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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 용수판

참땅 2009. 11. 20. 10:15

넉넉한 웃음을 새긴 용수판               윤열수(가회박물관장)


용수판(龍首板)은 서민들의 정서가 가장 잘 반영된 조선후기 목공예품 가운데 하나로 잡귀를 쫓는 벽사적 역할을 한다. 대부분 도깨비 얼굴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나 용수판의 기원, 발생에 관해 정확히 언급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용수판이 상여(喪輿)를 구성하는 장식물이었기 때문에 상여의 기원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상여 역시 역사적 기록이 분명하지 않다. 다만 매장풍습이 발달해오면서 오래전부터 시신을 운반할 때 간단한 형태로나마 들 것과 같은 도구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상여는 ‘구차(柩車)’, ‘상차(喪車)’, 또는 ‘구여(柩輿)’, ‘온양거(穩襄車)’ 라고도 하였다. 구체적인 언급은 조선시대 예서인 "사례편람(四禮便覽, 1844)", "상례비요(喪禮備要, 1648)"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산청 전주최씨 고령댁 상여 실측조사 보고서, 1998, p. 9참조.)


시도민속자료로 지정되어 현존하는 상여는 대부분이 조선후기와 일제시대 제작된 것이다.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상여가 사용되었으나 60년대를 기점으로 전통 장례풍습이 사라져감에 따라 상여를 구성하는 목조각품 역시 점점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상여의 앞뒤를 장식하는 용수판은 일반적으로 황룡판이 앞에 놓이면 망인(亡人)이 남자이고, 청룡 조각이 앞에 있으면 여자가 상여 주인임을 말해준다고 한다. 용수판은 매우 다양한 형상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그 양식을 구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고, 물고기를 입에 문 도깨비문양 용수판, 용문양 용수판, 인면문양 용수판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입에 물고기를 물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를 확실히 밝힐 수는 없지만 몇 가지 해석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어로신앙(漁撈信仰)과의 관련이다. 지금은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지만 해안가를 중심으로 발달한 이 신앙에 따라 뱃고사를 지낼 때 도깨비가 좋아하는 메밀범벅을 제물로 올렸다고 한다. (김종대, 「도깨비신앙의 유형과 전승양상」, 민속학연구4호, 국립민속박물관, 1997, pp.194~195.) 그런데 물고기 역시 도깨비가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이승에서 저승으로 망자를 떠나보내고 그를 지켜주는 벽사 역할을 하는 도깨비에게 물고기를 제물로 바친다는 의미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둘째는 용수판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는 용수판이 용의 형상으로 나타났고 물고기와의 관련성으로 인해 물고기가 조각되었지만 용수판의 가장 큰 목적이 잡귀를 쫓는 것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깨비가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는 형태로 나타났을 것으로 여겨진다.


상여와 마찬가지로 용수판 역시 지방, 사회 계층, 제작자의 취향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제작되었다. 또한 용수판은 전문가가 제작한 불교공예품과는 달리 마을에서 솜씨깨나 있다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으로 제작한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만든 이의 심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기와나 화반, 그리고 불단 장엄의 도깨비가 그렇듯 용수판에서도 우리는 웃는 도깨비를 만날 수 있다. 용수판에 담겨 있는 익살스런 모습이 망자의 명복을 빔과 동시에 산사람에게 슬픔을 덜어주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출상 전 상두꾼들이 상여를 메고 발을 맞춰 보며 연극적 요소를 갖춘 놀이를 하는데, 이는 상례기간 동안의 금기와 슬픔으로 억눌려 있는 상주의 기분을 ‘빈 상여놀이’를 통해 해소시킴으로써 빨리 일상으로 회복하고자 하는 심리전환적 기능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용수판에 조각된 도깨비 문양 역시 한국적 전통문화 특유의 낙천적이면서도 순진함이 배어있고, 아름다움을 통해 절제된 도깨비의 너그러운 웃음이 내포되어 있다.


도깨비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자주 듣는 말로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와 함께 동고동락한 존재였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러한 도깨비에 대해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도깨비를 본 적이 있거나 근원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은 도깨비의 특징이 무척 다양하고 외형이 일정하게 정형화되어 있지 않아 그 개념의 한계를 분명히 하기 어렵고, 때로는 귀신(鬼神)이나 유령(幽靈)과 혼동되기 때문이다.


도깨비는 실존하는 존재가 아니기에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매우 어렵다. 최근에는 우리가 지금까지 도깨비문양이라고 말해왔던 것들을 모두 용으로 보기도 한다. 용수판이라는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도깨비가 아니라 용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용수판에 조각된 문양이 도깨비냐 용이냐를 따지기 전에 사람들은 아마도 인간미 있고 교훈을 주는 도깨비 이야기를 통해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과 욕망을 상상화 하기 위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더욱 많은 관심을 갖는지도 모른다.

또한 벽사적 역할과 인간에게 복을 주는 용수판에 보이는 도깨비의 넉넉한 웃음은 시대를 뛰어 넘어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울고 웃는 희노애락도 마음에 있었음을 읽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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