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왕신(爬王神)
청하 보경사 조왕신
보경사 공양간 즉 부엌 한쪽 벽에 모시다가 지금은 새로이 건축된 지하 공양간
들목 좌 벽에 조왕신이 모셔져 있습니다.
조왕신은 흔히 접한 대로 부엌을 관장하는 부엌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조왕신의 여러 가지 기능
민간 신앙의 한 형태가 불교권으로 들어온 것으로 산신 신앙, 칠성 신앙 외에
조왕 신앙이 있습니다. 불교에서 조왕은 신중탱화 하단 위목에 모셔지다가
나중에 그 비중이 커져 독립하여 따로이 단독으로 모셔지게 됩니다.
조왕(爬王)이란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한자 뜻대로 부엌신으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신앙의 뿌리는 우리의 고유한 신앙이라기보다는 중국 도교에서 발원한
것이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특히 오키나와에 전해져 지역적 특성에 맞추어 독특한
민간 신앙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일본의 조왕신은 카마드(부뚜막) 신이라
하여 집을 보호하는 수호신으로의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전기불이나 라이터로 불을 밝히기 이전에 우리에게는 이사 간 집에
초대되어 갈 때(집들이) 초나 성냥을 사가는 따스한 풍습이 있었고 지금도
그 풍습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조왕이라는 부엌에 살고 있는 불의 신이
재산이나 수명을 관장한다는 신앙에서 유래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부엌, 그곳에서는 언제나 불을 이용하여 밥을 짓고 국을 끓이는 등 먹거리를
장만하는 곳입니다. 이렇듯 불은 부엌에서 제일 중요하기에 조왕의 일차적 기능은
불의 신으로서 그 면목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로 태백산 산간 가옥에서는 화티를 조왕신으로 섬깁니다.
그래서 조왕은 부엌의 불씨를 관장하는 화신(火神)으로 섬겨졌던 것입니다.
불은 여러 가지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로 치부(致富)의 기능입니다.
우리는 불을 이용하여 밥을 짓거나 음식을 장만하여 식생활을 풍족히 합니다.
게다가 불은 과거에 농가의 중요한 자산 중 하나였던 소의 먹이, 즉 그 쇠죽을
끓이는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도구였을 뿐더러 집안 구석구석에 따스한
온기를 보내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해 주는 부의 상징이기도 하였을 뿐더러,
예부터 집안에 불씨가 없으면 살림이 망한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 이사 갈 때는 불씨를 꺼뜨리지 말고 가야한다는 믿음이 생겨났고,
이것이 어떤 측면에서는 집들이 때 성냥이나 초를 들고 가는 풍습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조왕신에 얽힌 치부와 관련된 얘기의 기원은 『후한서(後漢書)』를 보면
음자방이라는 사람이 납일(동지 뒤 셋째 날)에 불을 때자 조왕이 나타났답니다.
그는 조왕에게 극진하게 절을 하고 집에 있던 황양(黃羊)으로 제를 올렸는데,
그 결과 그는 큰 부자가 되었답니다.
이러한 사건이 있은 후 납일에 부엌신에게 제사를 올리고 황양을 바치는 풍습이
생겨났으며, 이렇게 조왕은 치부의 신으로서 그 역할을 옛적부터 부여받았음이
분명하다고 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불의 두 번째 기능은 정화(淨化)의 기능입니다. 불은 더럽고 삿된 것을 깨끗이
태워 모두 없애버리기에 그 불을 관장하는 조왕신은 정화의 신으로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 우리 풍습에는 초상집에 다녀온 사람이 부엌에
먼저 들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사 갈 때 불씨부터 먼저 새 집에
들여놓는 것은 앞서 말한 대로 부의 축적을 도모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전에 있던 잡귀를 물리치고 집안을 깨끗이 한다는 의미도 지녔습니다.
이 정화와 관련되어 조왕은 중국에서 불교의 삼보황신(三寶荒神)과 혼동되기도
하지만, 황신의 역할은 너무나 다양하여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기기가 어렵습니다.
그 중에 한 가지 두드러진 특징은 그가 부정을 매우 싫어한다는 사실입니다.
불은 본래 그 본바탕이 청정하므로 부정을 제거하는 기능으로는 단연 으뜸입니다.
그런데 그 불이 주로 머무는 곳은 부엌인 까닭에 황신은 집안에서 제일 깨끗한
부엌에서 머무르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조왕신과 황신은 정화의 측면에서 서로
혼동되며 때로는 조왕신이 황신으로 불려지기까지 하였답니다.
일본에서도 그런 영향 탓인지 황신을 부엌신으로 받들어 모시고 있습니다.
요즘도 이사 한 집들이 때에 성냥 대신 하이타이나 퐁퐁 등의 세재를 선물로
가져 가는 풍습이 유지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정화를 담당하는 조왕신을 받들기
때문이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재는 성냥이나 초를 대신한 오늘날의 조왕신
섬김의 형태라는 것입니다.
이 정화의 기능과 관련하여 물의 신을 조왕으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물은 불 못지않게 사물을 정화하는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서는 부뚜막에 물을 담은 종지를 놓아 조왕신으로
모시기도 했는데, 그것을 조왕 보시기 또는 조왕 중발이라 불렀답니다.
그러나 이것은 조왕이 물의 신이라기보다는 정화를 담당하는 그의 기능을 강화한
결과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왕신의 또 다른 특징 중에 하나는 화재를 방지하는 방화(坊火)의 기능입니다.
그런데 불의 신과 방화의 기능은 좀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아마도 조왕신이
방화의 기능을 담당한데는 화재를 없애버리는 화덕성군(火德星君)과 혼동된
결과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불의 신이라면 불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듯이, 자신의 터전인
부엌이 불로 인해 사라지는 것은 원치 않기에 조왕신은 방화의 기능까지
담당하였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부는 부엌에서 일을 도맡아서 처리하는 주인공이므로 우리나라 조왕 신앙에는
주부들이 부지런히 일함으로써 가족이 잘 되고, 특히 집을 떠나 객지에 있는
가족을 수호한다는 신앙이 생기게 된 것이며, 그러기에 조왕을 모시는 것은 주부의
중요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조왕신, 그는 불의 신이자 치부의 신이며 정화의 신이고, 화재를 막는
부엌의 수호신으로서 그 영역을 확대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불교 속으로 들어온 조왕신
그런데 맨 처음 불교에 들어온 조왕신의 모습은 다분히 윤리적이었습니다.
신중단 하단 윗목에서 그가 차지하는 내용을 보면, 인간사를 검찰하고 선악을
분명히 가리는 신으로서 참여합니다.
(奉請檢察人事 分明善惡主 爬王神 봉청검찰인사 분명선악주 조왕신)
그렇다면 어떻게 조왕신이 치부와 정화를 관장하는 신에서 인간의 선악을 검찰하는
호법신으로 불교에 자리 잡게 된 것일까?
여기에는 도교의 영향이 뚜렷이 보이는데, 도교 경전『포박자(袍朴子)』‘내편(內篇)’을 보면, '매월 말 그믐밤에 부엌신은 하늘에 올라가 사람의 죄를 고한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바로 조왕신은 사람의 죄를 천제에게 고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입니다.
조왕의 이러한 사과신(司過神)적 기능은 더 나아가 인간에게 화복을 주는 역할로
확대되어 갔습니다. 그는 주로 집안의 가족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하늘에 올라가
옥황상제께 보고하여 인간들의 선악에 행동에 따라 복이나 화를 준다는 기능신
이었던 것이며, 그러한 기능이 불교에 그대로 이어져서 선악을 가리는 신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게다가 사찰의 신중단에 모셔진 조왕은 민간에서 그 신앙의 영역이 확대되어 전개
되자, 인간의 죄를 감찰하고 선악을 가리는 윤리적 측면과 더불어 사찰을 보호하는
수호신으로 단독으로 신앙되기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특히 사찰의 부엌 즉 공양간을 삿된 무리의 침입으로부터 지켜내는 역할을 하는데,
대개 부뚜막 위에 조왕단을 설치하고 거기에 조왕 탱화를 현괘하는 형식으로 모셔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찰의 공양간에 조왕이 모셔진 시기는 조선 중기 이후로, 다른 민간신앙이
사찰에 들어오는 것과 거의 일치하고 있습니다.
조왕신을 단독으로 모시는 경우와 세분을 모시는 경우, 그 모습을 보면 중앙에
조왕이 중앙에 위치하고 좌측에 담시력사(擔柴力士)가, 우측 조식취모(造食炊母)가
보좌하고 있는데, 담시력사는 연료를 주관하고 조식취모는 불을 지펴 밥 짓는 역할
을 합니다. 조왕단(爬王壇)에 탱화 대신 나무조왕대신(南無조王大神)이라는 글자로
봉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조계사 홈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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