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지역/서울경기

국립춘천박물관 범종의 거미보살

참땅 2012. 1. 11. 11:39

거미보살

 

2012년 01월 10일 하루 휴가를 받아

춘천 102보충대로 입대하는 아들을 바래다주고 왔습니다.

포항하고는 거의 10℃ 이상 차이가 나는 북부지방이라 엄청 우려했었는데

다행히 그닥 추운 날씨가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철부지 같던 아들 녀석을 모든 것을 혼자 꾸려 나가야하는 군대에 입소시켜 놓고

돌아서려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더군요.

건강하게 지내라며 돌아서려는데, 아들이 잠깐만 하면서

차갑디 차가운 맨 시멘트 바닥에서 큰 절을 올리더군요.

또 한번 뒤돌아서서 소리 없는 찔끔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사소한 감정에는 무딜대로 무딘 갱상도 체질이라 어지간한 감정에는

기복이 없다지만 이때만은 웬일인지 눈물이 납디다.

아직도 큰절을 올리고서 일어서며 눈물을 훔치던 아들 녀석 생각에 착잡합니다.

지나 내나 밸로 안아 볼 일이 없던 아들 녀석이 아빠 하며 안기던

녀석의 눈망울을 생각하려니 또 다시 눈물이 핑 돕니다.   


매일 매일을 늦잠 자며, 채소류는 죽어라고 안 먹고

할머니가 끓여준 전복죽을 꼭 사약 먹듯이 먹고,

국수에 섞인 오이를 하나하나 골라내고,

방학이면 거의 하루 종일을 방구석에 쳐박혀 게임만 해대는,

그런데 간혹 밤에는 친구들과 술은 또 어떻게 마시는지...


한겨울 추위 한파에 군 생활을 잘 할 수나 있을런지 걱정에 걱정입니다.

애 엄마는 집으로 오는 내내 한숨만 쉬 댑니다.

아이고 우야노, 이 추분 날에 우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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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에 있는 춘천국립박물관에 들렀다가 횡재 했습니다.

 

춘천박물관 소장 범종, 거미줄로 인드라망 표현


춘천박물관에 있는 횡성 출토 고려후기 범종을 보자.

먼저 기가 막힌 발상에 감탄한다. 불보살의 중생구제의 원력이 얼마나 큰지를

이 범종을 보면 알 수 있다.

부처님과 보살님이 미물인 거미로 화현하여 오른쪽에 당좌로 표현한 거미줄을 치고

수많은 중생이 거미줄에 걸려들길 바란다.

 


 

 

걸려든 중생에게 줄 선물은 연꽃 봉오리인양 한손으로 들고 날아가는 듯

빠른 동작으로 거미줄로 향한다.

부처님께서는 어느 한 중생도 놓칠 수 없어 손가락, 발가락이 물갈퀴 같은

엷은 막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신체적 특징이다.

이와 같이 이 범종의 거미보살 또한 서원이 견고하여 모든 중생을 건지기 위해

거미줄을 친다.

인드라망의 그물처럼 우주에 거미줄을 치고 모든 중생을 고통에서 건진다.

참으로 해학적이며 깊은 불교 교리가 담겨있는 표현이다.

                                               <불교미술의 해학> 中에서

 

 

* 거미보살에 관한 시도 한편 소개합니다.

 

거미보살                             美山 왕은범


새벽

숲이 밀물처럼 쏴아~~열린다

부지런한 草木들 깰까

밀물처럼 스멀스멀

숲으로 스몄다.

어느 아득한 데서 불어온 바람 한점

내 볼을 스치고,

숲을 헤집고,

나뭇잎 투욱 치고는

끝도 없이 사라져간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모습으로

草木들은 서있었다.


노박덩굴 덩굴덩굴 늘어뜨린 허공

거미줄 하나

이슬 몇 개 달고

바람 스친 인연 따라 일렁거린다.


해말갛게 비운 아란야(阿蘭若)

이슬 모아 바친 무욕의 정화수로

새벽예불 드리는 거미보살

거룩만한데,

이슬 넣고 말간 죽 하나 쑬

하루살이라도 걸렸으면 좋으련만

거미줄엔 이슬만 걸리고

인연 닿은 바람조차

머물지 못하다

숭숭 빠져 나간다


嗚呼(명호)! 

밤새 달이랑 사랑만한 달맞이꽃

노랑 저고리

풀어헤친 채

뽀오얗다.


2005. 7. 4.

이른 새벽에  숲으로 난 길을 산책했다.


* 당좌는 거미줄로 표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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