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안시하다의 유래.

백안시(白眼視)

 

중국에서 삼국시대를 마무리하고 등장한 위진시대(魏晉時代)도 삼국시대 못지않은

혼란기였습니다. 전세가 혼란하면 영웅호걸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혼탁한 세상을

등지는 사람들 또한 속출합니다. 죽림칠현(竹林七賢)은 중국 위(魏) , 진(晉) 왕조

시절 완적(阮籍), 혜강(嵆康), 산도(山濤), 상수(向秀), 유령(劉伶), 완함(阮咸),

왕융(王戎)을 가리킵니다. 노장사상에 심취해 대나무 숲속에 은거하며,

정치권력에는 등을 돌리고 죽림에 모여 거문고와 술을 즐기고, 청담(淸談)을 주고받으며

세월을 보낸 일곱 명의 선비를 말합니다.

개인주의적, 무정부주의적인 노장사상(老莊思想)이 그들의 근본 사상인 것입니다.

 

죽림칠현 - 김은호 작

 

“언제나 죽림 아래 모여 거칠 것 없이 술을 마셔, 죽림 7현이라고 불렀다”라고,

6조 송의 유의경(劉義慶)이 [설신어(世說新語)]에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이,

7인을 한 그룹으로 묶어서 생각하는 것은 일찍부터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상적 중심은 혜강과 완적의 두 사람이며, 다시 산도와 상수,

유령과 완함·왕융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죽림이란 방외(方外)의 땅, 즉 자연이란 뜻입니다. 조씨의 위(魏)에서 사마(司馬)씨

의 진(晉)으로의 정권 항쟁기에 스스로의 정치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죽림과 술에

자기도회(自己韜晦: 자기의 재능이나 지위, 형적 따위를 숨김)하려고 하였습니다.

 

혜강은 반사마(反司馬)의 거병(擧兵)을 하려 했고, 완적은 혜강이 사마소 때문에

형사(刑死)한 다음해에 죽고, 그 다음해에야 사마씨의 진왕조가 정식으로 성립되었

습니다. 산도는 이 정권교체기에 79세의 장수를 누리다가, 진나라 원훈(元勳)으로서

죽었습니다. [장자]의 주서(註書)를 쓰고 은일의 뜻을 보인 상수도 사마소에

사관(仕官)을 구했다 합니다. 완적에게서 속물이란 평을 받은 왕융은 진나라 시대까지

장수했으며, 인색하여 밤낮 돈 계산을 했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주덕송(酒德頌)]을 쓰고, 언제나 술을 휴대하고, 종자(從者)에게 괭이를 가지고

따르게 하여, “내 죽은 곳에 나를 묻어라” 하고 기이한 말을 토한 유령의 과대한

도가적 언사는 자기도취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정치적 계절에 명철보신(明哲保身: 총명하고 사리에 밝아서 일을 잘 처리하여

일신을 잘 보전함)하지 않으면 안 된 중국의 사군사(士君士)들에게 하나의 상징적인

존재로서 전해 내려온 사람들입니다.

 

완적(阮籍) 또한 죽림칠현의 한 사람으로, 노장 사상에 심취하여 한세상을 보낸

사람입니다. 그도 원래는 관직에 나아갔었으나 사마의(司馬懿)가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잡자 벼슬을 그만두고 산야에 묻혀 살았습니다.

 

「완적은 예교에 얽매이지 않았고, (눈동자를 굴려) 흰자위를 드러나게 하거나

호의의 눈빛을 보이게 할 수 있었다. 세속의 예의범절에 얽매인 선비를 보면

흰자위를 드러내 흘겨보며 대했다.

어느 날 혜희가 찾아오자 완적은 눈의 흰자위를 드러냈다.

혜희는 기분이 상해 돌아가고 말았다. 혜희의 동생 혜강이 이 소식을 듣고 술을

들고 거문고를 끼고 찾아왔다. 완적은 크게 기뻐하며 검은 눈동자(호의의 눈빛)로

대했다. 이로부터 예법을 중시하는 선비들은 그를 원수 대하듯이 미워했다.

(阮籍不拘禮敎, 能爲靑白眼. 見俗禮之士, 以白眼對之. 及嵆喜來, 卽籍爲白眼,

喜不懌而退. 喜弟康聞之, 乃齊酒挾琴造焉. 籍大悅, 乃見靑眼. 由是禮法之士疾之若讐.)」

 

이 이야기는 [진서(晉書) 〈완적전(阮籍傳)]에 나오는데, 완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찾아오면 흰자위를 드러내었다는 말에서 ‘백안’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백안(白眼)은 흰자위를 드러내고 흘겨보는 것을 말하고,

청안(靑眼)은 검은 눈동자를 가운데로 오게 하여 정상적으로 눈을 뜨고 보는

것으로 호의의 눈빛을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다음백과사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