양화상(大陽和尙)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선사라는 중이 인사하러 온 적이 있었는데, 대양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앞만 볼 줄 알고 뒤를 돌아볼 줄은 모르는구나"

선사가 말하였다.

   "눈 위에 다시 서리를 더하는 말씀입니다."

대양선사가 말하였다.

   "피차 마땅치 못하도다."

 

2. , 여산(廬山) 서현(栖賢) 회우선사(懷佑禪師)조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실려있다.

어떤 중이 물었다.

   "멀리서 왔으니, 스님께서 깨우쳐 주십시오."

   "때에 맞지 않는구나."

   "스님께서 때에 맞추어 주십시오."

   "나는 바뀐 적 없다."

   "어떤 것이 이러한 법에 법이라는 차별마저 없는 것입니까?"

   "눈 위에다 서리를 더하는구나."

 

3. 한편, 碧岩錄(벽암록) 28칙에 보면 백장 스님이 남전 스님에게

   "내가 너에게 너무 말해버렸구나"라고 말한 구절이 있는데,

 여기에 대하여 벽암록의 저자인 원오 극근 스님이

   "눈 위에 서리를 더한 격이다. 용두사미로 무얼 하려는가?"라고

착어[著語-한두 마디로 상대를 격발시키는 간단한 평가]를 달아놓았다.

 

   이들 일화에서처럼 雪上加霜(설상가상)은 원래 '흰 눈 위에다 다시 흰 서리

를 더한다'는 뜻으로, '쓸데없는 참견이나 중복'이라는 비유로 쓰였으나,

차츰 뜻이 확산되어, '계속해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남'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도 쓰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엎친 데 덮친 격' 등과 같은 뜻이다.

 

   그런데 눈이 오는 계절에도 서리가 내리는지?

설사 눈이 온 뒤에 서리가 내린들 그게 대순가, 눈이 소복이 쌓인 눈더미

위에 서리가 내려봤자 그대로 눈에 흡수될게 뻔한데, 내린 서리가 표시도

안 날 꺼 인데 말이다.

아무래도 의심이 가는 고사성어라고 말하고 싶다.

후세인들이 설상가상의 원래 의미를 퇴색한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래 구절은 <이판사판 화엄경>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은 고사성어와 같이 한문에 그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설상(눈이 온 위에) 가상(서리까지 내린다)입니다. 이제 한문의 본래 의미에

충실하게 풀어 보겠습니다. '눈이 온 후 서리가 내리니 별로 흔적이 없다'라고

해야 맞는 해석입니다. 그런데 흔히 '눈이 온 후에 서리까지 내리니 정말 너무

'라고 잘못 해석합니다. 이는 서리를 과대평가하고 눈을 우습게 여기는 정말

'눈을 두 번 죽이는' 행위입니다. 이는 제가 유식해 보이려고 밝히는 견해가

아니라, 전문 한문학자의 지적을 빌린 것입니다.”

 

이 구절을 보고 윗글의 세가지 일화를 음미하면 어떻게... 말이 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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