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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패 아닌 유척

참땅 2019. 1. 30. 09:05


공정함의 상징 馬牌 아닌 鍮尺

 

"암행어사 출두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활약하며,

못된 탐관오리와 악한 자들을 처벌하는 암행어사는

인기가 많은 소재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암행어사의 상징과도 같은 물건이라면

단연코 마패가 가장 유명합니다.

말과 군사를 사용할 수 있는 징표인 이 마패는

엄청난 힘과 권위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힘과 권위가 아닌,

백성들을 위한 공정함과 현명함이 담긴

암행어사의 또 다른 상징인 유척이 있습니다.

 

유척은 20cm 정도 길이의

놋쇠로 만들어진 사각 금속 막대입니다.

악기제조에 쓰였던 황종척(黃鐘尺),

곡식을 재는데 사용된 영조척(營造尺),

포목의 길이를 쟀던 포백척(布帛尺),

제사 관련 물품을 제작할 때 사용됐던 예기척(禮器尺),

토지 길이를 쟀던 주척(周尺)

다섯 가지 길이를 잴 수 있는 자가

새겨 있습니다.

 

암행어사에게 마패가 징벌의 상징이었다면

유척은 공정함의 상징이었습니다.

 

부패한 탐관오리가 구휼미를 나누어 줄 때는

정량보다 작은 됫박으로 쌀을 퍼주고

세금을 거둘 때는 정량보다 큰 됫박으로

쌀을 거두어 백성을 수탈하는 범죄를

적발하는 도구였습니다.

 

힘과 권위를 가진 마패의 존재는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지만

조선 시대 도량형 제도의 표준이자

백성을 보호하는 정의의 도구인 유척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암행어사의 유척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가려주는

사람들이 많은 덕분에 여전히 세상은

평화롭게 유지되는 법입니다.


 

* 鍮尺: 놋쇠로 만든 자. 관아에 있는 곤장 등의 형구의 크기가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지 잴 때나 암행어사가 직접 검시(檢屍)

필요가 있을 때 사용함. 암행어사는 보통 2개의 유척을 받아서 나온다.

* 黃鐘尺: 조선시대 박연(朴堧)이 국악의 기본음(황종음을 낼 수 있는

황종 율관)을 중국 음악과 일치시키기 위해 만든 것으로 황종 율관의

길이를 결정하는 척도.(덕수궁 소장 동제 황종척의 실제 길이는 34.10)

* 營造尺: 목공과 건축에 사용하던 척도(30.65)

* 布帛尺: 포백의 치수를 측정하고, 포목의 매매와 의복을 만드는데

사용한 자, 침척(針尺)이라고 한다(창덕궁 소장 사각 유척은 49.236)

* 禮器尺: 각종 예기를 제작하는 데 사용하는 자. 造禮器尺이라고도 한다.

* 周尺: 고려 시대 이후부터 조선 시대에 걸쳐 사용된 자(한 자는 23.1)

                                                                                                       (다음 카페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