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OO시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대는 그러나 아직은 싸한 한기가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날
큰길가 모퉁이에 바싹 들어앉은 창살 미닫이가 보이고 그 틈새로 담배 연기가 솔솔
뿜어져 나오는 선술집에 보통으로 생긴 평범한 사람 두세 명이 앉아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는데 그 중 한사람은 얼굴에 구멍이 숭숭한 ‘곰보’였던 것입니다.
“야! 달식아, 니는 시청에 안가봤나?”
“시청, 거노 와”
“임마, 이거 아직 깡통이네”
옆에 앉아 있던 길수도 한마디 거듭니다.
“와 시청에 먼 일 있나?”
“거 와, 쩌거 고들빼게 사는 달쭈이 안있나”
“와, 달쭈이가 또 얘편네하고 갈라선다 카더나?”
“야 야, 이거 니 진짜 모리나?”
“아 참내, 먼일인데 그카노”
바싹 앞으로 얼굴을 내밀며 궁금해 하는 달식이를 외면한 채 쇠주잔을 들고 한 입에
톡 털어 놓으며 영달이가 안주 타령을 합니다.
“어비 이거 머 안주가 다 식아 뺐네”
조금씩 애가 오른 달식이가 기다렸다는 듯
“야, 홍아야 머 뜨근뜨끈한거 하나 내바라”
“야 이거 대강 더꾸모 대는데...”
“댔다 요거는 내가 사께”
“딴기 아이고 아~래 철수가 쪼매 보자캐가 거서 달쭈이를 돼지다방에서 잠깐 봤는데
다방레지하고 노닥거리고 있는거 아이가. 근디 글씨 금마 달쭈이 안상이 멀끔 한기라“
“안상이 멀끔하다카이, 그기 무신 말이고?”
“글마가 니 보다는 쫌 덜해도 엉, 금마도 꼼보 아이가”
바싹 구미가 당기는 달식이는 통 영문을 모르는 눈치가 역력합니다.
“글씨 그기 무신말이고 말이다?”
“그래가 니 무신 좋은 일 있았나 카이 하는 말이...”
사연인즉슨 시청에서 통보가 왔는데, 살기 좋은 OO시 만들기 일환으로 얼굴에 흉터가
있으나 수술비가 없는 저소득층을 상대로 수술비의 일부를 시에서 지원해 준다는
얘기인 것이었습니다. 벌써 시지원금을 받은 몇몇 사람은 수술을 하여 얼굴에 흉터 또는
곰보자국을 없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달쭈이 니 한테는 연락 안 갔더나?”
“머라카노 나는 니한테 듣는기 첨인데...”
“낼 아직 일찍이 시청 함 가바라”
밤새 두근거리는 맴을 안정시키며 날이 새자마자 일찌기 준비를 마친 달쭈이는
득달같이 시청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막상 누구를 붙잡고 얘기를 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마침 시청 직원
한 사람이 먼저 말을 붙입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얼굴에 흉터... 시에서 지원금... 머릿속에서 맴맴 돌기만 할뿐 막상 얘기를 못하고,
“저, 지 얼굴 함 바 주이소?”
“예?”
“지 얼굴 함 바 달라카이 말이시더”
“저 무슨 말씀이신지?”
“아, 참내 지 얼굴 자세히 함 바둘라카이 말입니더”
하며 얼굴을 바싹 직원에게 내미는데,
“.....”
“엊저녁에 거울 보며 하나하나 시알래 봤는데, 한 마흔개 쪼매 더 대디더”
“!!!”
“저~짝에 달쭈이보다 쪼매 더 안나오겠능교?”
“저 손님, 공공근로 지원신청은 접수 마감 되었습니다”
* 이 얘기는 강원도 OO시에서 있었던 실제 얘기로서 영달이, 길수가 짜고
친구 달식이를 농락한 얘기로서 지금도 달식이는 그날의 분을 삭이지 못해
뿌드득뿌드득 이를 갈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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