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가 요즘 이래 사니더
지난 주말 일요일에 경주 남산 진달래 답사를 공지하고서
구룡포의 어머님과 안해에게 미안함을 달래려
동해 흥환 진불사로 봄나물 뜯으러 가자며 꼬신 것 까지는 좋았는데
안해가 언뜻 어머님이 감기로 어제 병원에 들러 주사 맞고 왔는데, 한다.
그러면서 안해조차 콜록거리며 자기도 감기 걸렸다 한다.
그러나 이제껏 내가 보아 온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내일이나 모레쯤 아니 내가 구룡포에 들어갈 때 쯤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먼 일 있었냐?’ 는 듯 툭툭 털고 일어나셔야 했었다.
나는 그게 정답이고 그래야만 ‘happy’한 것이기에.
그러나 웬걸 기력이 전혀 보이시지 않는 어머님께서는
골골거리는 잔기침과 콧물, 가래로 안쓰럽게 괴로워하셨다.
거기다 안해조차 방에 들어서자마자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는
‘아이고야’ 하며 아예 누워버린다.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은 미음을 눌지 않게 젓다가
불현 듯 조급한 마음이 내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이러다 내일 경주 남산에 진달래 답사 못 가는 거 아이가
약한 불로 미음을 퍼지도록 하고서 TV는 보고 있지만
마음은 온통 남산 진달래 꽃무리 속에 파묻혀 있었다.
이래가 안 된다며 건너 채전 밭으로 시나나빠(인동초) 비라(채취)
어머님과 고샅길로 접어드는데 헛물 마치고 고무 옷을 담은 카트를
끌고 오는 동네 해녀 몇 분을 만났다.
전복, 미역 채취 전에 농사에 김을 매듯 바다에서도 김 매는 작업을
헛물이라 하는데 불가사리 등 유해물을 걷어 내는 작업이다.
이 작업에 노동력을 제공 못하면 채취 작업을 할 수가 없다.
다행히 어머님께서 아파가 집에 눕아 있다 캐났단다.
잠깐 찬바람을 쇠신 어머님께서는 더 용을 못 쓰고 계셔
안되겠다 싶어 포항의 모 한방병원으로 모셨다.
오후 3시경에 도착하니 다행히 오후 3시 20분까지는
진료시간이라 겨우 진료를 마친 후 병실을 잡을 수 있었다.
병원의 저녁식사 전에 수저를 준비해야겠기에 집에 들어서자마자
자리에 누워버리는 안해가 영 못마땅했지만, 어쩌랴
수저를 들고 다시 병원으로 가는 중에도 머릿속은 온통 내일 생각뿐이다.
간신히 식사를 하는 어머님을 보면서 그제서야 나도 배가 고팠다.
그러고 보니 아침 이후로 아무것도 먹은 게 없었다.
북부시장에서 돼지국밥을 시켜 먹으면서 소주 한잔 생각이 나
마시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다.
설거지, 음식물쓰레기 처리, 분리수거 처리 등
안해의 잔소리도 점점 더 심해지며 기세가 올라가는 반면
나는 점점 더 안해 앞에 작아지는 초라함을 느낀다.
허기사 내가 언제 안해 보다 큰소리 친 적이 있었던가.
물론 이 글 보면 안해는 억울하다 할 것이다.
일요일 아침 진달래 답사에 참석하는 두 아지매 배웅하러 가니
신아지매가 4~5인 분의 점심 도시락을 새벽부터 준비했다는데
막상 내가 못 간다하자 이걸 누가 들고 갈 것이며 누가 다 묵노
원망 반 협박 반 자뭇 구박이 심하다.
미안타꼬, 미안타꼬 대강 사정 이야길 해주고
병원으로 가면서도 못내 아쉬움은 영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여 함 꽉 묶아바라
지 아픈 거 시위하는 건지 안해는 손수건으로 머리를 묶아 달란다.
그래 놓고는 저거 치아라, 이거 치아라
저거 여 갖다 놓고, 이거 저 갖다 나라
하루 종일 잔소리로 지 아픈 거 달랠 기세다.
그러면서 암만 봐도 은근히 즐기며 이 기회를 이용하는 기분이다.
맘 넓은 내가 양보해야지 우야겠노.
내일 퇴원 할란다.
입원 3일째 어머님은 못내 갑갑하신지 퇴원하시겠단다.
애초에 들어올 때 한 일주일 정도 생각했는데
그새 마음이 변하여 내일 당장 퇴원하겠다니.
누리엄마하고 얘기 했나
느거 없아도 내 혼자 퇴원할끼다
와 그라는데, 한 매칠 푹 쉰다 생각하고 마 더 있아라
여 있으모 머하노, 목에 가래도 없애주도 않는데.
엄마는 기침가래 없애는 거 보다 기력이 문제 아이가
물에도 우애됐는지 가바야 하고 집에도 매칠 비아 났디 걱정이다
집을 누가 들고 가나 만데 걱정이고
아이다 그래도 가바야 한다
하이고
낼 나가가 가래 없애는 주사 맞고 저 당사포에 전복 잡지 싶은데...
오늘 닷새 째
엄마 퇴원시킬꺼가
몰래, 원장하고 면담 해 보고
알았다
아직 안해는 빨간 손수건으로 머리 질끈 싸매고 누워있다.
병원에서는 어머님이 하루빨리 퇴원 기다리며
집에 된장, 간장 걱정과 함께 잔 기침가래로 하루를 보내고 계신다.
(2013년 04월 03일)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술안주(메로- 비막치어) (0) | 2013.04.10 |
---|---|
사는 기 별건가 (0) | 2013.04.08 |
포항문화역사길라잡이 제 8기생 모집합니다 (0) | 2013.03.19 |
2012년 초겨울 이틀간 여행 (0) | 2012.12.03 |
포항고문화연구회 보경사 서운암 동종 알현하다. (0) | 2012.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