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강병우선생님의 소식을 듣고

참땅 2017. 4. 19. 12:40


강병우선생님의 소식을 듣고


친구가 있었다.

아니 술친구라 해야 하나

그보다는 편하게 앉아서 쇠주잔 기울이며

사람 사는 얘기도 나눌 수 있고,

내 치부스런 얘기도 술렁술렁,

친구의 농 같잖은 부끄러운 얘기도

허심탄회 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도 되고 형도 되고 선배도 되는

그러한 친구 같은 형이 아프단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마다하고

좋으나 싫으나 달고 사던 담배도 멀리하고

사람 사는 속세를 떠나 물 좋고 공기 맑은

산새 지저귀는 아담한 오막하나에

말 잘 듣는 개도 한 마리 키우며

살랑바람에 책 보다 잠 오면

그대로 지친 몸 누일 수 있는

내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하였다.

 

엊저녁 혹시나 했는데,

제발 그것이 아니었으면 했는데,

포항에서 서울까지 구급차로 이송된 걸 보면

사태가 심각하리란 걸 짐작은 했지만

설마 그러려니 했었는데...

짠한 가슴이 미어진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만 미어진다.

 

검게 탄 얼굴하며 바싹 말라가는 신체,

피곤한 무력감에 처진 어깨

기가 빠진 말소리에 기웃 짐작은 나이 탓이려니

별잖게 넘어가면서도 웬지 불안했었는데

그래도 그때 뿐, 돌아서면 잊고 있었는데

!

내 무심함에 죄스럽다.

그리고 미안하다



강병우 선생님이 간암 말기란다.

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04/18일 저녁에

서울 삼성병원으로 구급 이송되었다고 한다.

삼성병원에서 조차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태인지라 오늘 다시 포항으로 내려 올 것 같단다.

참말로 막막하다.

그렇게 가까이 지내다 갑자기 이렇게 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내내 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