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德頌 - 劉 伶
- 술의 덕을 칭송함 -
有大人先生. 대인 선생이란 사람이 있었으니,
以天地爲一朝, 천지개벽 이래의 시간을 하루아침으로 보고
萬期爲須臾, 만 백 년을 순간으로 삼으며,
日月爲扃牖, 해와 달을 문과 창문으로 삼고
八荒爲庭衢. 광활한 천지를 집안 뜰로 생각한다.
行無轍跡, 길을 가면 수레바퀴 자국이 없고
居無室廬. 일정한 거처가 없으며,
幕天席地, 하늘을 천막으로 삼고
縱意所如. 마음대로 내맡긴다.
止則操巵執觚, 머물러 있을 때는 크고 작은 술잔을 잡고
動則挈榼提壺, 움직일 때는 술통과 술병을 들고,
唯酒是務. 오직 술에만 힘을 쓰니
焉知其餘. 어찌 그 나머지를 알겠는가?
有貴介公子, 귀족 공자와
搢紳處士. 고위 관리와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들이.
聞吾風聲, 나의 소문을 듣고
議其所以. 그러한 까닭을 따진다.
乃奮袂揚衿, 이내 소매를 떨치며 옷깃을 걷어붙이고
怒目切齒, 눈을 부라리고 이를 갈면서
陳設禮法, 예법을 늘어놓으니,
是非鋒起. 시비가 칼끝처럼 일어난다.
先生於是, 선생이 이에
方捧甖承糟, 바로 술 단지와 술통을 들고
銜盃漱醪, 술잔을 대고 탁주를 마시며,
奮髥踑踞, 수염을 쓰다듬고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아서는
枕麴藉糟. 누룩을 베게삼고 술 찌꺼기를 자리삼아 누우니,
無思無慮, 생각도 없고 걱정도 없으며
其樂陶陶. 그 즐거움이 도도하다.
兀然而醉, 멍청히 취해 있는가 하면
恍爾而醒. 어슴푸레 깨어 있기도 하니,
靜聽不聞雷霆之聲, 조용히 들어봐도 우레소리가 들리지 않고
熟視不見泰山之形. 자세히 들여다봐도 태산의 형체가 보이지 않도다.
不覺寒暑之切肌, 살을 에는 추위와 더위도
嗜慾之感情. 욕심의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俯觀萬物擾擾焉, 만물을 굽어보니 어지러이
如江漢之浮萍. 마치 장강과 한수의 부평초 같도다.
二豪侍側焉, 따지는 두 호걸이 옆에 서 있어도
如踝蠃之螟蛉. 마치 나나니벌이나 배추벌레나 같도다.
有大人先生하니. 以天地로 爲一朝하고. 萬期로 爲須臾하며. 日月로 爲扃牖하고.
유대인선생 . 이천지 위일조 . 만기 위수유 . 일월 위경유
八荒으로 爲庭衢라. 行無轍跡하고. 居無室廬하며. 幕天席地하야, 縱意所如라.
팔황 위정구 . 행무철적 . 거무실려 . 막천석지 , 종의소여
止則操卮執觚하고. 動則挈榼提壺하야. 唯酒是務니. 焉知其餘리오?
지즉조치집고 . 동즉설합제호 . 유주시무 . 언지기여
有貴介公子와. 縉紳處士가. 聞吾風聲하고. 議其所以라. 乃奮袂揚衿하고.
유귀개공자 . 진신처사 . 문오풍성 . 의기소이 . 내부몌양금
怒目切齒하며. 陳設禮法하니. 是非鋒起라. 先生於是에. 方捧甖承槽하고.
노목절치 . 진설예법 . 시비봉기 . 선생이시 . 방봉앵승조
銜盃漱醪하며. 奮髥踑踞하고. 枕麴藉糟하니. 無思無慮하고. 其樂陶陶라.
함배수료 . 분염기거 . 침국자조 . 무사무려 . 기락도도
兀然而醉하고. 恍爾而醒하니. 靜聽不聞雷霆之聲하고. 熟視不見泰山之形이라.
올연이취 . 황이이성 . 청정불문뇌정지성 . 숙시불견태산지형
不覺寒暑之切肌하고. 嗜慾之感情하고. 俯觀萬物擾擾焉하야. 如江漢之浮萍이라.
불가한서지절기 . 기욕지감정 . 부관만물요요언 . 여강한지부평
二豪侍側焉에. 如蜾臝之螟蛉이라.
이호시측언 . 여과라지명령
여기에 우주를 좁다 하고, 만물을 하나로 보며 술을 몹시 즐기는 대인(大人) 선생이란
분이 있다.
그 양반은 천지개벽 이래의 무한히 긴 동안을 단 하루아침으로 여기고, 만만년의 기나긴 기한을 잠간 동안으로 보고, 저 하늘에 해와 달로 써 자기 집 창문으로 삼고, 팔방의 저 먼 끝까지를 두고 자기 집 뜰이나 길거리로 삼고 있다.
길을 가도 수레와 말을 버리고 마음 가는 대로 멋대로 거닐으니 일정한 수레바퀴 자국이 없고, 평소에 집이라는 게 따로 없으니 어디에 있는 줄을 아무도 모른다.
그저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땅을 깔방석으로 하여 마음에 하고 싶은 그대로 맡겨 거리낄 것이 없다.
앉으면 큰 잔 작은 잔 할 것 없이 술잔을 들고 어디를 가도 술통 술항아리를 끌어잡아, 가나오나 앉으나 누우나 오직 술, 술 마시기에만 힘을 쓰니 그 나머지의 것은 전혀 알 턱이 없다.
이윽고 공경대부와 같은 귀하고 크신 분들 귀족의 자제분들, 넓은 띠에 홀을 끼운 높은 벼슬아치들, 그리고 야(野)에 묻혀 사는 도덕이 높으신 유학자들, 세상에 이렇다 한 양반들이 대인선생이 예법을 무시하고 오로지 술에만 힘쓴다는 풍문을 듣고 우르르 몰려와서 그 까닭을 의논하느라 야단들이다.
그래 몹시 흥분한 듯 그들은 팔을 휘 두르고 옷깃을 추켜올리며 눈을 부라리고 이를 부드득 갈면서 예법이 어떻고 죽 설명을 늘어놓으며 술에만 마음을 부치는 대인선생을 두고 그르다고 하는 의논을 칼날을 일으키듯 다투어 세운다.
칼날을 몰아세우듯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쟁쟁한 인사들의 호되게 나무라는 말들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대인선생은 술독을 들어 올려 술 거르는 그릇에 받아 술을 입에 대고 막걸리를 죽 들이키고 나서 수염을 쓰다듬으며 두 다리를 쭉 뻗고 누룩을 베개 삼고 술 찌꺼기를 깔고 술에 흠뻑 취하여 누어있으니,
아무런 생각도 없고 근심도 없으며, 오직 화락한 양 즐거움만이 무르익는다.
세간의 모든 생각을 초월한 가운데 우뚝 홀로 취하기도 하고, 희미하여 분명치 않은 속에 술에서 깨어나기도 하여 취해서는 깨고 깨면 다시 또 취하니, 고요히 귀 기울여 들어도 하늘을 찢는 그 요란한 천둥소리마저 들리지를 아니하고, 또, 아무리 눈여겨 자세 살펴보아도 그 엄청나게 큰 태산의 형체조차 눈에 보이지를 않는다.
그뿐인가! 추위와 더위가 그 몸에 절실하게 파고들어도 그것을 느끼지를 못하고, 무엇을 즐기고 무엇을 하고 싶다는 감정조차 다 사라지고 없다.
그저 엎드려 이 세상 온갖 사물의 가지가지 뒤섞여 어지러운 모양을 굽어보기를 마치 양자강과 한수의 물 위에 떠다니는 개구리밥만이나 여기고, 예법을 들고 나와 눈을 부라리며 나무라던 그 쟁쟁한 인사들이 자기 옆에 있는 것을 마치 나나니벌과 푸른 나방 나비의 유충처럼 볼 뿐이다.
주덕송(酒德頌) 유령(劉伶 221?~300?)
이 글은 술의 공덕을 노래한 송(頌)이다. 작자 유령은 진(晋)나라 패국(沛國) 사람으로 이름은 영(伶)이고 자는 백륜(伯倫)이다. 뜻이 하도 너르고 커서 우주를 두고 좁다고 하며, 성품이 술을 남달리 즐겨하여 평소 사슴만한 작은 수레를 타고 한 병의 술을 지니고 다니며 한 사람에게 삽을 들고 다니게 하여 그로 하여금 자기가 죽거든 어느 곳이든 죽은 그 자리에 묻어 달라 하였다고 한다.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이며, 벼슬은 건위참군(建威參軍)을 지냈다.
♣ 대인선생(大人先生): 작자 유령이 자신을 가리켜 한 말이다.
대인이란 노장(老壯)의 이른 바 천지자연(天地自然)의 대도(大道)를 얻은 사람이니,
곧 자신의 지기(志氣)의 광대(廣大)함을 나타낸 말이다. 대인이란 세상의 속물, 즉, 소인에 대하여 세간을 초월한, 그리고 우주의 큰 뜻을 얻은 사람을 말한다. 작자는 자신을 두고 객관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 捧甖承槽봉앵승조: 술 단지를 들고 술통을 받듦. 甖은 작은 술 단지. 槽는 술을 저장
해놓는 통.
♣ 漱醪수료: 탁주로 양치질 함. 즉 탁주를 마신다는 뜻이다.
♣ 奮髥분염: 수염을 떨침. 一說에는 술이 묻은 수염을 손으로 쓰다듬는다는 뜻이라고 함
(상황적으로 봤을 때 一說이란 것이 훨씬 타당해 보인다.)
♣ 踑踞기거: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음.
♣ 枕麴藉糟침국자조: 누룩을 베개 삼고 지게미를 깔고 누움. 麴은 누룩. 糟는 술을 거른
지게미.
♣ 陶陶도도: 和樂한 모양.
♣ 兀然올연: 아무 것도 모르는. 멍청한.
♣ 恍爾황이: 희미한.
♣ 寒暑之切肌한서지절기 : 살가죽을 파고드는 추위와 더위.
♣ 擾擾요요: 많은 것이 뒤섞여 어지러운 모양.
♣ 江漢: 長江과 漢水.
♣ 蜾蠃과라: 나나니벌. 가늘고 작은 벌.
♣ 螟蛉명령: 나비나 나방류의 유충. 배추벌레. 나나니벌이 명령을 잡아다 새끼를 먹이는
데, 옛사람들은 나나니벌이 명령을 잡아다가 나나니벌로 길러낸다고 생각했었다.
(다음 카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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