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경破鏡의 어원?
통도사 팔상도 중 '구담귀성' 장면- 구담(고타마) 성씨의 유래 설명한 장면이다.
중국 남북조시대의 남조(南朝) 최후의 왕조인 진(陳)나라가
수(隋)나라의 대군에 의해 멸망하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진니라 태자사인이었던 서덕언(徐德言)은 수나라 대군이
양자강 북쪽 기슭에 도착하자, 진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후주(後主)의 누이동생인 자기의 아내 악창공주에게 말하였다.
"대세는 기울었소. 이 나라가 망하면 용모와 재예가 남달리 뛰어난
당신은 필경 적에게 끌려가 귀족의 첩실이 되겠지. 그렇게 되면
다시 만나기 어렵겠지만 만약을 위해서 이 거울을 둘로 쪼개어
하나씩 소중히 간직합시다. 그리고 내년 정월 보름날 장안의
시장으로 거울을 내다 팔도록 하시오. 만일 내가 살아 있다면 그
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장안의 시장으로 찾아가겠소."
두 사람은 각각 거울 한쪽씩을 소중히 간직하고는 눈물로 헤어지게 되었다.
마침내 진나라는 수나라에 망하고, 악창공주는 붙잡혀서
수나라의 중신 양소(楊素)의 집으로 보내졌다.
그녀는 양소의 총애를 받게 되었으나, 늘 반쪽 거울을 꺼내보면서
남편을 그리워했다.
한편 서덕언은 난리 속에 몸만 겨우 살아남아 장안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그리고 약속한 정월 보름날 시장으로 가보았다.
과연 반쪽으로 쪼개진 거울을 높이 쳐들고,
큰 소리로 팔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서덕언은 다가가 자신의 거울과 맞추어보니, 딱 하나로 합쳐졌다.
그는 맞추어진 거울 뒷면에 아내를 그리는 애툿한 심정을
시로 적은 후 거울을 다시 돌려보냈다.
鏡與人俱去 경여인구거 거울이 사람과 함께 가더니
鏡歸人不歸 경귀인불귀 거울만 돌아오고 사람은 돌아오지 않네.
無復姮娥影 무부항아영 항아(달 속에 산다는 선녀)의 그림자는 다시 만날 수 없고
空留明月輝 공유명월휘 헛되이 밝은 달빛만 멈추누나.
심부름꾼이 거울을 가지고 돌아오자, 서덕언의 아내는 식음을 전폐하고 울기만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양소는 두 사람의 깊은 애정에 감동하여 그녀를 서덕언에게
돌려보내 주었다.
이 이야기에서 비롯되어, 이별한 부부가 다시 만나는 것을
'파경중원破鏡重圓' 또는 '파경중국破鏡重國'이라고 하고,
반면에 부부의 이혼을 가리켜 '파경破鏡'이라고 하게 되었다.
통도사 팔상도 중 '입태승상'의 한 장면이다.
호명보살이 도솔천에서 상아가 여섯개인 흰코끼리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
* 보경사 해설 시 ‘지명법사가 진陳나라로 유학하였다’ 는 부분과
‘팔면보경을 묻고 절을 세웠다’ 는 구절을 참고하여
곁가지로 거울과 관계가 있는 진陳나라 때의 고사성어
파경破鏡을 얘기해 주면 좋을 것 같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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