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겨울에 다녀온 보경사 내연계곡
02월 20일 내연계곡 안내
내연계곡 첫달목에서 얖바우 가는 길에 누군가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설날 명절을 앞두고 추적추적 내리던 눈비가
설날 아침까지 줄기차게도 이어지더니만
이후로도 끈적하니 도무지 맑은 날씨를
보여줄 것 같지 않던 하늘이 간간이 풀리면서
급기야 쨍하고 해 뜬 날이 요 며칠
들판 곳곳, 낮은 산자락의 잔설이 거의 녹아내릴 무렵
얖바우 지나 사자폭 가는 건널목에 이렇게 통나무 다리도 있고...
청하 보경사 안내 자원봉사 하는 날 토요일
포스코 ‘쇠터얼’ 회장님(풍경)의 연락
“회원 14명이 내연계곡을 탐사하고 싶다” 는
안내 요청에 계곡 곳곳에 아직 채 녹지 않은
눈을 걱정하면서도 파란 하늘, 맑은 날씨를 의지 삼아
계곡탐사 강행을 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전부 성인남자들로 이루어진 팀이라
큰 무리가 없을 걸로 판단되어 조금은 안심이다.
지난 갈수기를 무색하게 잔설이 녹아내린 물로 제법 폭포의 구색을 갖춘 사자폭
애초 비하대까지 오르려 하였으나
자트락 오르막 산길은 말 그대로 아직 빙판이고
연산폭도 구름다리를 건너자마자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아쉽지만 관음폭포 앞에서 발길을 되돌려야만 했다.
아무도, 전혀 그 누구도 밟지 않은 눈 위 내발자욱을 남기며...
주위가 꽁꽁 얼어붙은 잠룡폭포- 룡도 춥겠다.
눈이 내린 이후로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하얗게 쌓인 눈 위에 내 발자욱을 찍는 기분은
내 어릴 적 눈밭을 뛰놀던 그 감동으로 치닫는다.
어렵게, 어렵게 아무 사고 없이 답사를 마치고 나니
파란 하늘은 한결 더 새파랗고
바람조차 무디어 한결 더 따스함을 제공하고 있다.
한적하니 조용한 보경사 경내는 포근하게 다가온다.
점심 겸 뒷풀이 동해동동주는
철분 냄새, 땀 냄새로 뒤섞인 사나이들의 혼과 더불어
저 속 깊은 심연 속에서 꿈틀꿈틀
진하디 진한 우정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