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암각화

타박타박 포항 칠포리 암각화 톺아보기

참땅 2010. 2. 1. 14:21

포항 칠포리 암각화 둘러보기 

 

하마나 가볼까, 하마나 갈까 하던 칠포리암각화군 ‘가(A)'지구에서

농발재를 거쳐 신흥리 오줌바우 그리고 폐가에 깊숙이 박혀있는 주춧돌 암각화,

칠포1리 마을 입구 둔전 오르막의 바위구멍 등, 칠포리암각화군 ‘나(B)'지구 까지

장장 5시간여를 나 홀로 타박타박 헤매고 다녔습니다.


원래의 계획은 09시부터 시작 할려고 했으나 휴일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이 몸에 배인터라 늦잠의 달콤한 안락함을 쉬웁게 떨쳐버리지

못하고 겨우 아침 10시경에 자리에서 일어나 출발을 서둘렀습니다.

집에 식구들을 두고 나 혼자 가야하는 입장이라 ‘밥 두가’ 말도 못하고 커피만

끓여 보온병에 담고 김밥집에 들러 김밥 두 줄만 챙겼습니다.

 

 칠포리암각화군 주차장에서 바라본 오늘의 기점.

 저 멀리 높은 봉우리가 농발재이다.


칠포리암각화군 주차장에서 썬 김밥 5개를 간단히 먹고 커피 한잔으로 식욕을

대충 억누르고 담배 한 개비로 오늘의 일정을 머릿속에 그리고 출발을 시작하며

시각을 보니 11시 10분.

타박타박 톺아보는 순서는 우편 소나무 몇 그루가 서 있는 논배미 작은 길을 따라

도랑에 엎어져 있는 바위에 새겨진 바위구멍을 보고 자드락길을 가다보면

오래된 무덤 2기 앞을 가로질러, 보이는 좌측 봉우리 허리를 에둘러 두 번째 봉우리에서 치고 올라가는 급경사 길 세 번째 봉우리에서 농발재 바우를 찾아보고,

거게서 산 너머 오줌바우까지 가서 신흥리를 지나 농발재 밑 폐가의 암각화를 보고

상두들로 길을 만들어 제단바위, 북두칠성 바위구멍을 찾고, 바다로 고개를 돌려

칠포1리 야산 둔전으로 오르는 길섶 바우에 바위구멍과 선각을

그리고 칠포리암각화군 ‘나(B)'지구의 계곡에 박힌 암각화는 못 보더라도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큰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와 윷판 등을 보는 것이

오랫동안 그려왔던 오늘의 일정입니다.

 

 소나무 아래 민묘 입구의 바위에 새겨진 바위구멍 

 

, 이제 출발입니다. 

옹기성기 앉아 있는 이 작은 논배미 사이로 도랑이 구부렁 흐르는데, 작은 돌 몇몇개 보이며 듬성듬성 소나무 아래 민묘가 있고 그 민묘 뒤편에 죽은 듯이 엎어져

옴짝달삭 않는 오래된 바위에 바위구멍이 새겨져 있습니다.

박혀져 있는 오랜 바위 세 곳에 북두칠성형 바위구멍과 윷판형 암각화가 있는데,

최근 돌에 바위구멍 여러 개가 새겨져 도랑에 숨은 듯이 엎드려있던 그 돌은 지금

어디로 가버렸는지 행방불명입니다.

지가 못 찾았는지 아니면 없어졌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잠시 죽은 풀숲을 뒤적이며 찾아보다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잠시 후 나타나는 아늑한 민묘 2기에 비석까지 갖추어져 있는데, 그중 이수를 갖춘 비를 보니 ‘통정대부정공지묘’라 각자 되어 있습니다. 

잔디가 잘 다듬어져 있고 해를 오롯이 감싸안듯 편안한 묘지는 제법 길지인가 싶기도

합니다.

여기서 길을 찾다 어찌어찌 대나무 밭 사이 길로 접어들었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지도를 펴 봐도 쫌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길 따라 가다보니 좀 전에 지나쳤던 그 길이 바로 아래 보이며 길은 그리로 향한듯이

보여 에라 모르겠다 길을 만들며 봉우리로 향했습니다.

몇 년 전의 산불로 시야가 탁 트여 높은데 올라서면 길이 나타나겠지 하는 심정으로

무작정 봉우리로 올라갑니다.

가로지른 지방도로 그 너머에 곤륜산이 보이고 가깝게 칠포 앞바다도 다가설듯 합니다.

후~하... 

잠시 한판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니 참 좋습니다.

해설피 하던 해가 잠시 삐죽 고개를 내미니 산과 들과 바다가 한눈에 잡히며 발아래

상두들의 갈대가 누우런 호박범벅처럼 보이고, 파릇 댓 닢이 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춤을 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산은, 이 산은 죽어 있습니다.

몇 번의 산불로 아예 재기불능 상태입니다.

물론 2007년 조경 사업을 했지만 키 낮은 소나무는 그 당시의 심각했던 상황을

알려주는 듯 합니다.

막 봉우리에 올라서니 농발재로 가는 임도가 뚜렷하게 산허리 아래로 나타납니다.

아까 전에 돌아섰던 그 길이 바로 그 길입니다.

아, 이런 무식하모 팔다리가 고생한다디 바로 그 짝입니다.

무작시럽게 올라섰던 봉우리를 또 무작시럽게 내려가야 합니다.


임도에 걸음을 옮기니 한결 걸음이 상쾌합니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조차 정겹게 들립니다.

이제 두 번째 봉우리에 올라서서 여유를 부리며 휴식을 취합니다.

김밥 서너개를 주워 먹고 나니 제법 호기까지 생깁니다.

편안하게 널부러져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담배 한 개비를 물고서 바다를 봅니다.

눈을 감습니다.

일렁이는 파도에 내 몸을 띄워 봅니다.

반짜반짝 반사된 햇빛이 내 볼에 입 맞추듯 춤을 추고, 귀 솜털을 간질이듯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은, 바람은...

싸하니 매서운 바람에 후드득, 부르르 몸이 떨립니다.

땀에 절어 숨고르기 하느라 조끼를 벗고 앞 지퍼도 가슴께로 내렸더니 그 새를 못참고 한기가 몸으로 파고드는 통에 부르르 몸이 떨립니다.

 

 벼랑 위 바위에는 이렇게 바위확이 곳곳에 있다.

 

다시 몸을 추스르고 옷섶을 여미고 농발재로 향합니다.

심한 오르막 급경사 길에 차량 바퀴자국이 있는게 신기합니다. 

거의 경사가 40도 이상은 되어 보이는데 어떻게 오르내렸는지 불가사이 합니다.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농발재 봉우리에 올라서니 발아래 절벽이

까마득 하게 보입니다.

 

 농발재 농바위에 새져진 윷판형암각화.

 

농발재 농바위는 길을 벗어나 북쪽으로, 없는 길을 만들어 가며 거의 벼랑 끄트머리

지점까지 가야 합니다.

큰 바위 여러 개로 이루어진 바위 곳곳에 바위구멍, 윷판형, 고누형 암각화가 있고 

누가 다녀갔느니 등 이름이 새겨진 각자들로 돌 바우 곳곳이 빽빽합니다.

언뜻 뭔가 푸다닥 하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하는데 놀갱이 같은 고니가 잽싸게 달아나는 통에 원, 식은땀이 맺힙니다- 아 깐딱이야...

 

 고누형(말놀이)암각화인데 아무래도 최근에 새겨진 듯 하다. 

 

큰 무더기 바위가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섞여져 있는 가운데, 한 바위는 갈라져 쪼개진 바위 3개를 등에 업고 있는데 이 바위는 산 아래 길에서 보면 흡사 거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날씨는 그리 춥진 않았지만 그래도 산 위라고 바람은 억시게도 불어 재끼는 통에 더 머물 수 있도록 붙들어 두질 않습니다.

 

다시 임도로 길을 잡아 신흥리 오줌바우로 향합니다.

산불로 인한 벌거숭이 산들은 그 속살을 속속들이 내어 놓고 마치 시위를 하듯

발가벗겨져 있어 산들이 아니라 야트막한 둔덕이 겹쳐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다행입니다.

목적지로 향하는 길이 한 눈에 잡혀 방향을 쉽게 가늠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신흥리 마을 뒷산에 올라서니 저 아래로 오줌바우 위쪽 큰 바우가 보입니다.

마사토 흙 자갈 산비탈을 조심스레 내려가니 건너편에 산 꾼 한사람이 보입니다.

머하나 싶어 보니 주위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바지를 내려 볼일 보는 중입니다.

 

 2009년도에 보존처리를 하여 훨씬 보기에 편해졌으나 웬지 찝찝한 오줍바우 전경

 

벼랑 위 큰 바위에 앉아 또 김밥 다섯 개를 주워 먹고 커피 한잔, 담배 한 개비

보기 쉬운 윷판형 암각화를 보고 오줌바우에 도착하니 오후 1시경.

신흥리 마을을 가로질러 농발재 아래 폐가터로 향하는데 마을 끝 무렵에 뜬끔없이 

개 짖는 소리에 깜짝 놀라보니 쬐끄만 개 한 마리가 목청이 터져라 짖어대며 덤벼들

자세입니다.

돌아서서 한번 우악을 주니 주춤하는가 싶더니만 또 달려들라 캅니다.

이런 XXX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한번 더 우악질을 주니 달려들진 않고 계속 집 앞에서 짖어대기만

하는 꼬락서니가 흡사 50점 이상을 따논 당상인듯- '내가 졌다'  

 

이 마을 끝나는 들섶에 민묘가 있는데 상석 아래 향로대 옆 돌에 ‘만’자가 새겨져 있어

또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민묘 앞에 각자된 '만'자 그림

 

비포장 자갈길을 한참이나 따라 걷다보면 저 산위로 아련하게 농바우가 보이는데,

농바우는 흡사 기단위에 거북이가 올라선 귀부처럼 보입니다.

 

폐가로 가는 길의 음습한 댓 골 숲을 지나다보면 훤한 대낮에도 으스스합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이 살았더랬는데 지금은 손길이 가지 않아 폐 집 주위로

온통 갈대가 무성하게 있어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들어갈까 하며 이리저리 훑어보며 궁싱거리고 있는데 갈대 무성한 수풀사이로

사람이 드나들었던 흔적이 설핏 보입니다.

겨울이어서 다행으로 들기가 훨씬 수월하지만 수풀 무성한 한 여름에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입니다.

지지난 여름과 지난 가을에도 들렀었지만 도저히 자신이 없어 돌아섰던 곳이기에

오늘은 정말 하나의 행운이라고 여기고 싶을 정도입니다.

 

 

검파형암각화의 경우, 칠포리의 대부분은 바위에 쪼아서 형상을 만들고 그 형상을

따라 갈아내기로 제작한 것인데 여기서는 갈아내기의 가공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검파형암각화의 상단에는 U자형 홈 자리도 있고 바위구멍이 새겨질 자리도 네군데나

있으며, 바위 상부에는 윷판형암각화와 고누형암각화가  겹쳐져 있기도 합니다.     

 

집 아래에 주춧돌처럼 깔려있는 바위에 쪼아서 새긴 기법의 검파형암각화,

성기(녀)암각화, 윷판형암각화 그리고 동물 발자국형 암각화가 있는데,

아무래도 발자국형 암각화는 퍼뜩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리 예습을 해가도 그리 쉽게 수긍이 가질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바람 잦아든 폐가터에서 문득 갈증을 느낍니다.

이 갈증은 아는 것에 대한 지식에의 목마른 갈증이기도 합니다. 

오줌바우에서 다 마셔버린 커피가 간절합니다.

 

 

한참을 살펴보다 시각을 보니 벌써 두시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서둘러 상두들 제단바위로 길을 내쳐 잡습니다.

 

요며칠 우리 아파트 1701호에서 온수배관이 터졌는데, 하필 1701호 집주인이 행방불명

되어 수리를 못하고 있어 601호~2001호까지 온수가 공급되질 않아 뜨거운 샤워를 못한

지가 일주일이나 넘어 오늘은 아들과 목욕탕에 가기로 했습니다.

또 전화가 옵니다- 빨리 들어오라고...

 

다음 편에는 상두들 제단바위, 북두칠성형 암각화, 칠포1리 입구의 선각과 바위구멍

그리고 인면암각화가 있는 칠포리암각화군 ‘나(B)'지구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