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수용포 수망굿
우리나라 무속의례는 크게 세 종류로 구별합니다.
1. 사령굿: 죽은 사람을 위한 굿
2. 제재초복굿: 산 사람을 위한 굿
3. 신굿: 무당 자신을 위한 굿(강신무에 해당- 허줏굿, 내림굿 등)
동해안지방에서는 부락단위로 풍어제의 성격을 지닌 별신굿과
죽은 사람을 위한 오구굿이 많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어촌이 많은 동해안 지역에서는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죽는 일이 자주 생겨
오구굿도 자주 하게 되는데 오구굿 중에도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을 위한 굿을
‘넋건지기굿’ 또는 ‘수망굿’이라 부릅니다.
별신굿이 마을의 번영과 풍어를 기원하는 축제적 성격을 지니는 즐거운 것이라면
오구굿은 망자를 위한 슬픈 굿입니다.
수망굿, 넋건지기굿이라 부르는 사령제는 시신을 찾지 못한 망자를 위한 굿으로
슬플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죽은 이가 아직 결혼도 하지 못한 30대의
노총각이라는 사실이 망자의 가족들을 더욱 애통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수망굿을 하는 망자의 집안이 조그마한 수용포의 가난한 촌에서도 가장
어려운 살림 형편이라는 점, 집에는 일흔이 넘은 홀어머니만이 남게 되었다는 점,
가난한 살림 형편을 면해 보려고 외국으로 취직해 갈 여비라도 벌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타보지도 않던 고기잡이배를 탄 지 나흘 만에 수중고혼이 되었다는
애절한 사연 등이 굿판에 모인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저리게 만듭니다.
하늬바람이 많이 불던 날 풍랑을 만나 노총각은 실종되어 버렸습니다.
시신을 찾지 못했으니 바다에서 떠도는 혼백을 건져 저승으로 보내주는
넋건지기굿을 하게 됩니다. 또한 망자가 아직 미혼이기 때문에 죽어서라도
총각귀신을 면하게 하여 생전의 한을 풀어주어야겠기에 이번 굿에서는
영혼 혼례식도 올리게 되었습니다. 신부는 3년 전에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었다고
합니다. 망자의 숙모가 수소문하여 처녀로 죽은 배필감을 찾아 궁합까지 보고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신부 집에서는 사진만 보냈을 뿐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을 뿐더러 재정적인
협조도 없었다고 합니다. 망자의 숙모 말로는 신부의 부모가 너무 가슴이 아파
올 수 없다는 기별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굿판에 참석한 온 동네사람들은 산 사돈보다 죽은 사돈이 더 가깝다고
하면서 혼례를 올리고 나면 정식으로 사돈관계가 성립되어 두 집이 서로 가깝게
지낼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굿당은 망자의 집과 바닷가 두 곳에 차려 놓았습니다.
집에서는 마루와 안방에 간단한 상을 차려 놓았고, 바닷가에 차린 굿당은
바다 쪽을 등지고 천막 안쪽에 오색의 여러 종류 지화, 떡, 포, 술 등 제물과
신랑 신부의 신위 그리고 넋광주리인 신태집과 시신을 의미하는 넋자리도
놓여 있습니다. 사진과 함께 신랑신부를 나타내는 인형도 있고 이미 돌아가신
부친과 큰형의 신위도 함께 모셨습니다. 굿상에서 조금 떨어진 옆으로 천막 양편에
용선과 탑등 등이 각각 매달려 있습니다.
1. 부정굿
굿상 위에 병풍 두 개를 연이어 치고 병풍 앞에 꽃, 망자 위패 및 사진,
과일‧떡‧촛대 등을 차리고 용선‧탑등‧신태집‧금전 은전(엽전 꾸러미 모양으로 종이를
오린 것)‧저승 시대왕의 이름을 쓴 종이 등을 사방에 걸어 놓았다.
주무는 평복 차림으로 백지에 불을 붙여 휘두르면서 굿당 안을 청소하듯 돌고 나서
부정굿 무가를 부른 후 잿물과 맑은 물이 든 바가지를 들고 신칼로 이를 찍어내어
굿당 주위에 뿌린다.
부정굿은 굿을 준비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눈으로 본 것, 귀로 들은 것, 입으로 말한 것, 등 모든 부정한 것을 씻어내고 굿당과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부정을 가심으로써 신이
강림할 수 있도록 굿당을 정화하는 의례이다.
2. 골매기서낭굿
4m 가량의 생대나무 끝 쪽에는 잎이 그대로 붙어 있고 위로부터 1m쯤 되는 곳에
백지를 매단 서낭대를 하늘을 향해 흔들며 골매기 신을 받아 굿당에 좌정시킨다.
골매기서낭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골매기서낭이 문을 열어 주어야 죽은 사람
의 영혼(영가씨)이 굿을 받으러 굿당까지 올 수 있다고 믿어 모신단다.
3. 넋건지기
골매기 서낭대, 망자의 신위를 모신 밥상, 신태집, 넋전이 담긴 망자의 밥주발,
산 닭 등을 들고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 가족들이 통곡하는 가운데
서낭대 끝을 바다에 던져 넣으며 구슬픈 목소리로 망자의 넋을 부른다.
아에아 ~ 오 ~ 오 ~ 아에아오 ~
동해광년왕 남해광니왕 서해광덕왕
북해광택왕 사해용왕님 영가태평
강신하리 일체 하회 동참하옵소서
어 ~ 이, 어 ~ 이. 어 ~ 이
남섬부주 대한민국 경상북도 영일군
~ ~ (중략)
기축생 OOO이 ~ 기축생 OOO이
육로로 환생하옵소서
초혼이 끝나면서 흰 헝겊으로 묶은 밥주발과 한쪽 다리를 끈으로 묶은 닭을
바다 멀리 던진다. 이때 빠른 장단에 맞추어 염불을 외면서 차려온 굿상 위에
있는 밥과 반찬‧술‧떡 등을 차례로 물에 던진다. 서낭기를 들고 한동안 춤을 춘다.
물에 떨어졌던 닭이 물가로 헤엄쳐 나오면 망자의 혼이 따라 나온 것으로 믿고
닭과 주발을 끌어 올린다. 다시 서낭기를 들고 망자의 집을 향해 간다.
망자의 넋을 모셔둔 채 가족과 무당 및 잽이들은 한 줄로 서서 징‧장고‧꽹과리를
치면서 태극형을 그리며 마당을 돈다. 이것을 정경밟기라 부르며 망자가 집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한다.
4. 문굿
망자가 집에 돌아왔음을 고하고 염불로 극락의 문을 열어 망자가 들어갈 수 있게
청한다. 넋상을 집안에 모시고 빠르고 격렬한 춤을 춘다.
5. 망자혼례식
마당에 두 사람의 겸상차림으로 혼례상을 차려 놓았다.
남쪽과 북쪽 상위에 각각 맥주병을 세워 놓고는 각각 대나무 가지와
사철나무 가지를 꽂아 놓고 그 사이를 청실홍실로 다리처럼 연결해 놓았다.
혼례절차는 유교식으로 산 사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흘기를 부르는 데 따라 신랑인형을 든 남자(신랑대반)가 잔칫상 동쪽으로
신부인형을 든 여자(신부대반)가 서쪽에 으로 나와 서서 절할 때 절 시키고 술 먹일 때
술 먹이는 흉내를 내는 등 대리 혼례식을 진행한다.
진짜 혼례에서 하는 것처럼 주위 사람들은 신부를 놀리기도 하고 덕담도 하며
식이 끝나면 친척들과 가족 전체가 모여 신랑 신부 인형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한다.
신랑신부 인형을 건넌방에 꾸며 놓은 신방으로 옮기고 방 안에 깔아 놓은 자리
위에 나란히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다음, 아들 딸 많이 낳고 잘 살라는 덕담을 하고는
문을 닫는다. 몇몇 사람들은 이때 창호지에 구멍을 내고 신방 엿보기 흉내를
내기도 한다. 무당들이 망자의 넋두리를 하면서 가족들에게 술잔을 권한다.
식사가 끝난 후 다시 신위‧인형‧신태집‧망자의 넋을 모시고 바닷가 굿당으로 간다.
6. 배염불
종이로 만들어 차일에 매달아 놓은 용선은 망자가 극락으로 갈 때 다고 갈 배다.
용선 머리 부분에 뱃줄(긴 무명줄)을 걸고 그 끝을 무당의 허리띠에 끼우고 당겼다
놓았다 하면서 용선가를 부른다. 무당과 재갓집 부인네가 원을 그리며 춤추고
노래한다. 반주의 박자가 빨라지며 구경꾼들이 나와 한바탕 춤 놀이가 진행된다.
7. 조상굿
망자 집안의 모든 조상들을 모셔다 위하는 거리이면서 망자 또한 조상들의 도움으로
극락에 가서 집안을 위하는 조상신이 되기를 기원하는 내용의 굿이다.
8. 초망자굿
수망굿 중 제일 중요한 거리의 하나로 망자를 불러 가족과 작별을 나누게 하는 것이다. 망자에게 무당각시의 입을 빌어 돌아오라고 하는 내용의 소리를 한 후 격렬한 빠른
춤을 춘다. 춤이 멈추자 망자의 노모가 제상 앞에 앉아 절하고 양중들은 곡하는 소리로
망자의 넋을 위로한다.
가엽시는 김씨 영가
갈 날은 있건마는 올 날은 막연하고
젖은 옷 벗고 마른 옷 개복하고 넋이라도 오소
에 ~ 이 ~ 김씨 영가
망제요 ~ 이 ~ 망제요 망제요 ~
불상코 초라하는 김씨 망제요 ~
무신 나이 많아여 망제란 말이 웬말이뇨
굿이란 말이 웬말이뇨 요귀란 말이 웬말인고
고국삼천으로 용암삼리
~ ~ (중략)
북풍에 모진 바람 사스뜨스 불어온다
황혼에 가는 고동 육뿌리는 수풀 속에
외로이 나는 어미 잃은 가마귀라
불쌍한 김씨 영가는 이 굿 받아서
이 길 한번 가며는 어느 시절에 돌아올꼬
김씨 영가 가는 날짜는 알건마는
돌아오마는 날짜는 모르겠네 ~.
무당의 소리와 사설과 더불어 바라춤을 추고 나서 무녀는 흰 종이를 사람의 모습대
로 오려서 만든 망자와 신태집을 들고 춤을 추다가 다시 망자의 옷과 신부옷을
들고 춤을 춘 후 신태집 안에 넣는다. 가족들에게 망자가 내리는 술잔을 주고 오늘
은 신랑신부가 결혼한 잔칫날이니 한잔 먹고 놀자면서 사랑가를 부르고 춤을 춘다.
9. 군웅굿
굿당에는 상을 두 개 올려놓고 그 위에 망자의 넋을 담은 놋동이를 얹어 놓았다.
무녀는 망자의 혼을 소리 한 후 놋동이를 입에 물고 춤을 춘다.
화랭이들은 ‘OO이 왔네’ 하며 군웅신을 따라온 망자의 영혼이 굿당에 와서 놋동이
가 무당 입에 붙은 것처럼 노래한다. 가족들이 놋동이를 떼려 하나 안 떨어지자
돈을 놓는다. 곧 동이는 떨어지고 무녀는 가족에게 술잔을 내린다.
실제로는 무녀가 놋동이를 처음에 잠깐 입에 물었을 뿐이고 곧 다른 무녀들이 밑을
받쳐주고 있었다.
10. 발원굿
무녀가 바리떼기를 부른다. 3시간이 넘게 계속되는 바리떼기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사령굿에서 불려지는 무조신 설화로서, 재수굿에서 부르는 당금애기 무가(제석
본풀이)와 함께 우리나라 무속의 대표적인 장편 서사무가이다.
11. 신무풀이
신위를 향해 앉아 장고를 치면서 동해안 지역 특유의 화랭이 소리로 염불을 왼다.
12. 강신너름(너름받음)
망자의 넋을 불러 마지막 이별을 고하는 굿이다.
서울지역 강신무의 굿에서는 ‘영실’에 해당되는 부분인데, 무당에게 망자의 넋이
실려 무당이 곧 망자의 역할을 하지만 동해안 지역 세습무들의 굿에서는 무당에게
망자의 넋이 직접 실리지는 않는다. 강신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망자의 넋이
실리는 역할을 무당이 아닌 동네사람이 하게 된다.
큰 굿상 바로 앞에다 신태집과 종이 넋을 올려놓은 상을 놓고, 동네할머니 한 사람이
그 상을 붙잡고 앉아 있다. 무당은 그 옆에 신위를 향한 자세로 앉아서 바라를 잦게
치면서 망자의 넋이 할머니에게 내리기를 기원한다. 한참만에 할머니는 몸을 비칠거리
며 상 잡은 손을 떨어 넋이 온 것을 나타낸다. 무녀는 망자에게 신태집에 좌정하시라고
달랜다. 그리고는 망자(할머니)에게 새색시가 맘에 드는지, 극락에 가려는지, 남은 가
족들을 보살펴 재수있게 도와주려는지, 조카들이 잘 자라도록 부살펴 주려는지 등을
묻는다. 할머니는 망자의 넋두리로 대답을 하고 그곳에 있는 가족들 한사람 한사람에
게 작별인사를 한다. 이때 굿판은 온통 울음바다가 된다.
망자는 넋건지기굿을 해주고 장가까지 들게 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이어서
할머니에게는 망자의 돌아간 조상신들이 차례로 실려 가족들을 만나 넋두리가 계속
된다. 날이 새고 날이 밝았다. 무당은 망자의 부친 넋이 들어와 넋두리가 길어지자
이제 그만하고 돌아가라고 재촉한다. 할머니는 신태집을 들고 위아래로 흔들다가
상 위에 놓는다.
13. 세존굿
장삼 입고 고깔 쓴 무녀가 중타령, 과부타령 등을 부른다.
14. 판염불
망자의 극락천도를 하는 염불을 말한다.
15. 꽃노래‧뱃노래‧등노래
모든 무녀들이 굿상 앞에 나와 꽃고 탑등, 용선 등을 놀리면서 춤추고 노래한다.
16. 화산
굿에 쓰인 모든 장식물과 망자의 신위, 신태집, 넋, 신랑신부의 인형 등을 들고
바닷가로 나가 태워 버린다.
17. 거리굿
굿에 따라 온 잡귀, 수비, 영산 등을 풀어 먹이는 것으로 굿은 모두 끝난다.
(한국의 굿4 ‘수용포 수망굿’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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