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콩이 고거이 머라꼬.

참땅 2016. 9. 8. 09:10

 

그기 머라꼬

 

우리 집 콩이가 오늘 새벽에 죽었다.

새벽 댓바람에 옆에서 훌쩍이는 소리를 듣고서야 콩이가 죽었음을 직감했다.

고거를 우에 처리하노?

집사람이 호미를 찾는다.

쪼맨한 장식용 호미로 파묻으려는가 보다.

가까운 근처 야산은 몇 년 전부터 아파트 짓는다고 야단들인데,

가깝지는 않지만 부근 야산까지 고걸 또 우에 가져갈라나.

됐다 마, 내가 가지가가 묻고 오께.

 

콩이...

러시아산 가이나 고양이는 우리 집에 빌붙은 지 한 5.

머이마 도둑고양이 보다 2년 늦게 들어 왔지만

특유의 새침대기로 정들기도 어려웠었다.

우에우에 바짝 지 몸을 내 무릎 위로 올라 와 빤히 쳐다보며

부비부비 할 때는 고거이 그래도 제법 귀여웠었다.

어느 날인가 엎드려 책 읽고 있는데, 펼쳐놓은 책 위에

벌러덩 엎드려서는 지 봐 달라고 은근짜 한다.

 

고거이 머라꼬

한 한달 전 쯤 인가.

콩이가 밥도 잘 안 묵고 내내 어디 쳐 박혀 나오질 않아 이상하다 싶었는지,

집사람과 딸내미가 동물병원 델고 갔다 오더니만 콩이가 심부전증이라며

며칠 살지 못 할 거란다.

동물도 그런 병이 있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오른쪽 앞다리에 링겔을 꽂은 채 철망 우리에 갇혀있는 콩이를 보니

마음이 짜~했었는데, 고거이 오늘 새벽에 죽었다.

 

콩이!

별반 정들 것 같잖던 콩이가 그래도 나마 우리 집에서 한 가족처럼 지내다

죽었다는 것에 영 마음이 편치 않다.

집사람은 새벽 댓바람에 고런 일을 당했으니 영 머하지 싶다.

어스름 날이 밝을 무렵부터 부산시레 휘뚜루마뚜루 댕기다 코 한번 훌쩍,

화장실에 앉아가 볼 일 보며 눈물 찔끔,

옆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는 머이마 뚱이를 한 번 보고는 또 훌쩍 훌쩍,

이거이 아매도 며칠은 저러지 싶다.

 

고거이 머라꼬

꽤내기한테 정든 그 마음,

콩이!

고거이 머라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